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호되게 몸이 아프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몸이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일상을 멈추게 했던 순간들 속에서,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되묻게 되었다. 침대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절실하게 기도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질문들이 하나둘 선명해졌다. 내가 진정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몸과 마음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가야 하는지를 되새겨 보았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무기력해지고 마음의 불안은 곧바로 몸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그동안의 무의식적인 선택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몸을 돌보는 것은 단지 운동이나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피로할 때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충분히 쉬게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신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존중하는 과정이다. 건강은 목표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다. 건강해야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건강 그 자체를 돌보며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사회적 의무와 기대 속에서의 만남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아프고 나니 소중한 관계가 분명해졌다. 누가 곁에 남아 말없이 손을 잡아주었는지, 누가 진심으로 아픔에 공감하며 마음을 나누었는지. 마틴 부버의 “나와 너”의 관점에서처럼, 사람을 도구로 보지 않고 그 자체로 마주하는 것, 그 순간에서 진정한 관계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함께 고통을 견뎌준 사람들과의 관계는 이후에도 더 깊은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아픔은 일상을 강제로 멈추게 했다. 그동안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려고 애쓰며 바쁘게 살아왔다. 성취를 통해 내 가치를 증명하려 했지만, 병실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깨달았다. 아등바등했던 것들이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삶은 성취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취를 향한 여정 속에서 어떤 태도로 존재하느냐에 그 의미가 있다. 그동안 지나치게 몰두했던 일들이 얼마나 사소했고 얼마나 나를 소모시키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니 멈춤은 단순한 쉼이 아니다. 삶을 돌아보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인생 선에서 가장 성숙한 지점일지도 모른다.

어리석게도 고통을 겪고 나서야 일상의 순간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게 된다. 따뜻한 햇살, 한 모금의 차, 누군가의 다정한 인사. 거대한 목표나 성취가 삶의 의미를 규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목표는 결국 일상의 작은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아픔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작은 것들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때 그 순간들이 모여 인생을 이루고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몸이 아픈 시간들은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잊고 지냈던 것들,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의 돌봄, 진정한 관계, 멈춤의 의미, 작은 순간의 소중함. 건강할 때는 놓치기 쉬운 것들이었지만 아픔 속에서 더 선명해졌다. 늘 바쁘게만 살아갈 수는 없다. 때로는 멈춰서 몸과 마음을 돌보고, 관계를 되돌아보며,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멈춤이 가져다준 통찰은 삶을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니 아픔이 남기고 간 것은 고통이 아니라 소중한 깨달음이다. 고통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것은, 그 깨달음 덕분일 것이다.

김화순 소장∥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