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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박사가 지난 20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오후 1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20분까지 1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특혜 조사다. 아니다, 경호상의 이유일 뿐 특혜가 아니다, 설왕설래 설전이 뜨겁다.
일반국민들이 받은 조사와 다르다고 해서 특혜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혜가 아니라는 측의 말대로 대통령 부인에게는 경호상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혜가 아니기 위해선 경호가 필요한 사람들 모두가 그랬어야만 하는데, 그런가. 전직 대통령과 그 부인, 아들도 법적으로 경호가 필요한 사람들인데, 전두환은 그렇다 치고 노태우·이명박·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청사에 불려 가 조사를 받았고, 전직 대통령의 부인들이나 아들들도 그랬는데, 김건희 박사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특혜가 맞다.
그것도 김건희 박사가 조사 장소를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로 정했다니 야권의 말처럼 피의자가 검사를 이리 와라. 저리 가라 한 꼴이 됐다. 소위 출장조사로 검찰이 피의자를 소환한 것이 아니라 피의자가 검찰을 소환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김영우 국힘당 전 의원조차도 KBS 라디오 <고성국의 전격시사>에서 말한다. ‘혹자는 시중에는 이거 김건희 여사가 검사를 부른 거 아니냐. 검사를 소환한 게 아니냐 이런 얘기까지 막 나오더군요’라고. 그래도 대통령 공관 안방으로 부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다행이라고나 해야 하나? 하는 무력감에 할 수 있는 게 자조(自嘲)뿐인 게 요즘의 나이다.
여기에서 경호상의 이유를 들먹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그렇다면 검찰청사는 경호상의 문제가 있는 곳이냐? 는 것이 그것이다.
조사에 12시간이나 걸렸다면 짧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 식사도 했을 것이고, 조사 열람에도 시간이 적잖게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다가 명품 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2건이다. 이 중 후자는 전자와는 달리 복잡한 내용에 확인해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검찰 관계자는 ‘해야 할 조사는 충실히 다 했다’고 자평한다. 거기에다 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디올백 수수 의혹 조사는 원래 계획이 없었는데, 조사당일 김 여사 측을 설득해 이뤄진 거라고 말한다. 참 대단한 검찰이다. 4년 동안이나 끔쩍도 않던 콧대 높은 대통령 부인을 조사 현장에서 설득해 조사를 했다니 말이다. 이를 두고 한 전직 검사장도 ‘일반인도 아니고 김 여사를 현장에서 설득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중앙지검의 해명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정점식 국힘당 정책위의장의 말을 들어보면 기가 다 찬다. ‘경호 문제가 없는 장소에서 비공개로 조사하는 것은 합당한 조치’라며 ‘의혹을 명쾌하게 해소하려는 수사팀과 김 여사의 결단’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자화자찬의 명수 윤석열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검찰이 대단한 건 또 있다.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하는 김건희 박사의 조사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이원석 검찰총장이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수사팀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말하자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을 따돌린 것이다. 패싱한 것이다.
물론 검찰총장이라 해서 사소한 잡범의 조사까지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김건희 박사의 조사는 온 국민이 지대한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김 박사의 이 조사는 이원석 총장의 지시로 이뤄진 사안이다.
서울중앙지검장 이창수가 누구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그 대변인을 지낸 그의 최측근 인사이다. 그런데 지난 5월 이원석 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지시를 내리자 법무부는 송경호 검사장 등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전부를 교체해버렸다. 그에 따라 지검장이 된 사람이 이창수 씨이다. 이창수의 이원석 패싱은 예견된 일이라는 말도 된다. 이창수는 대통령 윤석열의 사람(측근)이니까 말이다.
김건희 박사 조사의 총장 패싱에 대한 비판에 여권은 추미애 전 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한을 없앴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형식논리로 보면 틀리다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추미애 전 장관이 왜 그리했는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가 검찰총장의 도이치 수사 지휘권한을 없앤 건, 당시의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고, 사건의 당사자 김건희 박사가 그의 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것 같은 우를 범치 않겠다는 궁여지책으로서였다.
아니다. 궁여지책이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를 놓고 보니 혜안이었다. 국힘당의 유승민 전 의원의 말을 빌려 ‘법 질서와 검찰의 근간을 뒤흔드는 희대의 잘못된 사랑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사랑이 빚어낸 웃지 못할 희극이었다. .
검찰총장이 검찰내부에서 패싱 당하는 일이야 말로 희대의 사건이다. 아니 이제 패싱은 저만치 가라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김건희 박사 출장 조사에 대한 진상을 파악 지시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반기를 든 것이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채 상병 순직사건을 항명으로 규정했는데, 이창수 지검장의 반기야말로 항명이 아니면 뭐겠는가
김건희 박사의 검찰 조사가 임박했던 이달(7월) 초, 이원석 검찰총장이 박성재 법무장관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지휘권을 다시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당연히 김건희 박사의 수사 발목잡기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창수 지검장이 이원석 총장을 패싱 하여 김건희 박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조사하게 되었다.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이니 보안이 요구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따라서 김건희 박사를 조사한 검사들도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신분증까지도 내어놓아야만 했다. 조사를 받는 김 박사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검찰청사에서는 조사를 받는 사람이 신분증을 내놓는데, 조사를 받는 김 박사는 아니고 조사를 하는 검사가 휴대전화에 신분증까지 제출하다니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조사를 받는 김건희 박사가 조사 장소를 정하여, 조사를 하는 검사를 불러 조사를 받은 데에서 생긴 문제이다. 제왕적 대통령이 되기 싫어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 시대를 열겼다 해 놓고 용산으로 감으로 제왕적이 된 윤석열 대통령 치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히 박사를 위한 나라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드느니 자괴감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음으로 대통령이 되어, 그것 공정과 상식이 그의 트렌드마크가 되었다. 그런데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은 불공정과 몰상식이 되어 버렸다.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피맺힌 절규이다. 그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제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라고도 말했는데, 자신의 총장 임기 내에 김건희 박사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처럼 들린다. 그리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울림 없는 메아리 같아 공허한 느낌마저 든다.
이번 김건희 박사의 검찰 조사를 두고 국힘당의 장동혁 의원이 한 말이 있는데, 그의 이 말로 이 글의 결어를 대신하고자 한다.
‘절차가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결과에 대해서도 국민들께서 받아들이고 납득할 수 있다.’ ‘국민들께서 어떻게 바라보시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