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트로잔회의에서 '창조세계 돌봄'을 주제로 열린 회의는 우리가 창조물과 맺는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였다. 이 회의에서는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서, 우리가 창조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글에서는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가 창조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그것이 우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가 "창조세계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고찰해보자. 단순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까? 회의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는 그린워싱이나 녹색 자본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적 접근이나 성경적 의무감을 넘어,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은 정의의 문제이며, 우리가 창조세계와 맺고 있는 근본적인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회의에서 특히 주목받은 것은 "원주민 공동체의 세계관"이었다. 이들은 현실을 '우주의 거미줄'과 같은 것으로 본다. 이 관점에서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이 우주적 웹의 일부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존재 자체가 이 우주적 웹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

원주민 공동체의 세계관에서 중요한 것은 "상호의존성의 원리"이다. 이들에게 상호 의존과 상호 책임의 원칙은 깊은 현실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체포나 나무 하나의 소실은 단순히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전체 웹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인식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상호연결성을 시사한다.

원주민 공동체의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사만야(Samanya)'라는 개념이다. 이는 '충분함'을 의미한다. 이 원칙에 따르면, 충분히 좋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이다. 우리의 소비 사회에서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추구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충분함이다. 이 "충분함의 원칙"은 우리가 우주의 웹과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원주민의 세계관은 최근의 과학적 발견들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과학자들은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대부분 같은 DNA를 공유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본질적으로 별을 만들고 우주의 모든 생명체를 만드는 동일한 구성 요소가 우리 인간을 만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과학적 발견이 성경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성경에서도 우리는 모두 같은 창조주에게서 왔으며, 신성한 손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창조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창조물을 신성한 것으로 보는 것은 단순히 그것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신성한 기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창조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창조물과 맺는 관계가 정의된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창조물과의 관계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환경 보호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이 우주적 웹의 일부로서 가지는 신성한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로마서 12장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성경의 메시지로 돌아가, 창조와 관련된 경험을 새롭게 탐구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적인 차원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우리의 전체적인 "세계관과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를 우리는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을까? 첫째, 우리는 모든 창조물에 대해 더 큰 경외심을 가질 수 있다. 나무 한 그루, 동물 한 마리, 심지어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우주적 웹의 중요한 일부라는 인식은 우리의 행동을 크게 바꿀 수 있다.

둘째, 우리는 '충분함'의 원칙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인 소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만족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창조세계와 더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우리는 일상적인 선택에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이 전체 웹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을 선택할 때, 에너지를 사용할 때,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때에도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게 할 것이다.

이처럼, 포스트로잔회의에서 '창조세계 돌봄'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는 우리에게 창조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 이는 단순히 환경 보호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창조세계와 맺고 있는 근본적인 관계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창조세계를 단순한 자원이나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우주적 웹의 일부를 이루는 동반자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과 행동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더 지속 가능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새로운 관계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창조세계를 돌보는 책임을 다하게 될 것이다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