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혼자 레벨업 / 추공 / 파피루스 / 2018

 ‘양판소’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라는 말의 줄임말로 형식적으로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시기별로 유행하는 클리셰를 조합한 소설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설정부터 시작해서 소설의 전개 방식도 비슷합니다. 뛰어난 작품성을 지니고 있거나 과거 나온 고전 판타지 소설처럼 특이한 세계관 등이 있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지면에서 나오는 소설도 아니죠.(물론 흥행에 성공한 경우는 일러스트가 가미된 종이책이 출간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작품을 두고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오늘 오늘의 작품은 연세가 있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클리셰를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가 MZ세대 혹은 그보다 더 뒤에 있는 앞으로 올 젊은 세대의 시대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흔히 양판소로 분류됩니다. 양판소의 경우 크게 두 가지 장르가 있는데, 하나는 인생 2회차 혹은 인생 N회차와 같은 회귀 혹은 차원이동물(드라마로 나왔던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이고, 다른 하나는 롤플레잉게임과 같은 형태의 게임 혹은 던전물입니다. 이것은 현대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판타지이건 무협지이건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이 뻔한 클리셰에 열광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현실에 대한 강한 부정, 그리고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바꾸고 싶은 현재와 미래.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 많은 젊은 이들은 이러한 작품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여기에 공감하며 열광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오늘의 작품이죠. 

 이 작품에는 아주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일어나라”. 작 중 하찮은 능력만 지니고 있던 주인공이 새로운 기회를 얻고 네크로맨서(강령술사)가 되면서 죽은 자를 되살릴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작 중 주인공은 그 전에 유행했던 대부분의 판타지에서 악역에 불과했던 죽은 자를 살리는 네크로맨서라는 캐릭터로 전인류를 구하게 됩니다. 

 그 동안 나온 수많은 양판소가 있었음에도 제가 이 작품을 소개한 이유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글의 제목에서 보이듯 이 작품은 한국 IP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으로 만들어진 웹툰(스마트폰을 통해 웹 상에서 즐길 수 있는 카툰(만화를 말합니다)은 전세계적으로 142억뷰라는 엄청난 흥행을 했고, 그 덕분에 지금의 한국 웹소설, 웹툰,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영화, 게임에 이르는 새로운 산업을 열게 됩니다. 말 그래도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창조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다음으로는 이 작품의 분량 때문입니다. 웹소설 연재분으로는 270화 웹툰 연재분으로는203화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양판소의 경우 연재가 곧 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기작의 경우 수백회 때로는 천회가 넘어가는 작품도 많은 반면에 비교적(?) 짧은 작품이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만 읽고 나면 다음 세대의 시대상을 읽기 위해 굳이 맞지 않는 다른 양판소를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작품은 회귀, 게임 두 가지의 장르를 잘 혼합해놨고, 악역 전문이었던 네크로맨서를 통해 세상이 구원되는 설정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설정은 주인공의 대사와 작 중 시스템이라 불리는 존재의 대사를 통해 우리가 다음 세대라 불리는 이들의 시대상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설이나 웹툰. 둘 중에 하나라도 잠시 시간을 내셔서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장세현 목사(베트남선교사)

▲ 웹소설 표지

▲ 웹툰 표지

▲ 애니메이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