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로 가는 예수님>, 김진국, 세상의 아침, 2023)

 책을 찾아보다가 반가운 이름이 있어서 바로 주문했습니다. 김진국 목사의 『스타벅스로 가는 예수님』입니다. 제가 작년 9월 ‘오늘의 책’에 소개했던, 2002년 두란노에서 발행한 『안녕하세요? 예수님』을 20년 만에 재발행한 책입니다.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 시대에, 2000년이 넘는 시간 차가 나는 예수님의 말씀에 담긴 뜻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잘 전해지고 있을까요? 김진국 목사는 머리말에서 ‘『스타벅스로 가는 예수님』이 우리 관념의 묵은 때를 제거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전합니다.

 가볍게 펼쳐 읽을 수 있는 책처럼 보여서 제목에 맞춰 스타벅스에 가서 읽었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책을 무겁게 닫게 되었습니다. 20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예수님의 제자들은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아 예수님께 꾸중을 듣는 이야기가 저에게도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책의 제목인 「스타벅스로 가는 예수님」에는 학폭 피해와 왕따로 힘들어하는 소년을 만나주시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소년을 스타벅스로 데리고 가셔서 케이크와 핫초코를 사 주시고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소년을 위로하며 기도하실 때 졸고 있는 것을 보시고 더 길게 기도하셨고, 그 소년은 꿈을 꿉니다. 천국에서 왕따들을 위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삭개오에게 “왕따 중에 최고 왕따가 누구예요?” 하고 물었고, 삭개오는 소년을 스타벅스로 데리고 가서 케이크와 핫초코를 사 주고 이야기를 나눠주었던 사람을 가리키며 예수님이라고 알려줍니다. 소년은 예수님이 왕따 중에 왕따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소년은 아무 잘못이 없으신 예수님이 억울하게 조롱당하고, 채찍으로 맞고, 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일에 비하면 자신의 억울한 학폭 피해는 아주 작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의 기도가 끝나자, 소년은 잠에서 깨어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예수님은 소년에게 “너의 주변 환경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게 하나 변했다. 그건 바로 너 자신이야. 자신 있지?” 하고 말씀해 주십니다.

 주님은 우리를 믿고 주님의 일을 맡겨 주십니다. 변화된 세상이 아니라, 우리에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셔서 도와주십니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믿고 나아가는 겁니다.

 「사라진 라면」에는 20개나 끓인 라면이 13명이 먹는데 턱없이 모자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자기 뒷주머니를 챙긴 제자들이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는 불평을 늘어놓으며 8명만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예수님이 “라면 사건의 주범들을 자를까?”하고 물으실 때, 라면 사건의 주범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고, 예수님이 다시 “죄 없는 사람이 먼저 4명의 이름을 대보아라.” 말씀하시자, 제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아예 스승을 바꿀까? 네 명을 자르는 것보다 한 명을 자르는 게 낫잖아?” 제자들은 늘 문제를 일으키지만, 예수님은 늘 용서해 주십니다. 

 「땅 밟기 하던 날」에는 예수님이 복음을 전하라고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신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제자들은 어디서 배웠는지, 여리고성을 점령한 것에서 유래한 ‘땅 밟기’ 프로그램을 따라 합니다. 제자들은 보기 좋게 실패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땅 밟기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했니, 아니면 너희들 임의로 했니?” 제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목회자가 교회 성장을 기대합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그만큼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장한 교회를 벤치마킹하죠. 실제로 목표를 달성한 경우가 있기에 성장한 교회의 목회자를 강사로 하는 세미나가 생겨납니다. 시대와 상황이 달라지니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교회 성장이 주님의 마음에 맞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주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일들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목사님이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겸손’이라고 하시면서, 자신이 교회에 부임한 다음에 한 부서가 50배 가까이 늘었고, 자신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여기저기 강사로 다니느라 바쁘다고 하셨습니다. 주님이 주신 달란트와 자신이 열심을 낸 값진 열매일텐데, ‘겸손’이라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낫게 여기라고 말씀하시는데, 자신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 앞에서는 굽신거리고, 자신보다 낮다고 여기는 사람 앞에서는 군림하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은 주님의 아름다운 뜻을 이루어 가는 게 아니라,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주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려고 주신 율법인데, 자신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을 정죄하는데 이용한 이들은 하나님의 마음을 알지 못해서 예수님의 꾸중을 들어야 했습니다. 예수님의 꾸중은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돌아오기를 바라시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주님의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자부하며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이들을 정죄했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요? 주님은 그러한 우리를, 차 같이 한 잔 마시면서 얘기하자고 부르시지 않을까요?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