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흐르는 대로>, 지나영, 다산북스, 2021)

“만 41세 생일을 앞둔 하루 전날, 쉴 틈 없이 달려오던 내 인생을 180도 우회하게 만든 믿기 어운 일이 일어났다. 몸살과 같은 근육통과 오한을 앓은 이후 나는 이름 모를 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몇 달 만에 증상이 급속이 악화되더니, 결국 잠시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일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난 걸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녀는 미국 존스홉킨스와 연계된 케네디크리거인스티튜트 병원의 소아정신과 의사였습니다. 의사인 자신조차 알지 못한 병이었습니다. 지나영 님은 몸이 우르르 무너지면서 결국 쉴 틈 없이 질주하던 인생이 급정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살면서 병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한 습관을 유지한다고 해도 질병은 딱 공식에 맞춰 우리의 삶에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담배 한번 안 피워본 사람이 폐암에 걸리기도 하고, 날마다 달리고 운동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심장 질환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남편은 우울증이 아니냐고, 수많은 의사들도 우울증인데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근육의 힘이 다 빠져버려 축 쳐진 채 생활해야 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심정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존스홉킨스 병원에 처음 갔을 때 겪은 신비한 경험을 잊지 않았습니다. 많은 환자와 그들의 가족이 ‘위로자 그리스도상’에서 예수님의 발을 잡고 회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커다란 발밑 받침대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그녀는 이 성경 말씀을 읽는 순간, 마치 하나님께서 ‘이곳이 바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이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실시한 어느 심리학 연구 결과입니다. 한 그룹의 환자들에게 ‘30퍼센트의 실패율이 있는 수술’이라고 얘기를 했고, 다른 그룹에는 ‘70퍼센트의 성공률이 있는 수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의 그룹은 대체로 부정적인 생각인 반면 뒤의 그룹은 대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사실 70퍼센트의 성공률이나 30퍼센트의 실패율은 같은 말입니다. 그런데 실패율이라는 단어다 들어가면 부정적으로, 성공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사람입니다. 

그녀는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의 힘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린다’ ‘병이 내게서 빼앗아 간 것보다 주고 간 게 더 많다’ 그녀는 남편에게 이렇게 당부해두었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먼저 간다면 내 장례식에는 다들 검은색 정장이 아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와서 슬픈 음악이 아닌 행복하고 평안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누가 뭐라 하든 개의치 말고 마음껏 웃고 즐기다가 갈 수 있게 하세요.”
                                                     
이기철(응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