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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은 하루의 가장 명징하고 맑은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밤새 별들과 대지가 대화하며 이룬 빛나는 보석이다. 이슬은 땅의 기운과 대기의 열기가 서로 교호하고 만나 시간이란 강물을 건너 이룬 작은 상징이자 생명의 보석이다. 온기와 물기와 생명을 대지와 하늘과 별이 주고 받으며 나눈 꿈의 대화이며 순수한 가치다. 물론 이슬은 햇빛으로 곧 증발해 다시 대기로 풀과 꽃과 나무의 잎과 뿌리로 숨 쉬고 스며들 것이다. 성경에는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the dew of your youth.)들이 주께 나오는 도다”고 말씀하신다. 이슬은 그토록 생생하며 생명력을 담고 여러 개채들을 살리며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며 우주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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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기 선생 |
노래 “아침 이슬”은 근래 소천한 김민기(金敏基,1951.3.31.~2024.7.21)의 대표곡이다. 엄혹한 군사 독재시대에 이 노래는 생산 현장과 젊은이들의 모임에 낮게 불려졌다. 많은 대중과 정치, 사회적 구호가 외쳐지던 광장에도 낮은 소리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시대의 종소리 같이 울려 퍼져 모두의 가슴을 하나로 연결하는 빛이며 물이며 공기 같은 것이었다. 아침 이슬은 베르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The Horus of the Hebrew Slaves)처럼 낮고 깊게 민중의 가슴에 울려 펴젔다. 오스트리아 지배 밑에 있던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조국애와 민족 동질성을 굳게 고양하며 감동을 줌과 동시에 조국의 독립 염원을 위해 큰 힘과 용기를 주었던 것처럼 아침이슬은 시대의 민중에게 열정과 용기와 연대감을 주었다. "아침 이슬“은 당시 정부에서 선정한 건전가요 상도 받았으나 1년 후 금지곡이 됐고 80년대 중반에서야 해금됐다. 선생은 요주의인물이 되어 늘 감시당하고 힘든 일을 많이 당했으나 그는 어려움을 직접 말씀하신 적이 없었다. 김민기의 많은 다른 노래들도 시대를 관통하며 우리 민족과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었고 지금도 도처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살아있다.
초창기 아침 이슬을 불러 전국에 알린 가수 양희은은 "미국으로 떠나는 어느 선배 환송 음악회에서 김민기 선생이 만든 '아침 이슬'을 어느 분이 부르는 걸 들었다"며 "그 노래에 반해 사람들 사이로 까치발을 들었다 놨다 하며 무대에 집중했다. 한 호흡이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들었는데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콧날이 시큰거릴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선생은 노래는 물론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높은 예술의 경지를 이룩한 전인적 예술가이다. 탁월한 시인, 호소력 큰 가수, 시대정신을 읽고 방향을 제시한 예언가이자 조용한 혁명가였다.
선생이 33년 간 일궈온 '학전'이 지난 3월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새롭게 연 아르코 꿈밭극장 을 들러 영면의 길에서 들어섰다. 고인과 인연이 있는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박학기, 이적, 이황의, 최덕문, 방은진, 배성우, 박승화 등 여러 배우, 가수들과 유홍준 교수 등이 모여 김민기 선생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고 선생은 우리 곁을 떠나 이제 별로서 우리 가슴에 빛나고 있으며, 아침이슬로 아침마다 우리 곁에 있다.
개인적으로 1979년 우연히 처음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이란 노래를 듣고 부르던 날의 전율과 울림은 깊고 커 가슴 깊이 새겨져 있었다. 어느 4월 419 탑에 모였던 다양한 사람들이 엄숙하고 다소 우울하게 419를 기념하던 아침에 검은 양복의 무리들이 도열해 감시하고 있고, 양일동, 이철승 등 정치인들이 조문하려 오가는 현장에 누군가가 조용히 시작한 아침이슬이 사위에 퍼지던 기억이 새롭다.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지금도 목이 메는 것을 간신히 누르고 목청껏 부른 동료들의 노래를 들으며 고인은 마지막 길을 떠났다. 선생은 평소 주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밥 먹었니?", "밥 노나(나눠) 먹어라"라고 말하며 함께 밥 먹기를 좋아했다 한다. 유족들은 그 뜻을 기려 장례식에서도 일체의 조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았다. 고인의 조카이자 학전 총무팀장 김성민 씨는 지난 22일 "학전이 폐관하면서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저희 선생님을 응원하시느라고 십시일반 도와주셨다. 충분히 가시는 노잣돈을 마련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주변의 돈독한 관심과 후원이 있었음을 알렸다.
동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들에게 선생은 큰 위로와 힘과 용기를 주었다. 선생은 이 시대 참 가인(歌人)으로 시대정신과 정한을 그리고 꿈을 노래한 진정한 시인(詩人)이셨다, 참 문화예술인으로 노래와 연극, 뮤지컬 때론 그림으로 인간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한 함 예술인(藝術人)이었다. 선생은 큰 목소리가 아닌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중의 가슴에 스며들어 감성과 지성을 깨우며 우리로 행동하게 한 진정한 혁명가(革命家)였다. 그는 동시에 참과 거짓이 다툴 때 올곧게 참과 진리의 편에 담대히 서서 실천한 참 도인(道人)이며 진정한 성인(聖人)의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선생은 시대 한가운데서 멀리 미래를 바라보고 진정한 가치와 인간의 내면에 바른 방향을 제시한 참 예언자(豫言者)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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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기 선생을 떠나 보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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