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나우 마을 발전소>, 다구치 리호 글, 김송이 옮김, 상추쌈, 2019) 

“RE100”

아마도 지난 대선 TV 토론 중에 살짝 쟁점이 되어 유명세를 타게 된 덕분에 많은 사람이 들어보게 된 단어일 것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기업에서 이용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100% 사용해야 한다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는 9%(2023년 기준) 정도로 세계 전력량 92%를 이용하는 국가들의 총전력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30%가 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한겨레 신문, 24년 5월 8일자: 영국 글로벌 싱크탱크 '앰버'분석) 게다가 현 정부는 무탄소 전력(CF100)이라는 이름으로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자력에너지에만 모든 예산을 때려 박으려 하고 있으니.,.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원자력 위기에 우리는 고스란히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없으면 하루도 살기 힘든 전기를 얻기 위해 자연과 환경을 죽이고, 약자의 권리를 헤치며, 미래를 저당 잡히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쇠나우'는 인구 2500명이 살고 있는 독일의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쇠나우 전력회사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건으로 인하여 위기감을 느낀 한 부부의 지역 신문 광고를 통해 시작된 쇠나우 지역 시민들의 모임이 시작되었다. 체르노빌 사건 이후 '정부나 전력 회사는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구나. 이대로 두었다간 핵 없는 사회는 바랄 수 없겠다."하고 깨달은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핵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모임에서 함께 에너지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다.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먼저는 전기를 낭비하는 태도를 버리고자 생활 속 실천을 해가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하고자 에너지 절약 책자도 펴낸다. 그러나, 설명만으로는 실천의 한계가 있어 즐기면서 계속하기 위하여 여러 방법도 시도해 본다. 상품이 화려(?)한 - 버스 여행 상품권, 유명 음식점 식사권 등- 에너지 절약 경연대회를 벌이며 동네 사람들과 함께 알아가고, "스위치를 끄자! 그리고 즐기자!"라는 구호와 함께 음악 축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을 해 나갔다. 한편, 에너지 시장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법을 바꿔 보고자 편지도 쓰고 정치인들도 만나 보았지만 실패를 맛본 그들은, "돈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며 분산형에너지설비회사를 세우게 된다. 모임의 주축이 되었던 '슬라데크 부부'의 집이 사무실이었다.

그러다 쇠나우에 전력을 공급하던 라인펠덴 전력회사가 시민 단체가 요구하는 '환경을 배려한 전력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핵발전이 만드는 전력을 40% 넘게 공급하는 오만함을 맞닥뜨리며, 친환경 전력을 스스로 공급해야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비록 전력 전문가가 단 한명도 없었던 그들이지만, 거대 기업인 라인펠덴 전력회사의 횡포에 맞서 쇠나우송전선매입회사를 세우고, 자문을 구하고, 주민 투표를 거쳐 결국 쇠나우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만든다!

그 과정에는 가장 문제가 되었던 ‘자본’을 비롯하여 수많은 걸림돌이 나오고, 그 걸림돌을 헤쳐나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제는 16만이 넘는 조합원들과 함께 독일 전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 ‘쇠나우 전력회사’가 되어 많은 이들이 찾아와 배우고 있다고 한다.

쇠나우송전선매입회사를 통해 1994년 세워진 ‘쇠나우 전력회사’는 1997년에서야 처음으로 전기 기사인 유급 사원이 생긴다. 그 전까지는 의사, 주부, 경찰관, 교사, 기술자, 공증인 같은 시민 회원들이 자기의 일을 하면서 계속 해 온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책은 2019년에 나온 것이라 최근의 자료를 찾아보고자) 이제는 작년 기준으로 249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21만 가구에 에너지를 공급하며, 100% 재생에너지로 독일 최대 재생에너지 전력회사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뿐만 아니라 분산형 발전소 계획·건설·운영 등 종합적인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시로 전기와 에너지절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절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쇠나우전력회사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고객의 평균 전력 소비량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23월10월2일 에너지 전환 그 중심에 가다)

시민이 만든 전력 회사라...거대 자본에 맞서 목표가 수익보다는 핵발전 폐쇄, 기후 위기 대응, 에너지전환 지원을 우선으로 하는 회사가 이렇게나 성장할 수 있다니... 독일이니까 가능했겠지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겠다 싶다가도 책을 소개하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니 우리 나라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상황이 보인다. 작년에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정되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산에너지사업자는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되고, 어제는 경기도가 100% 재생에너지 도시네트워크에 가입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사브작사브작 뭔가 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중요한 점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스템의 운명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어깨에 걸려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마다 스스로 행동할 때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자연에너지를 쓰면 탈핵이 앞당겨지고, 생활에서 에너지 변화를 직접 이끌 수 있다. 이렇듯 “시민이 중심이 되는 기업이 인간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환경에 부담을 덜 지운다.”는 것을 신념으로 삼고 있다. (책 101쪽)

조주희 (회사원, 색동교회 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