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보물이 있는 곳에>, 유진 피터슨 지음, 김순현 옮김, 포이에마, 2021) 

기도를 고민하며 기도하게 되는 요즘이다. 
모든 교회,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기도하지만 기도만큼 왜곡이 많고 오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호흡이고 날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믿음의 실천이지만, 때로 이 시대의 기도는 사물화 되고, 도구화 될 뿐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이 사적 영역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기도가 상품화 되거나 문제해결의 도구가 되어 개인의 욕망을 부추기고 원하는 바를 이루는 비책처럼 여겨지는 모습도 보게 된다. 그리스도의 말씀과 삶에 대한 순종과 그리스도인의 존재변화에 대한 열심은 뒤로 미루고 자기중심적 기도의 응답에만 몰두하는 기도의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기도의 성장과 성숙을 고민해야 할 때, 유진 피터슨의 책 <너희 보물이 있는 곳>은 마음을 시원케 해주는 얼음냉수 같은 책이다. 이 책의 부제는 “자신에 대한 관심을 공동체로 되돌리는 시편 기도”인데 유진 피터슨은 이 책에 열 한 개의 시편 묵상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기도의 영성’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 전체의 문제제기라 할 수 있는 1장에서 시편 2편에 대해 묵상하면서 ‘이기심이라는 감옥’에 대해 말한다. 그는 마르틴 부버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자기 위주로 퇴보한 삶’과 ‘과도한 자기 생각에 빠진 고립된 정신’이라고 말한다. (14-15). 그리고 이것은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들 즉, 핵위협, 군국주의, 폭력적인 탐욕, 거만한 소비지상주의 등 인류의 광기를 초래하고 있고, 세계와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무서운 이기심이 인류역사를 숨 막히게 하고, 사람들의 영혼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하면서 이 모든 것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은 오직 참된 기도의 회복임을 강조한다. 

“갑갑한 자아의 세계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광활한 세계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은 기도밖에 없다. 자아를 말살하고 사회를 파괴하는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자아를 고양시키는 공동체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은 기도밖에 없다. 기도 안에서만 우리는 자아를 왜곡하고 옥죄는 활동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진리와 하나님의 드넓은 품에 안길 수 있다. 기도야말로 이 나라에 건강하고 힘찬 구석이 얼마간이라도 존재하도록 기여하는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행동이다. 기도는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원천 행동이다.” (17-18)

유진 피터슨인 이렇게 말하면서 시편을 통해 기도의 성숙과 성장을 제안한다. 시편은 ‘행동하는 기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성경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시편의 영성으로 기도함으로 우리의 두꺼운 자아의 장벽을 뚫고 그리스도께서 시작하시고 지금도 역사하시는 하나님나라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24-25) 또한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이 시편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개혁적이며 혁명적인 변화를 자신과 공동체에서 이루어 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시편 2편 외에도 시편 87편(“하나님이 지으신 존재”), 시편 110편(“하나님께 집중하는 기도”), 시편 93편(“주권자요 통치자이신 하나님”), 시편 77편(“자기 연민이라는 세균”), 시편 14편(“심정적 무신론”), 시편 82편(“하나님의 일에 종사하며 자기 잇속만 차리는 자”), 시편 45편(“새로운 사랑의 모험”) 등 자신의 시편묵상을 소개함으로 개인의 이기적 기도를 극복하고 ‘기도의 공동성’을 회복해야함을 소리 높여 말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났지만, 아직도 유진 피터슨의 묵직한 목소리가 마음 속에 메아리 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간절한 소망이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오늘부터라도 매일 시편 기도를 실천해 보려 한다.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대로 시편은 가장 중요한 ‘성경의 기도서’이기 때문이다. 

“시편은 예수 그리스도 공동체의 기도서이며, 주기도문에 속하는 기도서다.” (<성경의 기도서 – 시편개론> 디트리히 본회퍼, 김순현 역, 복 있는 사람, 16)

우리 시대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시편의 영성으로 기도함으로 개인의 욕망과 이기심을 넘어 개인과 가정과 교회와 사회를 변혁하고, 우리가 서 있는 곳에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강같이 흐르게 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기대한다. 우리의 모든 기도가 “영광의 하나님과 거룩한 발맞춤을 하는 모든 과정”이 되기를! (<C. S. 루이스 기도의 자리로 – 영광의 그분과 거룩한 발맞춤> 마이클 G. 모들린, 윤종석 역, 두란노, 책의 부제)

최명관 목사 (혜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