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필립 K 딕, 박중서 역, 폴라북스, 2013

  필립 K 딕의 SF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원작 소설보다 더 유명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레플리칸트(Replicant)’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성의 정의를 묻는 철학적 주제를 다룬 영화라고 이야기된다. 

  작가 필립 K 딕이 ‘높은 성의 사나이’를 집필하면서, 히틀러와 엘리트 나치와 같은 냉혈한들, 감정이 없어 보이는 전쟁 범죄자들을 조사하다가 떠올린 아이디어가 ‘안드로이드’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보다 강하고, 빠르고, 지능이 뛰어나지만 감정이입 능력이 부족한 안드로이드와 이 안드로이드를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릭 데커드의 에피소드, 그리고 교감과 감정소통을 중요시하는 머서라는 신흥종교집단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생리적으로는 인간에 가까운 안드로이드를 일상생활에서 인간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소설에서 현상금 사냥꾼들은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하기 위해 가상의 ‘보이트 캄프 테스트’라는 감정이입 테스트를 사용한다. 이는 사랑이나 죽음과 같이 감정을 자극하는 질문 또는 생물을 괴롭히는 상황같이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이상한 질문에 대한 언어적, 비언어적 반응을 분석하여 프로그램된 감정과 진짜 사람의 감정을 구별하는 테스트로서, 인간이라면 반응할만한 여러 질문을 던지면서 대상자의 응답과 함께 실시간으로 심박수나 동공 확장, 얼굴 붉힘 등을 관측하는 테스트이다. 

  이러한 질문에 인간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지만 다른 생명체에 무관심한 안드로이드는 주저하거나 전혀 다른 포인트에서 반응하는 등 인간과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저자는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차이를 타인을 포함한 다른 생물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지 여부로 본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감정 이입 능력이 없어서 다른 생명체나 안드로이드의 죽음과 고통에 무감각하다. 당연히 다른 생물에 대한 연민이란 것도 없다.

  대학시절 농촌 전도 활동 중 교회학교 유, 초등부 예배에서 ‘세개의 못’이란 찬양을 학생들과 함께 부를 때였다. 교회학교 교사로 함께 활동하던 선배 누나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노래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왜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한 경험이 없는가? 예수님의 수난을 머리속으로는 알고 있어도, 그리스도의 수난에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였던 나로서는, 선배 누나의 눈물이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내 믿음에, 내 신앙고백에 뭔가 결핍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내가 갖고 있던 예수님에 대한 사랑은 프로그램된 감정과 생각이었고, 예수님의 마음을, 감정을 체휼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스위스의 신학자 한스 큉은 그의 저서 ’왜 그리스도인 인가?’에서 참 사람이신 예수를 마음에 모시고 예수를 따라 사는 사람을 그리스도인이라 하였다. 참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특이점을 향해 나아가는 이 때에, 많은 사람들이 인간과 인공지능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 소설에서 저자는 참 인간은 타인의 기쁨, 슬픔, 공포와 같은 정서를 공유하며 다른 사람의 사랑과 고통을 이해하고 느끼는 공감 능력을 갖고 있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예수를 참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예수님이 갖고 계신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히 4:15)일 것이다. 예수를 닮기 원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반응하여야 할 것이다. 타자의 고통에 반응하지 않는 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점점 자기애가 강해져 가고 있는 이 시절에 이 소설은 자기를 세상의 중심에 놓으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다른 이들과 연대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유진규 장로(반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