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회에는 한국 교회처럼 직분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으며, 집사(Diakon), 장로(Presbyter), 그리고 목사(Pfarrer 또는 Pastor) 세 가지 직분만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 '디아콘'이라고 불리는 집사는 한국 교회의 집사와 다르다. 독일 교회의 집사는 세례와 입교 예식을 마친 성인 중 일정 기간 신학 훈련과 목회 실습을 거친 후, 안수를 통해 세워진다. 이들은 목사와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며, 교회 공동체를 돌보는 성직자의 역할을 교회 역사 속에서 이어받고 있다.

반면, 장로의 역할은 한국 교회의 장로와 비슷하다. 장로가 어떻게 세워지는지 살펴보면, 교회에서 장로를 세우고자 한다는 공고가 나면 세례와 입교 예식을 마친 성인 중 "교회에서 봉사하고 싶은 이"가 자발적으로 지원한다. 나이, 성별, 헌금 액수에 대한 제한은 없다. 라인란트주교회(Evangelische Kirche im Rheinland)는 몇 년 전 교회 규정을 수정하여 만 14세부터 26세까지의 청소년과 청년을 장로로 세울 수 있게 했다. 물론 미성년 장로는 교회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투표권은 없지만, 발언권은 갖고 있으며 성년이 되면 투표권도 부여된다. 독일 교회에서는 “봉사하고자 하는 이”가 장로 직분에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장로로 세워지는 이들의 연령, 성별, 직업은 매우 다양하다. 우리 교회만 보더라도 20대와 30대는 물론, 교회 반주자, 교회 관리인, 전업주부, 의사 등 다양한 이들이 장로로 봉사하고 있다. 장로의 임기는 4년이며, 임기가 끝나면 다시 후보자로 지원할 수 있고, 투표를 통해 4년마다 재선될 수 있으며, 75세까지 장로로 봉사할 수 있다.

장로가 세워지면 한국 감리교회의 기획위원회에 해당하는 기구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재정, 예배 순서 및 시간, 교회의 대내외적 입장, 다양한 교회 프로그램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며, 상정된 안건은 활발한 토론 후 다수결로 결정된다. 또한 장로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교회 내 다양한 분과 위원회에도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우리 교회에는 예배 및 신학 분과, 교회 음악 분과, 사회봉사 분과, 재정 분과 등이 있다.

독일 교회의 장로들은 교회의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는 위치에 있지만, 그들에게서 특권 의식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교회 행사가 있으면 20대부터 70대까지 모든 장로들이 함께 모여 예배당을 청소하고, 의자를 나른다. 일을 할 때 나이와 경력은 중요하지 않으며, 나이 많은 장로님들이나 은퇴를 앞둔 목사님들을 배려한다고 일에서 배제하면 오히려 서운해한다. 정해진 나이에 이를 때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모든 일을 함께한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지긋한 장로님들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활기차고 건강하게 사는 것 같아 보기 좋다.

독일 교회의 독특한 재정 구조는 평등하고 열린 장로 제도를 가능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평등하고 열린 장로 제도를 위해 반드시 독일 교회처럼 재정 구조를 바꿀 필요는 없으며, 이것이 재정 구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평등하고 열린 장로 제도는 교회 내 직분 구조와 인식, 교회 민주주의, 헌금 문제 등과 함께 오늘날 새로운 신학적 고찰이 필요한 주제들로 얽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교회 안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나 여러 질문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어떤 질문도 허용할 수 있는가?’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한다고 해도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는가?’ 여기서부터 평등하고 열린 장로 제도가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