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36회 총회 감독회장 및 연회 감독 선거가 9월 26일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각 후보자들의 정책발표회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저 뜬 구름 잡는 소리로 들리는가 싶다. 일방적인 정책 설명회가 아니라 후보자간 치열한 토론을 전제로 정책의 내실을 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무엇보다도 선거전이 더욱 치열해져 가는 가운데 근거 없는 마타도어들이 난무하며 저열한 선거전이 펼쳐지는 가운데서도, 조금은 더 냉정하게 감독회장 후보자들이 내어 놓은 정책들과 공약들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 정책인가를 좀 더 심도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한편 새로운 지도 체제가 들어선다면, 우선은 다가올 제36회 총회를 고종 황제의 선교 윤허 140주년을 기리는 특별총회로 모였으면 한다. 그리고 2025년은 한국감리교회 선교 140주년을 기리는 기회로 다시 한 번 뜨겁게 감리교회의 부흥의 불길이 타오르기를 바란다.

그러한 관심에서 우리 감리교회의 신앙고백은 감리회의 정체성 회복을 위하여 너무도 중요한 신앙적 유산이며 부흥과 발전을 위한 지침이다. 따라서 감리회의 신앙고백의 구조를 이해함에 있어서 각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의 실천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첫째로, 교리적 선언을 만들면서 전제로 삼은 것이 서구와는 다른 역사와 문화와 상황 속에 살고 있는 조선인들의 생명을 구원하는 데 도움을 줄 힘을 지닌 조선적인 신조를 만들자는 의도였다.

조선적인 신앙고백에 의한 참된 조선인의 교리가 되려면, 우선, 자기가 처한 조선의 전통과 역사와 문화와 사회의 “실재”에 대해 확연히 눈을 떠서 그것을 “복음”적 신앙과 유기적인 “산” 관계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밝은 길이 열려야 한다.

다른 말로, 조선인이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지니고 있는 배경과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 은총과 그리스도 구원의 복음을 “격이 없이 하나로” 깊이 체험하고 거기서 우러나오는 살아있는 구원신앙의 세계를 조선인의 영성과 심성과 정서와 사상과 언어로 자연스럽고도 창조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복음에 대한 이러한 조선적인 체험과 이해와 해석과 표현이 가능하려면 조선인의 신앙 의식과 상태가 서구에서 “이미” 역사적으로 해석되고 형성되어 전해진 기독교신앙의 이해나 교리문자의 외적인 형식의 굴레에서 자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성서에 나타난 그리스도 복음에 충실하며 과거 기독교의 신앙고백과 신조의 역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매이지 않고 자유하여 자기 시대의 새로운 상황에서 재해석해 내려는 신학 자세를 “복음적 자유주의”로 부를 때, 교리적 선언은 조선인의 복음체험과 신앙고백과 표현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의 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있는 것이다.

곧, 교리적 선언 “전체”를 통해 들어난 그리스도 “복음”에 충실히 헌신하면서도 과거의 기존 체계나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하여 서구와는 다른 조선문화와 사회에 살고 있는 조선인들에게 구원과 생명의 빛과 힘을 줄 수 있는 교리를 만들려고 애쓴 의식적인 노력은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둘째로, 교리적 선언의 진보적 성격을 들 수 있다. “진보적”이라함은 사회와 생명체가 그대로 딱딱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Status quo)이 아니라 시대를 따라 변하고 발전하는 특성을 지닌다고 보는 그들의 세계와 역사이해의 표현이라고 했다.

따라서 존재 자체의 진보적인 특성에 따라 산 생명체인 조선사회나 감리교회도 발전하고 변하기에 신앙고백과 신조도 그에 따라 당연히 진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교리적 선언의 진보적 특성은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는데, 일부에서는 그것이 너무 진보적이라는 비평도 있었으나, 당시 변천하고 있던 조선사회와 교회에서는 오히려 실제적인 효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양주삼은 교리적 선언이 있은 지 4년이 지난 후 그간 사정과 평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교리적 선언에 대하여 지나간 총회에서 채용한 ‘교리적 선언’은 우리 조선감리교회가 몇가지 특이한 일을 행한 중에 한가지입니다. 그것을 너무 진보적이라고 비평하는 이도 없지 않으나 세계기독교학자들과 인도자들은 그것이 가장 실제적이라고 칭찬하는 이가 많이 있는 줄 압니다. 금번 총회에서는 그 ‘교리적 선언’을 다시 확정하는 뜻으로 우리 감리교회 각 예배당에서는 매주일 예배 볼 때에 그것을 반드시 낭독하라고 규정하시기 바랍니다.”

셋째로, 교리적 선언의 강한 사회참여 의식에서도 한국적 성격을 읽어낼 수 있다. 초기부터 한국감리교회가 경험해온 큰 특징 중 하나가 민족구원과 사회개혁을 위해 역사 속에 적극 참여하는 투신이었다.

독립협회운동, 상동교회청년회를 중심으로 한 상동파의 구국운동, 기독청년회운동, 신민회의 민족운동, 3.1운동, 농촌계몽운동의 참여를 통해 역사와 사회의 구원을 위해 헌신해온 감리교회였다.

게다가, 당시에는 계급투쟁을 통한 사회혁명운동의 거센 물결에 직면해 있기도 했다. 의식 있는 젊은이들은 점점 더 교회를 외면하고 공산주의 운동에 가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창립된 조선감리교회는 자신의 체질형성에 기여한 소중한 역사 정신을 계승하고 사회주의의 외적인 충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인 기독교를 지향하면서, 교리적 선언 에서도 적극적으로 책임적인 사회참여의 태도를 취해야 했다.

“하나님의 뜻이 실현된 인류사회가 천국임을 믿으며 하늘 아버지 앞에 모든 사람이 형제됨을 믿으며”라는 신앙고백은 바로 이런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체를 놓고 볼 때, 가장 아쉬운 점은 큰 전제로 조선의 토착 교리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에 걸 맞는 구체적인 표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주 섬세하고 정확하고 생명력 있는 조선적인 복음체험과 이해를 표현한 구절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것은, 비록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아직 서구 선교사들의 신학영향을 여전히 받고 있거나, 미국과 일본에서 서구신학을 공부한 유학도들이 거기서 배우고 빌려온 신학내용과 개념을 충분히 소화하여 조선적으로 새롭게 창조적인 표현을 하지 못했다는 한계에서 온 현상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들은 조선적인 기독교 신앙고백과 조선신학의 “길의 문”을 열어냈으며, 그 완성의 과제는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대들에게 넘어와 있는 것이다.

2030메소디스트 포럼(Methodist Forum)

총무 곽일석 목사(iskwa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