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웨슬리의 경제윤리>, 김홍기, 대한기독교서회, 2001)

전세계적 문제인 기후위기와 끊이지 않는 전쟁을 나의 경제 문제와 엮어 인식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음에도 어려운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는 개인의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며, 이러한 가치관은 윤리적 판단의 흐림을 초래한다. 더욱이 신앙의 영역에서도 ‘나’의 구원과 성화를 여러 윤리적인 척도에 비추어 점검하려는 것에 비하여 유독 경제윤리와 엮어 인식하려는 경향은 적게만 보인다. 마찬가지로 교회 내에서 경제윤리에 대하여서 가르치고 배우기 또한 쉽지 않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복음 안에서 부를 축적하고 소비할 수 있는 자유일까?

웨슬리에게는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이 주님께 빚지고 있는 것이다. “빚진 자는 그가 받은 것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 주인과 함께 계산하는 날이 다가오기까지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그의 자유이지만, 그는 청지기 정신대로 사는 것은 아니다. 청지기는 오직 주인의 기쁨을 위해, 주인의 뜻대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기뻐하는 일을 위해 돈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136) 존 웨슬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견지해야 할 윤리적 판단기준을 경제활동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믿고 가르쳤다. 그에게는 신앙이 개인의 경제적 결정에 분명히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존 웨슬리가 자신의 삶과 설교로 가르쳤던 그리스도인이 준수하여야 할 경제윤리를 전 감신대 총장 김홍기 교수가 정리한 책이다.

경제 활동은 단순한 이익 추구에 그쳐서는 안 되며, 모든 경제적 결정에는 사회적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가 제시한 경제의 3대 원리인 "열심히 벌어라",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저축하라",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주어라"는 경제적 자유에 버금가게 경제적 평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사회적 성화를 강조하는 것이 웨슬리의 핵심적인 가르침 중 하나인데, 그는 교회가 단순한 예배의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나서 사회봉사와 사회 변혁의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개인의 구원이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웨슬리의 신앙은 단순한 개인적 구원을 넘어 공동체와 사회를 향한 책임으로 확대된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역시 웨슬리의 가르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자본주의가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비판한 그는 재산 상속의 문제를 지적하며 경제적 불평등을 지속시키는 중대한 요소로 삼았다. 마찬가지로 시장경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불공정한 고용체제와 세금제도의 개혁에도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하였다. 이 문제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주제로 남아 있다. 청빈한 삶을 살아가는 것 이상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의로운 구조적 개혁을 주장한 그였다.

오! 그러나 부자들이 그들의 마음을 재물에 두고 있음을 누가 확신시킬 수 있습니까? 반세기 동안 나는 나의 명백한 권위로 이러한 중요성에 관해 말해 왔습니다. 그러나 효과가 얼마나 적습니까! 나는 항상 50명의 구두쇠에게 그들의 탐욕스러움을 회개하도록 지적해 왔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 확실하게 묘사되고, 가장 강한 색채로 그려졌을 때, 누가 이것을 그에게 적용했습니까? 하나님과 그를 아는 이들이 누구에게 ‘당신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라고 말했습니까? 만약 그가 현재 함께 있는 당신 가운데 어떤 이에게 이야기한다면, 오 제발 당신의 귀를 막지 마십시오! 차라리 삭개오와 같이 말씀하십시오. ‘보십시오! 주님, 저는 저의 재산의 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일이 있으면 네 배로 갚겠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이렇게 행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돈을 사랑하는 당신들에게 명합니다. ‘가서 이와 같이 행하시오!’
- 웨슬리의 설교 "부의 증가의 위험(Danger of Increasing Riches)” 中

이 책을 통해 웨슬리가 전하는 메시지가 ‘그리스도인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고 납작하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가장 거대한 전환은 나의 안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웨슬리가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 청빈의 가치와 설교를 통해 남긴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믿음이 한국 교회에 뜨겁게 계승되기를 소망한다.

노승혁 전도사 (색동교회 수련목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