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배를 위한 찬송가 선곡을 하다가 문득 대학 시절 같은 교회를 다녔던 형님이 생각났습니다. 형님은 첫인상부터 남달랐습니다. 훤칠한 키에 단정한 양복을 입고 있었고 팔에는 성경책을 끼고 있었습니다. 2:8 가르마에 안경을 쓴 채로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환하게 웃고 있었지요. 복음 사관학교가 있다면 당장 그 학교 대표 모델을 해도 될 듯한 첫인상이었습니다.
약 20년 전의 일인데도 그 모습이 아직 생생한 걸 보니 당시 신앙과 삶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 늘 인상을 쓰고 살았던 저에게는 그 형님의 모습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나 봅니다. 형님을 처음 만난 날 저는 정말 궁금했습니다. 저 사람은 무엇이 그리도 기쁠까? 저 기쁨의 원천은 무엇일까? 과연 혼자 있어도 저분은 저럴까?
얼마 후 그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한꺼번에 전해 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교회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저 멀리 밖에서부터 귀에 익은 남성의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그 노랫소리는 교회 안으로 들어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내가 늘 의지하는 예수 나의 상처 입은 심령을
불쌍하게 여기사 위로하여 주시니 미쁘신 나의 좋은 친구
내가 의지하는 예수 나의 사모하는 친구
나의 기도 들으사 응답하여 주시니 미쁘신 나의 좋은 친구...”
드디어 문이 열리고 우리 모두가 예상했던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대로의 표정으로 형님은 제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 노랫소리와 가사, 그리고 형님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형님 또한 이전에 많은 상처와 고민을 안고 있었고 그 심령이 참된 위로를 받아 그토록 기쁜 것이었습니다. 그 위로와 기쁨의 근원은 바로 예수였습니다. 세상 다른 모든 것 변할지라도 변치 않는 ‘미쁘신 이’ 예수였습니다. 그리고 기쁨의 근원이신 주님께서 그의 친구가 되셔서 지금도 늘 함께하시고 기도를 통해 함께 교제하니 그 기쁨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홀로 있을 때 무엇을 하느냐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내듯이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바로 그 사람 영혼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홀로 있을 때 여러분의 콧노래는 어떤 곡조인가요? 그 찬송 소리와 가사의 고백은 분명 그 형님의 영혼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였습니다. 지금도 찬송가 86장 ‘내가 늘 의지하는 예수’가 들려오면 저 멀리서 다가오는 듯한 형님의 환한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 얼굴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어두움 가운데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문득 ‘미쁘다’라는 말이 새삼 사랑스럽고 귀하게 느껴집니다. ‘믿음성이 있다’는 의미라지요. ‘미덥다’라는 같은 의미의 말도 있지만 ‘미쁘다’가 훨씬 믿음직하게 느껴지고 신뢰의 정도에 있어서 전적인 긍정의 말로 들립니다. ‘예쁘다’라는 말과 어감도 비슷해서인지 훨씬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세상에 믿음직한 사람은 더러 있겠지만 온전히 우리의 신뢰를 받으실 이는 우리 주 예수뿐입니다. 돈과 명예 건강 인기....잠시 기댈 법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 꽤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참(옛찬송가) 의지하고 늘(새찬송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예수뿐입니다.
친구는 변함없이 늘 가까이에 두고 싶고 필요할 때마다 늘 가까이에 있어 주는 존재입니다. 예수께서 우리의 친구가 되셨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예수께서 우리의 친구가 되셨다는 것은 임마누엘의 실존적 체험이며 더할 나위 없는 기쁨입니다. 그 형님의 노래처럼 말입니다. 인섭이형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