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꽃, 예수기도>, 이민재, 신앙과지성사, 2024)

  기도, 이보다 쉬울 수 없습니다. 그저 예수 이름만 부르면 되니까요. 기도, 이보다 어려울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루에 예수의 이름만 일만 이천 번을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해낸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세상은 간데없고 구속한 예수만 보이는 세상을 엽니다. 이것은 빈말이 아닙니다. 예수로 가득한 말입니다. 나는 서방교회 전통에서 자라 서방교회 신학을 공부하며, 개신교회에서 목회하며 잘 몰랐습니다. 영성신학을 접하면서 예수로 가득한 기도, 그 기도의 꽃을 만납니다. 예수의 이름에 “자기 백성을 구원할 자”(마1:21)로 그 능력이 담겼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우주 만물이 무릎 꿇을(빌2:10) 그 이름 예수를 불러봅니다. 소경이 물러(눅18:38) 눈을 뜹니다. 열 문둥이가 불러(막17:17) 몸이 깨끗해집니다. 나도 불러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이렇게 동방교회 전통을 따라, 신화(Deification)에 이르는 영적 수행을 정진합니다.(55)

  스승에게 『필로칼리아』를 추천 받은 러시아의 한 젊은이는 일만 이천 번의 예수기도를 한 후 이렇게 씁니다. “어느 날 아침 일찍 기도가 저를 깨웠습니다. 제 혀와 입은 제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예수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하루 종일 이런 기쁨에 싸여, 그리고 다른 어떤 것에도 주의를 빼앗기는 일 없이 보냈는데, 이는 마치 제가 다른 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62) 그의 이런 무아(無我) 경험은 심장(마음)의 기도가 됩니다. 정곡을 찌르는 ‘화살기도’라고도 합니다. ‘예수’라는 거룩한 이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다른 화살기도와는 좀 다릅니다.(70) 이 예수기도의 영성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예수의 거룩한 이름에 내재한 신성과 신비한 권능입니다.(76) 이 신성한 하나님의 현존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5:17)는 바울의 권고가 함축되는 의미입니다.(81)

  예수기도는 매우 단순합니다. 형식을 갖추든 갖추지 않든지 간에 예수기도를 반복해서 하면 자연스럽게 침묵으로 이끌립니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기도낱말 중심에 숨어있는 침묵을 발견합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수련하다 보면, 침묵은 더욱 깊어지며, 침묵 속에서, 침묵과 함께, 침묵을 통해, 침묵으로 하나님을 경험합니다.(83) 예수기도는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세 친구를 필요로 합니다. 첫 친구는 아남카라(영혼의 친구)입니다. 직간접으로 영혼의 친구를 만나십시오. 두 번째 친구는 기도매듭입니다. 양모나 노끈을 꼬아 만든 화관모양의 둥근 매듭입니다. 세 번째 친구는 호흡입니다. 호흡에 맞춰 리듬과 템포를 일치시키면 더욱 깊어집니다.(91-92)

  예수기도는 반복과 지속이 수련의 핵심입니다. 반복과 지속을 통해 예수기도는 입술에서 정신(mind)을 거쳐 마음(heart)에 이릅니다.(174) 나아가 예수기도의 궁극의 목적은 ‘신화(神化, deification)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예수님의 기도와 같아지고, 우리의 생명이 그분의 생명과 하나가 되는 것은 신화를 이루기 위한 방편입니다. 이 신화의 이상은 출애굽한 백성들에게 주어진 명령(거룩,레19:2)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유가 하나님의 성품(벧후1:3-4)에 참여하라는 신화의 요청입니다. 이 신화는 인간의 지식과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178) 예수기도를 하는 동안 우리의 심장(heart)은 예수의 심장으로 바뀝니다. 영적 심장이식 수술이 이루어져 새 사람이 됩니다. 진정한 나, 참 나가 됩니다.(206)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호흡을 따라, 걸음에 맞추어, 심장 박동소리와 함께 계속 해 봄직 합니다.  

한천교회 전승영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