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생활을 막 시작한 딸이 독일 사회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장애인과 육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라고 한다. 버스는 정류장에 정차할 때 자연스럽게 승객이 승차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기울어진 버스 바닥으로 휠체어, 유아차, 강아지가 망설임 없이 올라탄다. 승객 중 누구도 시간이 지체된다고 불평하지 않고 그들이 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 장애인과 육아를 하는 사람들이 이동의 불편함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라며 특별하면서도 부럽게 다가왔다고 한다.

독일 사회는 배려와 포용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는 단순히 법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태도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는, 독일 사회가 자연스럽게 그러한 모습을 갖추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과 육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와 시설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휠체어와 유아차를 위한 공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다른 승객들이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배려는커녕 오히려 불편하게 여기기도 한다. 지하철에는 임산부석이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로 임산부가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임산부석이 비어 있어도 다른 승객들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고 임산부가 자리를 요청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실제 사례로, 한 임산부가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임산부석이 비어 있지 않아 일반 좌석에 앉아 있던 승객에게 자리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한 적이 있었다. 이 임산부는 다른 승객들의 시선을 의식해 결국 서서 가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에서도 배려 문화를 익숙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성평등 문제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성별 임금 격차, 성희롱, 성폭력 문제 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약 32.5%로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여성의 정치 참여와 고위직 진출도 제한적이다. 2020년 기준으로 국회의 여성 비율은 약 19%로 세계 평균인 약 25%에 비해 낮은 수치를 나타낸다.

카멀라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흑인, 아시아계 부통령으로 그녀의 부상은 성별, 인종, 배경을 뛰어넘는 리더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해리스의 성공은 여성들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으며 특히 남성 중심의 한국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여성 권리와 성평등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해리스의 정책과 리더십은 한국의 여성 권리 보호와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 강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가 우리 한국 여성들에게 정치와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용기와 동기에 맞닿을 수 있기를, 나아가 교육 기관과 직장에서 성평등 교육과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딸이 경험하고 들려준 이야기들이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끌어내 주었다. 장애인과 육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사회적 인식과 태도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배려 문화를 실천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일상 속 작은 배려가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지하철에서 노약자와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작은 행동, 대중교통에서 장애인과 육아를 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마음,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 등, 유치원에서 배운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김화순 소장∥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