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는 회개하고 부당징계 철회하라!”
- 이동환 목사 출교효력정지 가처분 판결에 부쳐 - 

2024년 7월 18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11민사부(재판장 송중호)는 지난해 12월 8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가 이동환 목사에게 내린 출교판결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에 따라 이동환 목사는 감리회 신도로서의 자격을 회복할 뿐 아니라 영광제일교회의 담임 목회자로 복귀하여, 목사직을 유지하면서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교회내부의 권징이라 할지라도 정의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중대한 하자가 있을 경우 법원이 판단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또한 공동체에서의 추방을 의미하는 출교처분이 국내 감리교를 넘어 전 세계 감리교 차원에서 이동환 목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할 때, 경기연회 내부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교리와 장정이 규정한 ‘고발한정주의’에도 불구하고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가 고발권의 범위를 이동환 목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유추해석했다며,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인정했다. 나아가,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기에, 동성애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오히려 헌법이 규정하는 평등의 원칙과 평등권, 성적지향에 근거한 차별 금지 원칙, 출교 징계가 개인으로서 헌법상 누리는 종교 및 양심의 자유 본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징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출교 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징계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로 이동환 목사를 향한 감리회의 재판은 절차뿐 아니라, 내용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굽은 것을 곧게 하시는 주님께서 한 목회자를 향하여 교단의 이름으로 행한 괴롭힘과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히 드러내 바로잡으신 것이다. 우리는 이 판결을 반기되, 여기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향후 이어질 재판에도 성실하고 담대하게 임할 것이다. 우리의 싸움은 단지 ‘이동환'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또 다른 ‘출교자'를 만들어 자신들만의 방파제를 견고하게 세우려는 불의한 교회들을 향한 의로운 싸움이며,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그릇된 신앙에 대항하여 환대와 사랑의 신앙을 실천하기 위한 거룩한 투쟁이고, 차별과 혐오에 상처받고 고립된 성소수자들과 그들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쫓겨나는 엘라이 그리스도인들을 홀로 있게 하지 않겠다는 연대의 다짐이다.

우리는 마침내 이길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주님의 사랑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날까지 우리는 인내와 사랑으로 한 걸음씩 담대하게 나아갈 것이다. 이번 가처분인용 판결만으로도 사법부가 보기에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재판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감리회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그간 행한 억지주장과 부당한 징계를 인정하고 출교 처분을 스스로 철회하기를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이동환 목사의 출교를 구실삼아 6명의 목회자를 추가 고발하겠다 겁박하는 감리회는 부끄러움을 알고 이와 같은 행위를 지금 당장 중단하라. 이뿐 아니라 이동환 목사를 출교시킨 교단을 향해 비판적 의견을 밝힌 목회자들에 대한 징계 협박 역시 지금 당장 중단하라. 현재 감리회뿐만 아니라 여러 교단에서도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빌미로 징계절차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부디 각 교단들은 이번 판결을 타산지석 삼아 감리회와 같은 어리석은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감리회는 이동환 목사의  교회재판 절차에서 수없이 물어왔다. “회개할 생각이 없는가? 동성애가 죄악임을 인정하고 회개한다면 고발을 취하해주겠다.” 이번엔 우리가 감리회에 묻겠다. “동성애자를 죄인으로 매도하고 그들을 위해 축복하는 목회자를 징계했던 지난 날을 회개할 생각이 있는가?" 우리는 진정으로 감리회를 비롯한 한국교회가 주님의 사랑을 깨닫고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환대 목회를 행하는 이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중단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축복은 죄가 아니다!
이동환 목사와 성소수자 환대목회를 하는 목사들은 모두 무죄다!
사랑이 이긴다!

2024년 7월 22일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

지난 3월, 이동환 목사 감리회 출교 판결 이후 영광제일교회는 향후 교회 운영과 관련해서 두 가지 기로에 서야 했습니다. 출교 통지 이후 14일 이내로 담임목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경기연회의 방침에 따라, 새로운 담임목사를 청빙하거나 감리교를 탈퇴해야만 했습니다.

영광제일교회 교인들은 감리교를 탈퇴하고 이동환 목사와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꾸리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감리교를 탈퇴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해서 좋은 일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동환 목사도, 교인들도 잘못한 게 없는데 우리가 왜 감리교에서 쫓겨나야 하는지, 우리가 왜 감리교를 떠나야 하는지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가지 기로에 선 영광제일교회 교인들은 과연 공동체를 위해서, 교회를 위해서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 매우 깊이 고민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감리회 재판을 받느라 이동환 목사도, 교인들도 굉장히 지쳐있는 상태였기에 이대로 감리교를 탈퇴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이대로 감리교를 탈퇴하는 것이 감리회의 부당한 출교 결정을 무력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감리교는 이동환 목사를 부당하게 출교함으로써 감리교에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목사는 필요 없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이 없지만, 여전히 감리교엔 그런 목회자를 필요로 하는 성도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이동환 목사의 재판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고, 이동환 목사의 재판 이후는 성도의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성도들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운동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담임목사를 청빙하거나 감리교를 탈퇴하는 두 가지 기로 중에 하나를 택해야 했기 때문에 영광제일교회는 감리교를 탈퇴하지 않고 청빙위원회를 꾸려서 저희가 추천하는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감리교의 이동환 목사 출교 선고로 결국 그런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그것은 저희의 탓이 아니라 시대를 거스르는 교단의 탓이니 저희는 감리교 성도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는 것을 택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돌이켜보니 아주 현명한 결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법원의 이동환 목사 출교 효력 정지 가처분으로 이동환 목사가 감리교 신자로서 자격을 회복하고 영광제일교회에 복직해서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법부의 가처분 인용 판결만으로 감리회의 판결이 얼마나 비상식적이었는지, 이동환 목사의 출교가 얼마나 부당한 조치였는지 증명 받아서 매우 기쁘고 벅찬 마음입니다. 물론 아직 본안까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저희 영광제일교회 교인들이 감리교를 이대로 탈퇴했었다면 이동환 목사가 감리교 신자의 자격을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영광제일교회에 복직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감리교가 부당하게 빼앗은 이동환 목사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리교를 탈퇴하지 않고 남아서 묵묵히 버텨준 우리 영광제일교회 성도들, 성도들의 결정을 지지하고 뒤에서 묵묵히 함께해준 이동환 목사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감리교인으로서 감리회에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작금의 한국교회가 너무 부끄럽고 싫습니다. 이땅에 교회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실낱 같은 희망을 붙잡고 있는 것은 영광제일교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광제일교회가 없었으면 저는 아마도 교회를 다니고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리교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영광제일교회를 꼭 지키고 싶습니다. 
감리교 성도로서 감리회에 엄중히 촉구합니다. 감리회는 사법부 판결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당장 이동환 목사의 출교 처분을 스스로 철회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감리회 현실에 대해서 깊은 절망과 아픔을 느끼고 있었는데 지난주 이동환 목사에 대해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비록 교회법정이 아니고 사회법정이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서 이 어둠속에 작은 빛이 비추는구나. 이 어둠을 딛고 감리회의 앞날에 빛이 있겠구나했습니다.

감리회의 목사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자랑스러운 감리교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감리회가 한국교회에서 유일하게 동성애 지지로 처벌이 가능한 조항을 재판법에 집어 넣고, 그것도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목사에게 출교판결을 하는 잔인하고 잔혹한, 그리고 폭력적인 재판을 보면서 마음아팠습니다. 또 이런 재판들이 사회에 의하여 뒤집어짐으로써 사회로부터 지탄받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동환 목사님 재판은 단순히 이동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역사상 새시대를 여는 사람들은 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비판받고 핍박받았습니다. 예수가 그러했습니다. 저는 한국사회에서 동성애 문제, 한국교회가 한번은 이런 갈등에서 넘어갈수밖에 없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그 첫 문을 이동환 목사가 앞서서 열었습니다. 고통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형언할수없는 마음의 고통을 느꼈습니다. 감리회에서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한 행위로 출교했다면 다시 한 번 해봐라. 감리회에서 지난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40여명의 목회자들이 참여하고 감리회 목사들도 함께 했습니다. 그 이후에 이동환 목사를 출교시키겠거든 나도 출교시키라고 선언한 목회자가 140여명입니다. 이동환 목사를 고발했던 이들이 퀴어문화축제 축복식한 이들을 다시 고발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동환 목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이를 문제삼고 이에 불복종 운동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 과정 제2, 제3 수없이 많은 목사 희생자가 나올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뛰어넘어야할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중략)
재판부에 강력히 요청합니다. 이번 문제는 이동환 목사 개인 문제로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이고 이 시대의 문제이고 역사의 문제입니다.

우리 장로교 역시도 동성애 문제로 2018년 무지개신학교 사건들이 제기되고 하였습니다. 당시 신학생들은 목사 안수로 받지 못했구요.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지지에 대하여 면접에서 제한조건이 생기는등. 장로교 신학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안타까운 마음이기도 합니다. 광주의 옥합교회 엄기봉 목사님도 축복기도로 전남노회의 불림을 받아 해명을 하는 그런 상태입니다. 감리회뿐 아니라 장로교 역시 이 문제로 힘들고 안타까운 상황에 있습니다.

과학은 발견과 발명을 통해 보이는 세상에서 인류 문명을 이끌어 왔으며, 신앙은 성경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상을 해석해 왔습니다. 그래서 과학과 신앙은 가끔 충돌하기도 하지만, 지금 까지 서로의 언어를 인정하며 함께 하나님의 섭리 속에 지금에 이르렀는데, 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동성애 문제로 두 언어가 충돌을 합니다. 이럴 때 해결법은 서로의 언어 구조를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이미 과학과 의학은 동성애가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 아니라 성적 지향성이라는 결론을 내린지 오래입니다. 이제 우리도 다른 나라의 교회들 처럼 주저하지 말고 동성애가 창조질서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합시다. 성서가 이야기 하는 동성애의 양태는 소돔과 고모라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동성애 자체를 죄라 하기 보다는 살인, 거짓, 강간, 학대, , ,처럼, 폭력을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마10:15에서 마지막 때에 소돔과 고모라가 낯 선 이들에게 폭력을 가하였듯이 환대하지 않는 마을, 해석하자면 고통받는, 멸시받는, 소외된자들, 오늘 여기에서는 동성애자를 환대하지 않는 자, 나라, 교회들은 멸망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동환 목사의 동성애자에대한 축복이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랑으로 마음을 열고 고통받는, 소외된 이웃을 바라본다면 이 동성애자 축복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하며, 십자가에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시선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소돔과 고모라 같은 고대 시대나 예수님 당시는 지금과 같은 동성애를 바라보는 인식은 부재하였습니다. 더 이상 지구는 둥굴다고 하는 과학을 무시한 중세시대의 오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지난 7월 18일은 우리 사회가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다시 금 확인한 날입니다.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보험료부과처분 최소 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동성커플 역시 삶과 존엄이 사회적으로 차별없이 존중되어야 하고, 인간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어떤 무지와 편견,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국가와 사회가 단호하게 입장을 밝혀 앞으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국가와 사회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이는 이동환 목사님의 출교효력정지에 대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의 판결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고 있습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금지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법 제정도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동환 목사님이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축복식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사랑과 환대를 표현한 것은 현장 참가자 뿐만 아니라 소식을 접한 국내외 수많은 성소수자들에게 위로와 지지로 이어졌고, 감리회 목회자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동성애 대한 사회 인식 변화와 성적지향에 대해서는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우리의 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인정되므로, 경기연회가 이를 이유로 ‘출교’라는 가장 최고 수준의 징계를 결정하여 교회에서 추방하는 것을 결정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이고, 과거의 출교 처분 사례를 보더라도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이동환 목사님의 경기연회재판위판결 무효확인 소송이 판결 확정될 때 까지 출교판결의 효력을 정지한 것입니다. 

누구는 왜 사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범하는 가 물을 것입니다. 법원 판결문에서도 나와있지만, 출교라는 결정은 교회만의 문제, 해당 교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동환 목사님 한 개인이 인간으로서 누리는 종교 및 양심의 자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징계인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와 연결됩니다. 교단 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중요한 한 인간의 존엄성과 연결 되는 문제이므로, 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의 문제를 잘 판단하고, 신중하게 내려야 하는 결정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세속주의 사회에서 종교가 갖는 책임과 무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랑과 환대를 표현하는 수많은 종교인들이 감리교경기연회에 대한 출교 결정에 대해 분노하였습니다. 또한 인간의 존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수많은 이들이 편협하고, 오히려 편견과 혐오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감리회 교단을 비웃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러한 징계와 논의는 감리회 교단만의 문제가 더 이상 아닙니다.

성소수자 인권의 변화가 너무 더딥니다. 시민들이 인권의 가치를 당당하게 권리로서 요구하는 것, 이를 실현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국가와 사회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현실입니다. 결국 이를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해야하는 권력을 가진 주체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종교 역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장맛비가 한창인 요즘, 지난 18일에 만난 성소수자들의 환한 미소는 더딘 변화 속에서도 힘을 내려는 용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용기를 내는 이들과 종교가 함께할 날을 마주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7월 18일부로 복직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영광제일교회 담임목사 이동환입니다. 궂은 날씨에도 취재를 위해 와주신 기자분들과 응원하기 위해 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목요일 정말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법원에서 동성부부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김용민, 소성욱 부부와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도 그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 있었는데 얼마나 좋던지요.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며 사무실로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가 낸 출교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더군요. 조금 있다가 몇몇에게 축하 연락을 받고 나서야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어떤 분이 우스갯말로 퀴어 제헌절이라고 할만큼 소중한 판결들이 나온 날이었습니다.

이 소중한 판결을 얻기까지 너무나 힘써주신 분들이 있습니다. 변호사님들, 공대위 동지들, 오랜 시간을 버텨준 영광제일교회 성도님들, 각 처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 응원해주신 분들.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감사인사를 하고 싶지만 몇 년 후 최종 승리를 한 이후로 미뤄두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저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번 판결은 가처분이라 한시적인 복직입니다만, 법원이 종교 내의 일을 그것도 성소수자 관련한 예민한 이슈를 다룰 수 있을 것인지부터가 넘어야 할 큰 산이었는데, 절차적인 부분 뿐 아니라 실체적인 부분까지도 다루며 가처분이 인용된 건 굉장히 값진 성과입니다. 이걸 계기로 우리는 계속해서 승리해 갈 것입니다.

이제 감리회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버리고 참된 거룩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가처분 판결문을 읽으며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 참 속이 많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조악하기 이를데없는 감리회측의 논리와 사회적 상식으로 이를 논박하는 법원의 판결문은 오늘 날 한국교회가 처해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기독교는 이다지도 비상식적이고 반인권적이며 혐오를 서슴없이 행하는 종교가 되었단 말입니까.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 앞장서 왔던 감리교는 어쩌다 예수의 정신을 잃어버리게 된겁니까. 

사랑의 종교라는 기독교에서 성소수자 차별적 태도를 보이고, 되려 이를 법원에서 꾸짖으며 바로 잡는 부끄러운 모습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합니다. 지금이라도 감리회는 본인들의 과오를 돌이키고 온전한 사랑과 진정한 거룩의 자리로 나아오십시오. 회개의 자리로 나아오십시오.   

여전히 교계에서는 개탄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감리회 동성애대책위원회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한 6인의 목회자를 향해 고발을 예고했습니다. 그 중 몇 분은 이미 고발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교단에서도 성소수자 환대 목회를 펼치는 이들을 향한 탄압이 거세어지고 있습니다.

고 백기완 선생은 ‘묏비나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 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띠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띠기로 언 땅을 들어올리고
또 한발띠기로 맨바닥을 들어올려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몽창 들어엎어라

우리는 억압에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감리회에서 그리고 다양한 교계에서 자신의 직을 걸고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목회자들이, 그 한발을 띠는 이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성소수자의 앨라이임을 밝히는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더 많은 용기들이 모일 것입니다. 이 따뜻한 사랑의 연대는 큰 물결이 되어 혐오로 쌓아올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언 땅을 녹일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기어코 한걸음씩을 내딛을 것이고, 결국 참된 그리스도 공동체로서의 회복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본안의 최종 승리를 통해 교계 내 ‘성소수자 찬성 동조’의 긍정적인 선례로 남겠습니다. 종내는 성소수자 차별법인 3조 8항을 철폐할 때까지, 아니 한국교회가 성소수자를 긍정하고 환대하는 공동체로 거듭날 때까지 사랑과 저항의 길을 당당하고 굳건히 그리고 진심을 다해 나가갈 것입니다.  

성경의 갈라디아서 6장 9절의 말씀으로 발언을 맺겠습니다.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맙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거둘 때가 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