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웨일북, 2020)

어려서부터 나는 사업, 계산 같은 쪽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고, 오직 세상 돌아가는 상황과 현실에 대해서만 호기심이 컸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사회변혁에 눈뜨고, 신대원 졸업 후 운동판에 들어가게 된 것도 다 그런 이유였다. 

그런데 중년을 넘어서자 담쌓고 살았던 천체와 물리현상에 자꾸 관심이 가고, 최근에는 생물과 생명현상, 그리고 나도 잘 알지 못하는 내 마음 속사정도 더 알고 싶어진다. 그저 지적인 호기심이 아니라, 내게 생명 같은 신앙과 연결되어 남은 하반생을 어떻게 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고심하였다. 자연스레 <나(몸과 마음)-생명-이웃과 사회-우주-영원>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피부적으로 더 느끼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개별 주제들 각각이 서로 깊이 연결되어, 이어지고, 신비스럽게 서로 작용하는 조화로운 관계를 맺고 통합되어 있음이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 시리즈를 채 사장이며, 이 책이다. 말 그대로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저자의 장점은 관계 분야의 핵심을 전체와 연결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의 <지대넓얕> 시리즈의 가장 최근판으로, 종합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루는 주제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다. ‘우주(세계의 탄생)-인류(인간과 문명)-베다(우주와 자아)-도가(도리와 덕성)-불교(자아의 실체)-철학(분열된 세계)-기독교(교리와 신비)’다. 그저 산만하게 이것, 저것 핵심 요약이 아니라 저자는 이 모든 주제가 <나(자아), 세계, 관계>라는 맥락에서 통일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 주제는 다양한 지식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통합과 연결이기 때문에, 태고적 우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작을 알아야 과정과 종말을 알 수 있고, 거시적 전체를 알아야 미시적 부분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우주다. 구체적 내용은 책을 읽어보시되, “아무래도 세계는 생각보다 신비한 무엇인 듯하다. …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기이한 세계의 매우 일부분만을 단순하게 이해하도록 태어났다.”(67쪽) “어쩌면 우리 우주는 우리가 이곳에서 눈떴기에 비로소 존재론적 의미를 획득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89쪽)는 사실은 기억하면 좋겠다. 

많은 우주 존재들이 있지만 우리는 역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 인류의 여정을 알기 원한다. “문명은 유례없는 풍요와 안전을 보장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 사이의 거리는 너무도 가까워졌고, 이로 인한 새로운 갈등과 욕망이 인간의 내면에 자라기 시작했다. … 입고 다니고 들고 다니는 것들의 형태와 모습은 다를지 모르지만, 인간이라는 근원적인 세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168, 169쪽)

지금까지 우리를 둘러싼 우주 세계를 이야기했다면, 이제 이 세계에 대한 우리 인류의 이해와 나와의 관계로 좀 더 좁혀본다. 모든 사람마다 각각 이해와 생각이 다를 수 있으나 인류를 대표한 위대한 스승과 철학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하려고 한다. 

그는 동양적 사고와 이해를 대표하는 (힌두교) 베가, 도가와 불교를 살펴본다. “인도와 중국을 아우르는 고대 동양의 근원적인 사유 방식은 자아와 세계를 분리하지 않고 이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일원론에 기반을 둔다.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자아의 마음이 그려내는 것이고, 세계란 자아의 마음 안에 담긴 것이며, 자기의 내면으로 깊게 침잠했을 때 비로소 세계의 실체와 조우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위대한 스승들의 보편적인 가르침이었던 것이다.”(388, 389쪽)

“서양의 사상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즉 철학과 기독교를 근본 뿌리로 한다. 이 두 사상은 … 그 본질에서는 이원론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2천년의 역사 동안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어올 수 있었다. … 특히 서양 철학이 근대에 이르러 일원론의 가능성을 탐구했던 것과는 달리 기독교는 이원론을 유지했다. … 하지만 기독교 역사 속에서도 일원론적 측면에 대한 탐구가 있었다. … 이로써 일원론의 사유가 … 인류 역사상의 모든 지역과 시대를 포괄하는 보편적 사유 방식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543, 544, 545쪽)

너무 광범위하고, 다양한 주제들을 다 다루려니 저자 자신이 밝힌 대로 ‘넓고 얕은 지식’처럼 보이나 실제 책을 읽어보면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신앙인이라면 하나님 나라의 맥락이 시대와 역사, 아니 우주와 영원 속에서 어떻게 이해되는지 깨닫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구교형 목사 (성서한국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