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기독교계가 시끄럽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막기 위해 10월 27일 광화문에 200만이 모이는 전국적 예배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감리교나 장로교에서 축복식을 한 목사들을 징계하는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모임의 핵심은 지지율 24%의 윤정부의 방파제 모임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이것이 누구에게 유리할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인도네시아는 사회주의를 전복시키기 위해 사회주의 여성운동가들이 성적으로 난잡하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려 이슬람 극우세력을 선동해 3백만 명 학살을 자행한 일이 있다. 정치가 종교를 이용해 자신들의 명분을 정당화한 역사는 비일비재하다. 

지금 우리들은 ’기후위기‘ ’전쟁‘ ’AI 통제‘ ’핵개발‘ ’경제 불안정‘ ’남북문제‘ 등 심각한 사회적 사안이 쌓여있는데, 전국의 기독교인들이 성소수자의 문제로 모인다는 것이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니 웃음거리가 돼버렸다. 기독교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 행진을 하는 꼴이다. 성소수자 문제는 보수 진보의 경계선을 묘하게 넘나들며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 그들은 어디를 향해 폭주하는 것일까?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을까?

“ 또다시 죽음”
 

최근 트렌스젠더 여성 활동가 이연수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나서 그의 브런치를 읽게 되었다. 이렇게 자신으로 살려고 애쓴 사람, 정직하게 살려고 애쓴 사람이 떠났다니 마음이 아팠다. 무엇보다 그의 섬세한 언어에 매료되었다. 페미니즘에 치열했고,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고 그것에 대한 솔직하고 담담한 기록을 보며 누군가와 그를 추모하고 싶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연락을 하였고, 다음은 그를 기억하는 기독교 활동가의 글이다. 

하나님의 소중한 딸 故 이 연 수 활동가를 기억하며  

2024년 9월 29일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앞장서서 목소리를 냈던 활동가이자, 하느님의 소중한 딸, 그런 하느님을 사랑하던 우리들의 소중한 벗 이연수 활동가가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품에 안겼다. 이연수 활동가는 트랜스여성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이자,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인권활동가다. 그는 브런치를 통해 트랜스젠더 인권, 여성인권,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글을 지속해서 써왔다. 

그는 트랜스젠더라는 사실로 인해 교회에서 억압과 배제를 경험했으며, 이후 교회를 옮겨야 했다. 어느날 나에게 그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저는 다시 교회를 다니고 싶어서 오늘 **교회를 갑니다. 긴장되네요.”“이제 교회를 정착하고 싶네요. 상처받고 떠돌아다니는 것도 너무 지쳐서요.” 그는 성확정수술까지 받고 여성이 되었지만, 어디에도 속하기 어려웠다. 성소수자 집단에서도 그는 또다시 차별당하는 경험을 하기도 하였다. 모든 것을 남자와 여자로 분리된 세상에서 그가 속할 곳을 찾기 힘들었다. 

▲ 이연수님의 브런치에서 https://brunch.co.kr/@trans-pride/77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설명하려고 했고 온갖 혐오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여성이었다.

▲ <다시 만난다면> (남문영)

페이스북을 통해 그의 근황을 살펴보면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악풀러와 싸우고 저항의 언어를 만들어내던 그가 생기를 잃어가는 듯 보이기도 했다. 9월 28일 그가 떠나기 하루 전에 남긴글 <73장: 트랜스 앨라이 되기>의 일부다. 엘라이가 되기 위해 겉모습 만으로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적절한 호칭을 사용하고, 성별 이분법을 피하라고 말하면서 엘라이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리고 있다. 

“주변에 있는 트랜스젠더들을 돌아보고 살핌으로써 외롭게 혼자 두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정체화 하고 트랜지션 하는 과정에서 숱한 고생을 하고, 그럼에도 사회에서 끊임없이 존재를 부정당하는 트랜스젠더들은 정신질환에도 취약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주변에 트랜스젠더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성별정체성을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며 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만큼은 최대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쓰면 좋다.”

▲ 이연수 브런치에서.https://brunch.co.kr/@trans-pride/77 그는 자신의 자해 경험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어느 날은 자신의 성기가 싫어 허벅지를 찌르고, 다음날 시위 현장에 나갔을 때의 처절한 심정을 묘사했다. 고립된 상태에서 일어난 자신의 나약함을 성찰하고 다시 길을 찾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적는 이유는 바로 내가 그런 것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도 있다. 트랜지션을 시작한 이후,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소수자였고,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에겐 내가 최초의 트랜스젠더였다. 나를 낯설어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나를 설명해야 했고 나의 존재를 납득시켜야 했다. 외계인을 보듯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 무례하게 성희롱적인 질문, 나를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말들에 늘 노출되며 혼자 싸워왔다. 페미니즘 관련된 활동을 할 때조차 트랜스 혐오자들을 피해 다니느라 전전긍긍하고, 노골적인 혐오를 발견할 시에는 직접 문제제기 해서 바로잡은 적도 종종 있었다. 물론 트랜스젠더를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고 그런 분들에게는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외롭고 지치고 두려웠던 순간들도 많았기에, 나는 감히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지지를 부탁드리고 싶다.”

▲ 제목: 해방 (남문영)

그 잔혹한 시간들을 ‘홀로’ 견뎌내느라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남겨진 우리들은 고 이연수 활동가의 의지를 이어받아 열심히 삶을 살아가며 투쟁해나갈 것을 결심한다. 그녀는 정말 멋진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

● 그림은 필자가 남문영작가님에게 부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