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고종황제의 선교윤허 14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제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원문의 각주가 이글에서는 생략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하나님의 선교의 한 모델로서의 한국 선교

발표 1. 2. 3. 내용의 선교적 의미에 대하여

장성배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학)

▲ 장성배

I. 들어가는 말

감리교회 선교 140주년을 맞아서 ‘고종 황제 선교 윤허 140주년 기념 학술제’를 열게 되고, 세 명의 귀한 연구물을 읽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이 학술제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교)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는, 참으로 중요한 학술제가 될 것이다. 발표 순서도 감리교 선교의 전개 순서에 따라 소요한이 가우처(John F. Goucher)를, 서영석이 매클레이(R. S Maclay)를, 그리고 유은식이 고종의 윤허 사건을 다룬 것이 적절하게 느껴진다. 논찬자는 선교적 관점에서 위의 세 논문을 함께 검토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각 논문의 내용을 되짚는 것보다는, 이 학술제가 어떤 선교적 의미를 정립하면 좋을지 하는 점에 집중하고자 한다.

II. 역사학 연구의 속성과 감리교의 시작일에 관한 질문

세 발표자의 내용을 검토하기 전에 먼저 논찬자는 역사학 연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국 개신교의 처음 연도나 기점에 대한 논쟁은 역사 연구의 속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나 인물, 또는 연도를 ‘시작점’으로 정의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해석과 선택이 개입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역사 연구의 다음과 같은 속성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사료의 ‘선택’과 ‘해석’에 대한 것이다. 역사 연구의 핵심은 사료(historical sources)를 선택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사료란 역사적 사건을 증명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자료들을 의미하며, 문헌, 구술, 유물, 기록 등이 그 예가 된다. 그러나 사료는 객관적 사실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 사료는 연구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국 개신교의 시작을 논의할 때, 어떤 이는 쇄국정책 하의 박해 시기에 몰래 신앙을 받아들인 사람들을 중요한 출발점으로 볼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1885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의 입국을 시작점으로 볼 수도 있다. 같은 사료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역사적 해석이 달라진다. 따라서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연구자가 어떤 관점에서 사료를 해석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둘째는 역사적 사실과 해석의 ‘주관성’에 대한 문제이다. 역사 연구는 종종 주관적 요소를 포함한다. 이는 연구자의 관점, 배경, 가치관에 따라 사료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개신교의 시작에 대해 논할 때도 어떤 연구자는 서구 선교사들의 기여를 강조하는 반면, 또 다른 연구자는 한국인 신자들의 자발적인 신앙 수용과 그들의 활동을 더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셋째는 ‘역사적 맥락’과 ‘인과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즉 역사 연구에서 또 다른 중요한 속성은 역사적 맥락과 인과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다. 한 사건은 고립된 채로 일어나지 않으며, 그 이전의 사건들과의 연속성 속에서 발생한다.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는 사건 간의 인과 관계를 분석하고, 특정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탐구한다. 한국 개신교의 출발을 이해하려면 단순히 ‘누가 처음으로 기독교를 전했는가?’를 묻는 것 이상으로, 조선 후기 사회의 상황과 서구 제국주의의 확장이라는 국제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조선의 봉건적 질서와 서양의 경제적, 정치적 확장이 어떻게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조선에 자리 잡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적 사건들은 그 맥락을 떠나서 설명될 수 없으므로, 연구자가 그 맥락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연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넷째는 역사적 ‘서술의 다원성’에 대한 것이다. 역사 연구에서 한 가지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이는 역사가들이 각기 다른 질문을 던지고, 다른 방식으로 사료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문적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역사적 사건에 대해 하나의 절대적 설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그 해석들은 서로 경쟁하거나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역사의 ‘현재성’과 ‘재해석’의 문제가 있다. 즉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이해는 그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이는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해석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조명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역사 연구는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사료의 선택과 해석, 역사적 맥락, 인과 관계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작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한국 개신교의 시작 시점을 논의할 때, 이를 누구의 활동으로 볼지,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삼을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역사의 본질적인 속성인 주관성과 다원성을 잘 보여준다.

논찬자가 장황하게 역사 연구의 속성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감리교 선교의 시작일에 대한 본인의 의문 때문이다. 이 학술제의 발제자들은 고종 황제의 선교 윤허를 감리교의 시작이 되는 사건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런데, 선교학자로서 본인은 ‘매클레이가 처음 조선 땅을 밟은 때를 기점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세계 선교 역사의 수많은 경우에, 한 나라의 최고 책임자가 기독교 활동을 공식적으로 허락했던 예는 극히 드물다. 특히 이슬람, 힌두교, 불교의 강성 지역에서는 이러한 사건을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 지역이나 나라에 선교 역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고종 황제의 윤허 여부와 관계없이, 선교의 목적을 가지고 매클레이 선교사가 조선에 들어간 날 자체가 감리교 선교의 시작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발제에서 서영석은 매클레이가 조선에 들어온 사건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드디어 매클레이 부부는 6월 8일 요코하마를 출발 나가사키로 가서 거기서 조선인 통역을 구한 다음 6월 19일 나가사키를 출발하여 6월 20일 부산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부산을 출발하여 43시간 항해 끝에 6월 23일 오후 1시 인천에 도착하였고 이튿날 아침 하선해서 일본영사 고바야시의 영접을 받은 후 작은 배를 타고 한강으로 해서 6월 24일 오후 6시에 서울에 도착했다. 이로써 매클레이는 공식적으로 수도 서울에 들어온 첫 번째 프로테스탄트 선교사가 되었다.(발표 자료)

그렇다면 감리교의 선교 시작일은 언제가 되는 것이 좋을까? 논찬자는 논의의 주제만을 던지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려고 한다. 앞으로 이에 대한 더 좋은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III. 하나님의 선교의 관점에서 본 감리교 선교

오늘의 발표를 통해서 감리교 선교의 시작점에 대한 시각이 훨씬 더 다양해진 것은 학술제의 큰 공헌이라 하겠다. 오랫동안 1885년 아펜젤러의 입국을 감리교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통념을 넘어서, 가우처의 물줄기, 매클레이의 물줄기, 그리고 수많은 작은 물줄기들이 감리교 선교라는 큰 물줄기로 합쳐지는 역사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시야를 확장했다는 면에서 논찬자는, 서두에 밝힌 바와 같이, 이 학술제가 참으로 잘 기획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가 보면, 이 모든 물줄기의 처음이었던 작은 물방울부터 거대한 강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준비하시고 인도하신 분이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그분은 바로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 가우처의 생애를 이끄셨고, 매클레이의 생애를 인도하셨으며, 수많은 동역자의 삶을 빚으셨다. 하나님께서 한국 선교와 세계 선교의 마스터플랜을 세우시고, 오늘 발제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을 인도하시며 사용하셨다. 논찬자는 이번 학술제를 통해 우리가 봐야 할 큰 그림이 바로 이 선교하시는 하나님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선교라는 관점에서 한국 개신교 선교의 시작을 보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선교를 위해 수많은 사람을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사용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선교의 문이 열리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한 인간의 계획이나 노력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끄신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한 역사적 과정이다. 이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로, 우리는 선재적으로 사람들을 준비하신 하나님을 바라봐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한국 선교를 위해 여러 사람을 준비시키셨다. 이들은 각각 다른 배경과 분야에서 활동하면서도 하나님의 전체 계획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 매클레이는 중국과 일본에서 선교 경험을 쌓으며 아시아 선교의 중요성과 전략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를 한국 선교의 첫 길을 여는 중요한 인물로 사용하셨다. 그 결과 매클레이는 1884년 고종 황제를 통해 선교사들이 조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얻어내는 일에 쓰임 받았다. ㉡ 가우처는 보빙사절단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 선교의 필요성과 비전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매클레이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통해 선교사들이 파송되는 과정에 힘을 합하게 되었다. ㉢ 하나님의 인도에 따라 헨리 아펜젤러, 호러스 언더우드, 윌리엄 스크랜턴과 같은 선교사들은 각각 교육과 의료라는 특수한 선교 방법으로 복음을 전할 역량을 갖추었다. 그리고 이 모든 다양한 경험과 역량은 한국 선교를 위해 사용되었다.

둘째, 우리는 역사적 상황과 국제적 변화를 통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관심해야 한다. 한국 선교가 이루어지기 전, 하나님께서는 국제적 역사적 상황을 변화시키면서 선교의 길을 여셨다. ㉠ 조선의 개화와 근대화에 대한 고종 황제의 관심은 서양의 교육과 의료가 조선의 부국강병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고종은 선교사들을 단순한 종교적 전도자가 아니라, 조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협력자로 보았고, 이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한국 선교의 문이 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 미국과 조선의 외교적 관계 또한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이뤄진 중요한 연결 고리였다. 미국 공사 루시어스 푸트의 도움으로 알렌과 같은 선교사들이 초청될 수 있었고, 한국에서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외교적 환경이 마련되었다. 이 또한 하나님께서 국제적 상황을 통해 한국 선교를 준비하신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한국에서 이뤄졌던 교육과 의료를 통한 복음 전파는 하나님의 총체적 선교의 방법이었다. 하나님께서는 한국 선교를 위해 교육과 의료를 주요 사역 방법으로 사용하셨다. 이는 단순한 복음 전파 이상의 전략적 접근으로, 한국 사회가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아펜젤러의 배재학당과 스크랜턴의 이화학당은 서양식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양성하고, 그들을 통해 기독교 신앙이 확산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였다. 이는 하나님께서 선교사들에게 단순한 종교 교육을 넘어서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이루는 도구로 교육을 사용하신 것을 보여준다. ㉡ 알렌의 광혜원은 의료 선교를 통해 한국인들의 생명을 돌보고, 이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의료 선교는 한국 사회에서 서양 문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기독교 신앙이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넷째,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의 협력과 통합의 중요성을 바라보게 된다. 매클레이, 가우처, 아펜젤러, 언더우드, 스크랜턴 등 다양한 인물들은 각자 다른 배경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서로 협력하고 통합되어 한국 선교가 이루어졌다.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 각각의 재능과 경험을 한국 선교라는 하나님의 큰 계획 속에 활용하셨다. 매클레이의 외교적 준비, 가우처의 재정적 후원, 아펜젤러의 교육 사역, 스크랜턴의 의료 사역은 각각 하나님의 큰 계획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사례이다. 이들은 서로 보완하며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한국 선교의 문을 열어갔다.

정리하자면, 1880년대 한국 선교의 시작은 단순한 인간의 계획이나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큰 섭리와 선교적 계획 속에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봐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과정을 통해 여러 사람을 준비시키시고, 그들을 통해 조선에서의 복음 전파를 가능하게 하셨다. 국제적 관계, 역사적 상황, 그리고 사람들 간의 협력이 모두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작용하며, 이를 통해 한국 교회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길이 열렸다.

IV. 상황을 준비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선교의 한 부분으로 다뤘지만, 조금 더 부연하고 싶은 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선교를 위해 상황을 준비하신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은혜의 영역이다. 한국 개신교의 초창기, 즉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조선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는 기독교가 자리잡는 데 꼭 필요한 사회적 변동이었다. 하나님이 당신의 선교를 위해 국제 정세 변화를 일으키신다는 해석은 한국 교회의 역사를 구속사적 관점에서 보게 한다. 당시 유교와 불교와 같은 전통적 종교들이 힘을 잃고, 흔들리는 정권과 격화되는 세계열강의 침략 속에서 한국 교회는 새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며 확산할 수 있었다. 이것을 조금 더 설명해 보자.

첫째는 유교와 불교의 쇠퇴이다. 조선에서 유교는 수백 년간 국가 통치의 바탕을 이루고 있었으며, 불교는 여전히 종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이 두 종교는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러한 전통 종교들의 약화는 조선 사회에 새로운 가치에 대한 요구와 종교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기독교는 대안적 종교로 자리잡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둘째는 정치적 불안과 정권의 약화이다. 19세기 후반 조선은 정치적 불안정과 외세 침략의 위협에 직면해 있었다. 왕권과 정치 세력의 약화로 인해 내적 혼란이 심화하고, 부패와 부조리가 만연하게 되었다. 민중의 삶은 어려워지고 불만이 누적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였다. 고종은 조선의 근대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왕실 내의 보수 세력과 외세의 개입으로 개화 정책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갑신정변(1884)의 실패는 그 한 예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적 혼란 가운데 개신교 선교사들이 입국할 수 있는 틈이 생겼다. 즉 조선의 정치적 불안정과 외부의 위협은 기독교가 자리잡을 수 있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정치 세력이 약화되고 사회적 혼란이 심화하면서, 사람들은 새 길을 찾기 시작했고, 기독교는 이들에게 영적이고 사회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셋째는 세계열강들의 침략과 국제적 상황의 변화이다. 19세기 후반, 조선은 열강의 세력 다툼 속에서 식민지화의 위협에 직면해 있었다. 청나라, 일본, 러시아, 그리고 서구 열강들이 조선의 정치적, 경제적 주권을 위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은 쇠국정책을 포기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선교사들이 입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로버트 사무엘 매클레이가 1884년에 고종 황제로부터 교육과 의료 활동 허가를 받은 것도 이러한 외교적 관계의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사회적, 정치적 혼란과 국제적 압력은 기독교가 한국에 자리잡는 데 중요한 요인들이 되었다. 유교와 불교의 약화, 정권의 불안정, 그리고 열강의 침략 위협은 조선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와 영적 필요를 낳게 했으며, 기독교는 한국에 뿌리내릴 중요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V. 하나님의 선교에서 인간의 역할

하나님의 선교 역사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계획과 섭리로 이루어지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응답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나님께서는 역사를 통해 사람들을 부르시고 상황을 준비하시지만, 이 부르심에 인간의 자발적 헌신과 응답이 없이는 하나님의 계획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중요한 성경적 원리이고, 선교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주제이다. 이것을 아래의 몇 가지로 설명해 보자.

첫째로 하나님은 인간의 자발적인 응답과 헌신을 요구하신다. ㉠ 구약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새로운 민족을 이루실 계획을 제시하셨다.(창세기 12장) 하지만 그 하나님의 계획은 아브라함의 응답이 함께할 때 이뤄졌다. ㉡ 모세 또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끝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고 이스라엘 민족을 에집트에서 구원해 내었다.(출애굽기 3장). ㉢ 신약에서도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 응답한 사람들만이 제자가 되었다. ㉣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셨고, 이에 응답한 사람들을 통해 이 땅에 복음이 전파되었다. 이처럼, 하나님의 선교는 인간의 응답과 순종을 요구한다.

둘째로 한국 선교 역사도 선교사들의 응답과 헌신이 중요한 축이 된다. 가우처, 매클레이, 알렌, 아펜젤러, 언더우드 등 많은 선교사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헌신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기독교는 없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준비시키셨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오겠다는 응답을 했다.

정리하자면, 하나님의 선교 역사에서 하나님의 주권적인 계획과 인간의 자발적 응답은 상호 작용하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하나님께서는 역사를 통해 상황을 준비하시고 사람들을 부르시지만, 그 부르심에 응답하고 헌신하는 인간이 없다면 그 계획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들을 통해 실현된다.

VI. 하나님의 선교에서 협력의 중요성

또 하나 하나님의 선교에서 중요한 요소는 선교 현장에서의 협력이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이 생겨난 계기가 된 1910년 영국의 에딘버러(Edinburgh)에서 열린 세계선교대회의 주요 주제도 교회 간, 선교단체 간의 협력 문제였다. 그 결과 ‘교회의 선교’가 아닌 ‘하나님의 선교’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한국 선교 역사에서도 교단을 넘어서 서로 협력하는 것은 한국 기독교의 뿌리내림과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한국 교회의 역사는 선교사들이 복음 전파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 초교파적으로 협력했음을 보여준다. 그중 몇 가지 예를 생각해 보자.

첫째로 선교사들은 초교파적으로 협력했다. 초기 한국에 온 선교사들은 장로교와 감리교를 중심으로 파송되었으며, 서로 다른 교단에 속해 있었음에도, 한국 선교라는 공통된 사명 앞에서 협력했다. 초기 선교사들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선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둘째, 성서 번역은 대표적인 협력 사례이다. 한국 선교사들은 각 교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한국인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한국어 성경 번역 작업은 아펜젤러와 스크랜턴(감리교) 뿐만 아니라 언더우드(장로교)와 여러 선교사들이 함께 참여한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그 결과, 1887년에 신약 성경의 일부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이는 한국 교회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셋째 교육 및 의료 사역에서도 협력이 일어났다. 초기 한국 선교사들은 교육과 의료를 통해 복음을 전파하는 중요한 전략을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교단 간 협력이 두드러졌다. 감리교와 장로교 선교사들은 각각 교육기관과 의료 시설을 세웠지만, 서로의 사역을 지원하며 함께 한국 교회의 성장을 이끌었다. 배재학당(1885, 감리교)과 경신학교(1886, 장로교)는 각각 교단 소속 학교였지만, 이 두 학교의 선교사들은 서로의 교육 방침과 전략을 공유하며, 한국 사회에 서양 교육을 도입하는 데 협력했다. 이화학당(1886, 감리교)과 세브란스 병원(1904, 장로교)은 각각 여성 교육과 의료 선교를 담당했으나, 서로의 사역을 지지하며 복음 전파에 공동으로 헌신했다.

넷째, 선교지역 분할 협정은 선교 역사에서 사례가 드문 협력의 사례이다. 이는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중복된 선교사역을 피하고,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지역을 나누어 각 교단이 담당할 지역을 할당한 협정이다. 이 협정은 교단 간의 협력 정신을 잘 보여주며, 선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리하면, 한국 교회 초기의 교단을 뛰어넘는 선교사들의 협력은 한국 기독교가 빠르게 뿌리내리고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성경 번역, 교육, 의료 사역, 선교지역 분할 등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난 협력은 복음 전파의 효율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한국 교회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오늘날 교회에 중요한 교훈을 주며, 교단 간 협력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VII. 하나님의 선교의 현 상화에의 적용

하나님의 전적인 역사와 인간의 자발적인 응답이라는 역설적 변수가 하나님의 역사를 이룬다는 선교의 진리는 오늘 이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성경과 교회 역사를 통해 볼 수 있듯이, 하나님은 여전히 이 시대에 자신의 선교를 이뤄가시며, 그 일에 인간의 헌신과 응답을 요구하신다. 이 선교 원리는 현대에도 여러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적용될 수 있다.

첫째로, 선교에 있어서 하나님의 주권은 지금도 고백 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역사를 주관하시며, 세상 속에서 일하신다. 현대 사회의 경제적 불안정, 정치적 갈등, 환경 문제 속에서, 하나님은 이 시대를 향한 구속사적 계획을 이뤄가시며, 복음이 전파되게 하신다.

둘째로 인간의 응답에 대한 필요는 지금 이 시대에도 요청되고 있다. 하나님의 선교는 여전히 인간의 자발적 응답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그분의 사역에 헌신할 때, 하나님의 구속사적 계획이 이 땅에 성취된다. 이는 복음을 전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모습에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정의와 공의를 실천하며, 세상의 아픔에 응답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또한 환경 문제, 인권 문제, 난민과 이민자 문제 등에 대한 교회의 응답은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는 중요한 방식이 된다.

셋째,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도와 순종의 태도이다. 이 시대에도 하나님은 자신의 계획을 이루어 가시는 중이며, 그 과정에서 신앙인의 기도와 순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나님께서는 기도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준비시키시고, 그들을 선교적, 구속사적 사명으로 부르신다. 이를 위해 신앙인들은 자신이 속한 가정, 교회, 사회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뜻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비즈니스, 정치,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과 기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넷째, 하나님의 선교가 온전히 열매 맺기 위해서는 교회 간의 협력이 절실하다. 현재 한국 교회는 분열과 내적 갈등으로 인해 그 힘과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초기 선교사들이 보여주었던 협력과 연합의 정신은 한국 교회의 미래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교단을 넘어서 서로 협력하며 복음 전파와 사회적 책임을 감당했던 초기 교회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은 현대 한국 교회의 재도약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다. 화해와 용서, 복음의 본질 회복,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위한 연합을 통해 한국 교회는 다시 한번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오늘날에도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와 인간의 자발적인 응답이라는 역설적인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 두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간다. 하나님은 여전히 역사의 주관자로서 일하고 계시며, 그분의 계획을 성취하기 위해 인간의 헌신적 응답을 요청하신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신앙인들은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다양한 사명에 응답하고, 그분의 구속사적 계획에 동참해야 한다. 또한 하나님의 선교를 이루기 위해서 서로 협력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이뤄야 한다.

VIII. 나가는 말

고종 황제 선교 윤허 140주년 기념 학술제가 선교 초기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미래 지구촌을 향한 감리교 선교의 자세를 가다듬는 시간이 되어서 기쁘다. 이 학술제를 통해 우리는 감리교 선교 역사가 고종 황제 선교 윤허 사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그 배경이 되는 가우처, 메클레이, 그리고 많은 주의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하나님의 선교의 큰 흐름을 보게 되었다. 또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교회의 태도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 차례이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당신의 선교를 위해 세계의 흐름을 바꿔가고 계시다. 또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할 우리를 부르고 계시다. 감리교회는 이 부르심에 응답하고, 서로 협력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는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