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나라냐?

― 날개 부러져 추락하는 민주주의의 나라 ―

윤석열 정부의 인재 pool은 차고 넘친다. 어떤 사람들로?

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회 김홍일 위원장이 사퇴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사퇴하고 그 후임으로 임명받은 김홍일 위원장이 임명 6개월 만에 사퇴한 것이다. 두 사람 다 국회의 탄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야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퇴를 두고 ‘기습사퇴다’ ‘꼼수사퇴다’ 하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정작 장본인 김 전 위원장은 국회의 탄핵이 자신의 ‘직무 정지를 통해 방통위 운영을 마비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김 위원장은 2인 체제의 방통위를 그야말로 기습 소집하여 공영방송(KBS·MBC·EBS) 이사 선임 계획안을 의결하고는 국회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퇴를 하여 탄핵을 피했다. 참 영리한 사람이다.

이동관, 김홍일 두 위원장의 조기사퇴는 임명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장악에 자녀학폭 등으로 국민들의 비난이 비등한데도 이동관 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선대위의 미디어소통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당선 후에는 당선인 특별고문을 맡았다. 그런가하면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직을 맡은 바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김홍일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제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은 소금이 짜다는 말처럼 너무도 당연하여 입에 올리는 사람조차 없게 되었다.

김홍일 전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런데 왜?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김홍일 전 위원장의 사퇴 이틀 만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이진숙 그는 공영방송 탄압 주역에 극우적 성향까지 곁들인 사람이라고 알려진 사람이다. MBC 등의 다대수 언론사의 소위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가짜 허위뉴스’로 규정하고, 현 정부가 방송을 장악했느냐? 정부가 방송 장악을 했다면 이런 보도가, 이런 기사가 가능했겠느냐? 고, 기염을 토기도 한다. 그가 말한 방송장악이란 그런 정도의 보도도 할 수 없는 장악 아닌 말살 수준을 말하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방통위원장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은 공평인데, 이진숙 지명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이렇다.

‘지난 정부 당시 보수정권엔 없는 투사가 되려고 정치권에 들어왔다,’
‘자유한국당이 잘되는 것이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이다,’
‘MBC와 KBS가 핼러윈 축제를 예고하면서 더 많은 청년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

윤석열 정부의 인재pool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이진숙 지명자처럼 윤석열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뿐이라는 데에 있다.

이진숙 지명자는 ‘현 정부는 방송을 장악하지 않았다’ 한 말에서 보듯이 윤석열 정부와 같은 맥락의 언론관을 가지고 있다. 언론을 장악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문제인 정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경 없는 기자회의의 한국 언론자유 지수가 조사 대상 180개국 중 문재인 정부 때 43위였던 것이 윤석열 정부에 들어 47위로 떨어지더니 금년에는 62위로 추락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들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국경 없는 기자회의의 조사가 엉터리라고 억지를 부릴 것인가.

저열하고 비열한 공작 사건에 놀아나는 사람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나라가 돌아가고 있는 꼴을 보면 나라인지 요지경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나라가 돌아가는 형편을 아는 데에는 국회를 보는 것만큼 유용한 일도 흔치 않을 것인데, 잠시 그 안을 들여다보자.

2일, 22대 국회 출범 뒤 첫 대정부질문에서 발언에 나선 한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하는 인사를 일부러 하지 않았다. 속된말로 쌩깐 것이다. 이에 동료 의원이 ‘의장님께 인사는 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 하자, 당사자는 ‘인사는 존경심이 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되는 말이다. 그러나 인사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로 하는 것이다. 당사자의 말이 맞다면 그에게 ‘그럼 의원님은 인사를 받을 만큼 존경스러운 분이냐고 묻고 싶다.

여야는 거친 표현을 두고도 충돌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국민의힘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라고 한 발언에 국힘당이 발끈한 것이다. 발끈한 정도가 아니라 김병주 의원의 사과 없이는 대정부질문에 불참하겠다고까지 했다. 결국 정회까지 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본, 우리는 그들을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가까워야 할 나라인 건 맞지만 그렇지 못한 요인도 많다. 불행했던 과거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에만 얽매여 살자는 것은 아니다. 독일처럼 잘못을 잘못이라 인정하고 사과하면 끝날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떠한가. 2019년의 한국 수출규제가 우리를 대하는 그들의 속내를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패전으로 제 나라로 쫓겨 가며 지난 영화를 되찾아 다시 돌아오겠다던 잠꼬대 같은 야욕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대하는 걸 보면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일본 총리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 면이 많다. 국힘당의 ‘한미일 동맹’ 운운한 논평도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시작되기 하루 전, 그러니까 1일,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핵심 참모 16명이 국회에 대거 출석했는데, 이들의 안하무인적 태도는 보고 듣는 눈과 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발언에 정진석 비서실장은 국방부 장관의 ‘지시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 사건이 그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일갈했다. ‘채상병 특검법’이 이미 21대 국회에서 통과됐고,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그는 또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을 행사 안 했다” 저는 이건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에게 묻고 싶다. 그대가 헌법이냐고. 위헌이 무엇인가. 헌법을 위반하는 것 아닌가. 헌법은 이현령비현령이 아니다. 대통령이 헌법도 아니다. 짐이 법이라는 식은 안 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박정훈 수사단장이 항명을 한 것이라면 그가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득이 되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무엇인가. 그는 군에서 항명을 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도 모르는 바보라는 말인가,

그리고 정진석 비서실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박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선 ‘저급하고 비열한 공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이미 사과까지 한 바 있는데, 그렇다면 대통령은 무엇이 되는가. 김건희 박사는 ‘저급하고 비열한 공작’에 놀아난 저열한 사람이 되고 마는 것 아닌가. 만약 정치공작이 맞다면 당사자(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벌을 주면 된다. 그리고 김건희 박사가 명품백을 받았다면 그도 상응하는 벌을 받으면 된다. 준 자가 흉기를 들고 위협이라도 했다면 모르지만, 아니 일국의 대통령 부인이라면 그랬다 해도 거절했어야 옳다.

그런데 정 비서실장은 (김건희 박사가 받았다는) ‘화장품과 전통주와 책, 현재 보관하고 있습니까?’라는 윤건영 의원의 질문에,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제가 잘… 제가 온 지가 얼마 안 돼서’라며 은근슬쩍 넘어가고 말았다. 사실이야 어떻든 그렇게도 자신만만하게 자기주장을 펴던 그가 왜 갑자기 이렇게 능력의 저하를 가져 왔는지 모를 일이다. 그는 자기의 능력조차도 늘렸다 줄였다하는 초인(超人)이라는 말인가. 세상을 참 편하게 사는 사람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다.

가짜 박사도 박사는 박사다

그리고 지난달 21일에는 국회에서 또 하나의 국민들을 걱정시키기에 충분한 망국적 행위가 있었다.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것이다. 범죄사실을 감추겠다는 것으로 국회를 무시한 처사이고, 그러니만큼 국민을 무시한 처사이다.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이런 짓까지 해야만 한 것인가.

경찰이 8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잘못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는 없고 대대장에게 있다는 발표였다.

경찰에 넘긴 해병대 (최 상병) 사건 기록을 군이 되가져온 초유의 일에 당위성은 있는가. 대통령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많은 전화를 군과 주고받았는가. 이에 대통령 개인 전화도 사용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윤 대통령이 이 일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여 그를 도피시켰다는 국민들의 의혹을 산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종섭 대사가 임명 불과 25일만에 사퇴를 하다니 이 같은 중대사를 어린아이의 소꿉놀이처럼 가볍게 본 것은 아닌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경찰은 검찰 불송치를 결정함으로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까지 봉쇄하고 말았다. 이에 대통령실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존중한다’며 반색하는 모양을 보였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실의 가이드라인이 먹힌 거라고 하는 마당인데 말이다.

말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자고나면 공정과 정의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요란하니 뉴스를 접하기가 겁이 난다.

총선 직후, 겸손히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 한 대통령의 말에 혹시 하는 기대를 갖는 국민들도 많았을 줄로 안다. 나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사람의 본성은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멀리 갈 것도 없이 나 자신을 봐도 그렇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손바닥의 임금 왕(王)자 부적의 힘으로 대통령(王)이 되려 했던 사람이다. 당시의 상황을 되돌아본다면 아니라 부인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무속에 깊숙이 빠진 사람이라는 것은 그의 부인 김건희 박사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청와대로 들어가는 순간 제왕적 대통령으로 찌들 것 같으니 청와대에는 단 하루도 머물 수 없다며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 했다. 그래놓고는 불과 3,4일만에 용산으로 뒤엎었다. 공교롭게도 천공 스님(?)이라는 자의 용산 예찬과 맥이 닿는다. 정말로 ‘공교롭게’였으면 좋겠다. 그런가 하면 육군참모총장 서울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하려했던 계획을 김건희 박사가 외교부 장관 공관에 다녀간 뒤 그리로 뒤바뀌었다. 국민들의 의사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야말로 제왕(王)적 대통령이 된 것이다.

무속이라면 부인 김건희 박사가 윤석열 대통령보다 조금은 우위가 아닌가 한다. 이 또한 김 박사 본인이 한 말로 알 수 있다. 그런데 김건희 박사는 남의 논문을 몰래 베껴서 박사가 됐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물건으로 치면 도둑질을 한 것이다. 나의 현직시절까지만 해도 논문 표절이 드러나면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일이 많았다. 당사자는 낯이 부끄러워 머리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무슨 면류관이라도 되는 양 고개 뻣뻣이 들고 활개를 치며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대학교 출신자들 가운데에는 국민대학교가 국민학교가 됐다고 자조(自嘲)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15번째로 하와이에서였다. 이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로 두 번째이다. (6-7일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삼가야 한다는 의견이 59.8%였다.) 첫 번때 거부권 행사 때 이에 반발한 민주당을 향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까지 박탈한 삼권분립의 원칙까지 훼손한 특검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쪽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했는지 판단은 국민의 몫이 됐다. 이리 되면 야당은 이 같은 법안은 발의하기 전에 대통령실에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이제 MBC 뉴스데스크의 9일 클로징 멘트 일부로 결어를 대신하고자 한다. 여권의 말을 정리한 것이다.

특검법은 위헌이고 채 상병 사건 의혹의 본질은 항명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의 본질은 정치 공작이다.
김 여사 문자 논란의 본질은 문자 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