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꼬이게 만드는 그 사람 대처법>, 크리스텔 프티콜랭, 이세진, 부.키)

20년 이상 신경언어학, 교류 분석 등을 연구하여 심리 치료사, 자기계발 강사,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나르시시스트 전문가이다. 그녀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또는 친구나 연인과의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상처 입는 사람과 상처 주는 사람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그러한 인간관계의 원인과 결과, 해법을 제시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나는 왜 네가 힘들까』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할까』 등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심리 조종 피해자들과 심리조종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리조종이란 말이 익숙하지 않는다면 가스라이팅으로 대처해도 좋을 듯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직접 상담한 심리 조종 피해자들의 예화들을 소개했는데, 그녀가 그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게 여긴 것은 바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반복성’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심리조종자들은 대부분 나르시시스트일 텐데, 나르시시스트들은 신기하게도 같은 양성학교에서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배운 것처럼 같은 패턴으로 심리조종(가스라이팅)을 한다. 

심리조종자들의 프로필은 희한하리만치 표준화되어있으며 매우 동일한 특징을 보인다. 그들의 인간관계는 늘 똑같은 성격을 띠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을 어김없이 드러낸다. 동일한 원인은 동일한 결과를 낳기 마련이기에, 이러한 정신적 지배 관계는 매번 동일한 영향을 끼치고 마음의 병이 육신의 병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심리조종자, 즉 당신을 힘들게 하는 나르시시스트는 당신을 괴롭게 하는 거짓말을 하고, 자기가 한 말을 제멋대로 뒤집고, 악의를 드러내는 사람, 당신의 신망을 떨어뜨리고, 당신을 비난하고 폄하하는 사람, 또 당신 앞에서는 악마처럼, 당신의 주변인들 앞에서는 천사처럼 행동하는 사람, 사회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겉모습 뒤에 미숙하고 비열하고 못된 모습을 감추고는 당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좀먹는 사람들이다. 

그녀는 심리치료사로서 사람들이 정신적 지배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피해자들로 하여금 오랜 악몽에서 깨어나 명철한 의식을 회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입장을 정리하고, 차분하게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마침내 스스로 자신들이 갇혀있던 감옥의 문을 열도록 돕고 있다. 

심리조종에 대한 무지는 심리조종자라는 해롭고 파괴적인 무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다. 덕분에 그들은 믿을 수 없으리만치 대가도 치르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간다. 심리조종자, 즉 나르시시스트들의 행동이 사회에는 보이지 않게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는데도 말이다. 이 약탈자들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질병, 다양한 신체적 증상 및 우울증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 제공자이다. 회사 내에서도 그들의 무능, 꼼수와 게으름, 파워게임,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사기 저하와 인력교체는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사실 심판이 필요한 사안의 대부분은 심리조종자들이 만들기 좋아하는 말싸움, 그들이 고의로 한껏 왜곡하고 악화시킨 말싸움의 직접적인 결과일 뿐이기에 많은 직업군에서 심리조종자들의 프로필과 행동 방식에 대해 잘 알게 되면 효율성과 평온함 측면에서 실속을 거둘 수 있다. 

심리조종자들의 목표는 언제나 똑같다. 남들을 희생시켜 자신의 우선순위를 채우는 것이다. 그들의 심리조종, 즉 가스라이팅을 통한 지배의 매커니즘은 점진적으로, 은밀하게 자리를 잡기 때문에 감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배 관계에 있거나, 집요하게 시달림을 당하면서도 그것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들은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신체적 징후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그러면서도 주위의 누군가가 흡혈귀처럼 자신의 활력을 빨아먹고 자신을 은밀하게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고 자신이 무능하고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탓한다. 정신적으로 지배를 받으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는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의 목표는 피해자가 착각을 말끔히 몰아내고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명확히 보게끔 이끄는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떤 것들이 심리조종의 실마리가 되는가? 지배와 괴롭힘이란 무엇인가? 심리조종자는 어떤 사람인가? 심리조종자의 목표는 무엇인가? 심리조종자의 수법은 어떠한가? 어떤 사람이 피해자가 되며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는가?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고, 함정을 피하고, 명령에 저항하고, 자존감과 자신의 본모습을 회복하여 자유로운 의지와 행동을 되찾을 것인가? 이다

이 책을 통해 날 괴롭게 했던 그 사람이 사실은 그저 미성숙한 겁쟁이였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그 지배에서 한결 수월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도 여전히 버릇없고 못돼 먹은 아이 같이 주위 사람들의 삶을 좀먹고 있는 심리조종자들은 분명 해를 끼치는 존재이지만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지배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심리조종자들과의 만남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입장을 정립하고, 차분하게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상대가 나를 존중하게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심리조종자들이야말로 우리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따끔하게 일깨우는 스승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임석한 목사(성복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