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창세기 1:26)

2024년 환경의 달에 창세기 말씀을 다시 묵상했다. 하나님은 참 좋다고 하셨던 창조세계에 대하여 우리에게 ‘다스리라’ 하셨다. 히브리어로 ‘다스리다’란 개념을 전달하는 동사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샬 משׁל >이고 또 하나는 <라다 רדה>다. 여기서는 <라다>로 쓰였는데, 성경에서 처음 등장한 ‘다스리라’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땅에 번성하여, 모든 생물이 잘 살도록 돌보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강제된 파괴를 일으키는 지배가 아니요, ‘사랑의 보살핌’이요, ‘책임감 있는 청지기로의 다스림’, 곧 우리의 소명이다. 그런데 지금껏 우리는 그 소명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지구는 크게 신음하고 있다.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 (로마서 8:22)

오늘 우리의 마음이 무거운 것은 우리를 부르는 하나님의 창조물이 소리 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와 종의 멸종, 생태계 파괴에 짓눌려 신음하는 지구가 우리를 향해 부르짖는 소리가 있다. 이는 그 어느 때보다 긴급하게 우리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성경을 보면 위기 때마다 사람들은 주님께 부르짖는다. 주님은 구원자, 즉 선지자, 재판관, 지도자들을 보내셨고, 그가 공의를 실현하고, 백성을 건지시어 의로움을 회복하게 하시어 그분의 백성을 건지시고 새로 일으키셨다. 현재의 위기, 기후 위기도 다르지 않다. 하나님의 창조물이 부르짖고 있으며, 창조세계 회복의 긴급성은 우리를 태초에 그러셨듯 ‘지키고 돌보라’는 신성한 부르심이다. 창세기에 따르면, 우리는 태초부터 그랬던 것처럼 모든 생명을 돌보는 자요, 구원자로 부르심을 받았다.

이제라도 교회가 깨어 성도들이 하나님을 믿는 신앙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각자를 부르는 생명의 소리에 응답하도록 해야 한다. 기후 위기가 만연하고, 창조의 울부짖음이 커지고 있는 지금의 세상을 변화시킬 도전을 시작하게 해야 한다.

교회 공동체라면 먼저 ‘창조세계 돌봄’에 대한 성도들의 인식을 높이 끌어올려 주어야 한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기후 위기의 풍랑 속에서 자신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인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탄식하고 있는 피조물이 ‘썩어짐의 종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의 자유를(로마 8:21)’ 함께 누릴 수 있는지 함께 대화하며 길을 찾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할 수 있는 일만 하거나 일회성 행사로는 극복할 수 없고, 변화가 있더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의 달, ‘교회의 탄소 중립과 창조세계 돌봄 가이드’라는 소책자를, ‘월드비전’과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 발간했다. 이는 창조세계의 회복을 위해 교회와 함께 그려가는 실천 이야기이다. 본래 2023년 한국교회총연합회 ‘기후환경 포럼’ 발표자료로 작성한 것이긴 하지만, 많은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신앙공동체 안에서 잃어버린 창조의 7일을 회복해 갈 수 있도록 수정, 편집하여 보급한 것이다. 직접 진행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워크지도 더하였다. 이곳에 담아둔 가이드라인을 따르다 보면, 성도들과 함께 차근차근 창조세계의 회복을 이루어 갈 수 있을 것다. 특별히 이 책은 성도들이 ‘잃어버린 창조의 7일을 회복하는 <세븐데이즈>’ 캠페인과 함께 사용하면 더 좋을 것으로 본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포스터 등의 교육콘텐츠도 보유되어 있다.

두루두루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권면하는 것은 성도들과 함께 말씀을 다시 묵상하고, 신음하는 창조세계에 응답하는 시간을 충분히 함께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 문제 해결을 시도할 때는 성도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교회 안에서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로 시작하더라도, 나아가서는 지역의 지도자나 활동가, 기업인, 정치인 등 하나님의 창조세계 보존이라는 목표를 같이 하고 있는 이들과도 끊임없이 연결될 필요가 있다. 점점 더 상호 연결될수록 우리의 노력은 더 증폭될 것이다. 서로에게서 배우고, 전문가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고, 지역 및 글로벌 수준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다스리는 데 돕는 지도자들을 임명했던 것처럼, 우리 교회에서도 창조세계를 돌보기 위해 계속해서 연결을 시도해갈 ‘환경선교사‘를 임명하고 훈련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

교회 안에 성도들이, 마을 안에 주민들이, 도시 안의 시민들이 마음과 정성을 다해 대화하며 실천해 간다면, ‘모든 것의 근원은 창조주 하나님이시며 예수 그리스도가 만물의 구속자이시며 성령을 통해 만물이 지탱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고백하면서, 그분이 이끄시는 창조의 역사에 참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도 저절로 하나님의 모든 창조세계를 돌보는 청지기로서의 소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교회의 탄소중립과 창조세계 돌봄 가이드’를 통해, 한국교회들이 탄소중립에 직접 도전하고, 그로써 기후 위기 시대 변화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 모든 성도들의 삶과 교회를 참 좋은 세상으로 다시금 인도하시길 바란다. 한 가지, 이 길을 걷는 중에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결코 우리의 도전이 미약함에 낙담하지 말고, 오히려 이 일의 주변에 있는 지역 주민과 다른 교회도 초대할 것을 권한다. 그러면 지금도 새 일을 행하고 계신 주께서 우리에게 새 힘을 더하여 주실 것이다.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계속해서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갈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참, 좋다’ 하실 하나님의 칭찬을 받게 될 것이니, 그날을 간절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