(<교회교인가 그리스도교인가>, 안토니 블룸, 비아, 2024)

   교회교인가 그리스도교인가? 하는 아주 참신한 질문으로 나의 눈을 사로잡은 이 책은 안토니 블룸이라는 수도사가 저술한 책이다. 물론 강의집을 엮어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강의는 90년도에 이루어졌다. 안토니 블룸이 무려 정교회 신자라는 점에서는 멀고도 먼 친척을 만난 기분과도 같았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해도 개신교 신학교에서 1054년에 떨어진 동방 정교회 신학을 접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회교’라는 단어는 C.S 루이스가 제안한 단어라고 한다. 아무래도 오늘날 발전된 종교적 형태의 불편한 지점을 지적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교회교는 이제 교회 안에 예수가 없고 교회라는 건물과 이름만 자리 잡은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보니까 경배의 중심이 되고 설교의 핵심이 되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선포가 없이 어떤 인간적인 모습에 관해서만 몰두하는 것에 관하여 불신앙과 같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번 안토니 블룸은 정교회 신학자라고 한다. 어떤 면에서는 굳이 가톨릭이나 개신교가 아니더라도 나이가 지긋한 신학자의 인생이 담긴 조언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안토니 블룸 역시 교회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어야지 그를 제외한 예수 없는 교회는 그저 교회교에 불과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와 동시에 안토니 블룸은 그리스도의 방식에 따라 살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그리스도를 믿는 것과 그리스도인 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그는 하나님이 피조물을 바라보시는 시선을 분석한다. 피조물이 죄로 물든 존재임을 말하기 때문에 그는 절대자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심판의 형태로 존재함을 주장한다. 그와 동시에 하나님의 미쁘신 사랑은 우리를 품으신다. 

   안토니 블룸은 이번 책을 통해서 그리스도인의 현실과 이상에 관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물론 현실과 이상이 너무나 달라 이상의 모습으로 다가갈 수 없는 모습에 좌절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이상에 관해서 말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가 향해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때문에 결코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드린 것처럼 우리의 공동체도 이와 같이, 더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도 온전함을 품은 공동체를 향해야 한다. 

   재미있는 점은 안토니 블룸이 루이스의 의견을 인용하여 주장한 ‘교회교’의 개념이 사실상 감리교신학에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존 웨슬리의 설교 중에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은 너무나 유명한 설교 중에 하나다. 그 내용은 아마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리스도인 중에서도 참된 그리스도인이 있고 이름뿐인 그리스도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교회교와 그리스도교가 예수를 중심으로 구분되는 것처럼 명목상의 그리스도인과 참된 그리스도인도 그 안에 성령의 열매가 있느냐를 중심으로 구분된다. 안토니 블룸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다시 한 번 감리교 신학의 선견지명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드러나게 되어 자부심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경우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