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현장에서 부모상담을 하면서 더욱 알아가는 사실이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는 거의 다 역기능 가정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너나 없이 모두가 불완전한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며, 따라서 불완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부모역할이 인생에서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합니다. 그래서 부부갈등을 ‘결혼의 혼수품’이라 하나봅니다. 부부갈등의 원인을 들여다 보면 부부가 달라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몰라서, 혹은 인정하기 싫어서 싸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겉에서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지만 , 부모(주양육자, 이하 엄마)의 마음 속에 저마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있습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유치하기 짝이 없어서 촉발사건에 걸려들면  호시탐탐 문제를 일으킵니다. 사소한 자극에도 짜증을 내고, 간혹 욱하기도 하고, 때때로 맘에 안들면 아무나 들이 받기도 합니다.  

‘말하지마’, ‘화내지마’, ‘감정을 표현하지마’, ‘약하게 보이지마’ 등으로 어린시절, 감정을 무시당하고 억압된 생활을 경험했다면 엄마의 삶은 더욱 거칠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감정을 억지로 삼켜버리거나 상한 감정을 구석에 쳐박아 버렸다면 어떤 위험이나 위협이 생겼을 때 혹은 학대를 당하는 순간에도 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져버릴 수 밖에 없어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이런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일찌기 강압적인 부모에게 대항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터득합니다. 그래서 생존하기 위해 순응하는 법을 배워 버립니다. 참는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일찌기 착한 아이 코스프레를 하게 되는 거지요. 착한 아이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착한 역할에 익숙해진 채 가짜 자기로 살아가는 겁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라 부모가 됩니다. 

이러한 환경은 대부분 수치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이나 진실을 왜곡해서, 극단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을 드러냅니다. 예를 들면, 부모가 자주 다투거나 매순간 자신과 함께 하지 않으면 부모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해버립니다.

“나는 나쁜 아이야.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어” 라고 자신의 가치를 정해버리는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러 자녀를 망치려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이러한 결핍의 제공은 자녀를 향한 부모의 공격입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세상을 희망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사이에 전수되어 대물림되어 버립니다.  

연애관계가 지난 부부의 갈등을 보면, 시간이 지날 수록, 상대에게서 자신의 부정적인 면들을 찾아내어 그를 통해 어린시절에 결핍된 미해결과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상대방에게 무의식적으로 요구하고 기대합니다. 상대가 해주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거듭하면서 좌절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부부갈등은 부부관계는 물론, 가정의 정서온도를 떨어뜨리고 자녀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같은 패턴으로 계속될 때, 어린시절에 해결하지 못한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더 큰 갈망과 공허함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눈치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끊임없이 상대에게 요구하게 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 처음 대화에서는, 자신의 유년기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럭 저럭 괜찮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이 성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녀와의 관계, 부부관계가 엉망이 되어가는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착하고 순종적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무거운 짐과 억울함을 이해해야 합니다. 

자신의 부모는 각자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느끼고 살아왔고, 그것에 대해 불평이나 원망하는 것은 ‘나쁜아이’ 라고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살아왔습니다. 부모로서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모와 별개로 자기자신만 바라본다면 부모의 힘든 상황을 바라보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꾹 누른 채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진실과 마주할 때 허상을 깨버릴 수 있습니다. 어떤 감정도 틀린 것은 없습니다. 살아가는데 다 필요한 감정들이었습니다. 어린시절 경험한 부정적인 감정의 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을 드러내고 경험할수록 점점 더 강해지고 온전한 자신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응하는 아이보다 반항하는 아이가 더 건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녀가 고집을 부릴 때. 자기 생각대로만 하려고 하고 짜증을 낼 때, 그것을 제대로 받아줄 수 없을만큼 짜증이 올라온다면 엄마의 내면아이가 아직 울고 있는 상태에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어릴 때 자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참고 살아왔기 때문에 칭얼거리고 짜증내는 아이의 감정을 받아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어린시절, 감정을 표현했을 때 수용받은 경험이 없고, 꾹꾹 눌러 참고 살아왔기에 제멋대로 고집을 피우고 짜증내는 자녀의 모습은 자신을 극도로 자극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참지 못하고 유치하게 아이와 다투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억할 것은 인생은 문제 투성이라는 것입니다. 종종 우리들은 자신에게 처해진 문제가 마치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저질러진 작전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이건 옳지 않아” 라고 원망하고 불평합니다. 

심리학자 스캇펙은 “인생의 문제를 다루는 방법은 그 문제를 푸는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문제와 고통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문제와 고통은 모든 사람의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문제는 풀어지기 시작합니다. 

감정은 개인적인 힘의 일부라서 필요가 충족되어야 자신을 움직이는 정신적인 연료가 됩니다. 적절한 감정은 갈망과 기대를 만들어 삶의 에너지가 되게 하고,  주도적인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합니다. 

엄마의 내면아이, 엄마의 내면아이를 돌보아야 합니다. 지지받은 경험이나 공감받은 경험이 없다면, 지금 어른이 된 자신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모두는 자신 안에 이미 내재해 있는 셀프케어가 가능한 힘이 있고, 그것을 찾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스스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면 전문가에게 문의해보시길 제안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 힘든 세상을 헤치고 여기까지 잘 오셨습니다. 자신의 복되고빛나는 삶을 위해, 오늘은 시간을 내어, 자신의 내면아이가 행복한 지, 잘 지내고 있는지, 뭘 원하는 지, 한번 쯤 점검해보는 시간이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박효숙교수/목회상담학박사
뉴저지 공인 가족치료상담사(LAMFT)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 분노치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