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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할당제 분노한 학생들
지난 7월 중순부터 방글라데시에서 학생 시위 소리가 들렸다. 1971년 파키스탄과의 해방전쟁에 싸운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공무원자리의 30%를 할당한다는 판결이 내린 이후였다. 방글라데시 공무원 초봉은 280 USD인데 그다지 큰돈은 아니지만, 일반 직장 초봉은 210 USD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게다가 공무원에게는 의료혜택, 교통비, 주택등이 제공되어 다른 직장과 비교할 수 없다.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서로 공무원이 되겠다고 인간임을 쓰지만, 더욱 힘들어진 것이다. 학생들이 다카 거리로 뛰어나간 이유다. 총리인 셰이커 하시나는 연설 중에 독립 유공자 자녀들이 공무원자리를 갖지 않으면 라자카(Razakar)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것이라고 말하며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라자카는 1971년 독립운동때 파키스탄 군인들에게 협조했던 군인들로 배신자라는 말로 사용된 말이다. 하시나 총리는 시위에 나선 학생들과 시민들을 배신자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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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Amnesty International |
Bangladesh: Unlawful use of force against protesters must end immediately - Amnesty International
인터넷이 재개되자 개인들이 찍은 영상들이 세계로 퍼져갔다. 경찰이 조준 사격을 했다는 증언도 나돌았다. 아들을 잃은 한 여성은 울부짖었다. ‘내가 낸 세금으로 산 총에 18살 아들이 맞아 죽었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고, 그중에 집에서 공부하던 9살 소년은 창문으도 들어온 총에 맞아 죽기도 했다. 부상자는 천명을 웃돌았다.
대법원은 서둘러 국가유공자에게 30% 할당한 것을 5%로 낮추고 소수자들에게 2%를 주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아니라 불의와 부패로 물든 정부를 향해 외쳤다. “ 살인자 하시나! ‘라는 구호가 다카 거리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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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영웅의 딸 하시나 수상 |
독립영웅의 딸 하시나 수상
하시나 전 수상은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며 독립운동 영웅 ’방가반두‘의 딸이다. 그의 아버니지는 1975년 쿠데타에 의해서 몰살당하고 당시 유학중이었던 하시나와 그의 여동생만이 살아남았다. 하시나 총리는 서독과 인도 등에 머물다가 1981년 방글라데시로 돌아와 반정부 투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가택연금을 당했을 뿐 아니라 군사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웠다. 결국 1996년에 총리에 올랐고, 2009년에 두 번째로 총리가 되어 15년 장기 집권을 하였다.
민주화를 향한 그의 정치적 행보는 정권이 길어지면서 권위적이고 보수적으로 변해갔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반대당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과 부정선거로 비판받는다. 그의 부정축재에 대한 의혹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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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5월초 필자가 방문한 라나플라자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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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나 플라자, 연합뉴스 |
하시나의 경제 발전정책,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
하시나는 방글라데시의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취임할 당시 GDP 698.5 달러였지만 2022년 2688.3 달러에 다다랐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경제발전 지표 뒤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2013년 다카 주변 지역의 라나플라자 붕괴 사건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성들이 주로 일했던 의류 공장이 밀집되어 있던 건물이다. 1129명이 사망했고 2500명이 부상했다. 공장주들은 달려와 사람보다 미싱을 먼저 꺼냈다는 일화가 있다. 여성 노동자들은 이미 흔들리는 공장에서 들어가지 않으려 했지만, 납품 날짜를 맞추지 않으면 월급도 못 준다는 협박에 두려움 속에서 공장에서 일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영국 옥스팜은 라나플라자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의 상당수가 공장에서 섹스를 했다고 보고했다. 일하러 와서 즐긴 것일까? 그들은 낮은 임금에 성 착취까지 당하고 있었다. 발전경제학자 자야티 고시에 의하면 특정 지역에서 다국적 기업이 더 낮은 임금을 찾아 공장 문을 닫고 이전하면 갑자기 그지역 성매매 산업이 증가했다는 조사를 발표했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저임금 노동으로 GDP를 높이려 했지만, 그 뒤에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이 있었다.
지난 5월 초에 필자가 방글라데시에 갔을 때, 라나 플라자를 찾아갔다. 건물 잔해는 없어졌고 잡초만이 무성했다. 하시나 정부는 노동의 비극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기보다 지워버리고 있었다. 함께 갔던 여성운동가들은 한결같이 이야기 했다. ’처참하게 죽고, 부상당한 노동자들을 위해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소통에 실패한 지도자
300여명의 시민들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하시나가 사임하고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외쳤다. 그들은 바리케이트를 넘어 총리 관저로 향했다. 그러나 하시나는 사임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왜 폭도들을 막아내지 못하냐고 군인들에게 불호령만 내렸다.
하시나는 워크맨 신드럼에 걸린 지도자라고 평가된다. 사람이 가득한 시장에서도 자기가 듣고 싶은 음악만 듣는 사람처럼 그는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젊은 사람들에게 인색했다고 한다. 이런 하시나를 설득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국에 사는 그의 아들이 78세의 하시나에게 건강을 위해 피신하라는 말에 급하게 인도로 피신했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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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누스가 과도정부 리더로 취임하였다. |
Nobel Laureate Muhammad Yunus becomes head of interim government in Bangladesh | Euronews
유누스, 과도정부의 리더가 된다.
학생리더들은 군인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마호메트 유누스(84세)를 과도 정부의 리더로 뽑았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경제학 교수였던 그는 방글라데시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미소 경제‘를 제안하고 그라민 뱅크를 설립했다. 대출 조건은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후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처음에는 남자들에게 대출을 해주었다. 남자들은 적은 돈을 받자, 술을 마시고 노름을 했다. 그러나 여자들은 달랐다. 작은 돈으로 시장 바닥에 앉아 장사하며 가족을 먹이고 자식을 교육했다. 상환율은 95%였다.
하시나 정권은 유누스를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비난했다. 2011년에는 그를 그라민 뱅크의 수장에서 쫒아냈다. 6만명의 시민이 인간띠를 만들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하시나 정부는 지금도 그에게 횡령혐의를 씌우고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10여건의 고소 고발을 하고 있는 상태다.
두 번째 해방
이번 학생들의 시위는 방글라데시에 두 번째 해방을 주었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죽은 이들을 위한 정의가 마련되어야 하고 부패로 뒤틀린 법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 뒤에 폭도가 있고, 그들이 힌두교인들과 소수자들을 공격한다는 소문이 들리자 학생들이 거리 교통을 정리하고 국회와 거리를 청소하고 사원과 학교를 지키고 있다. 혼란 속에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보호하려 한 것이다. 거리 청소를 하러 나선 학생들은 대학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쓴다. 함께 촛불 기도회도 한다. 힘은 총과 칼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꿈 꾸는 자들의 것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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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학생들 (굴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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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의 추도 모임 (굴산의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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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https://www.aljazeera.com/news/liveblog/2024/7/21/bangladesh-quota-protests-live-top-court-scales-back-job-reservation
https://www.moneys.co.kr/article/2024071421238087110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3161448
https://www.ytn.co.kr/_ln/0104_202408030308412710
https://www.youtube.com/watch?v=bjWidyu1hZk
https://www.lemonde.fr/en/international/article/2024/08/04/bangladesh-protesters-demand-pm-resign-as-death-toll-mounts_6709017_4.html
● 이 기사는 국가인권위원회 별별기자 블로그에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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