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교회는 제 2차 속장 리트릿을 떠납니다. 장소는 5월 말에 열렸던 1차 리트릿과 같은 장소, 강원도 고성 왕곡마을에 있는 오봉교회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분 중의 한 분이신 장석근 목사님께서 40년 넘게 섬기고 계시는 교회입니다. 원래는 다른 곳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1차 리트릿에 참석했던 속장님들이 교회 여기저기에 은혜의 간증을 퍼트리는 바람에 2차 리트릿을 1차와 같은 장소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할 나위 없다’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던 1차 리트릿은 참여했던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증언할 수밖에 없는 은혜의 시간, 은혜의 장소, 은혜의 만남이었습니다. 

우렁각시처럼 모든 일정을 꾸려나갔던 리트릿 서번트 팀은 우리 기독교 공동체가 섬기는 사랑의 공동체임을 다시금 확인케 해주었습니다. 서번트 팀원들은 속회를 섬기느라 수고했던 속장님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섬기겠노라고 작정하고 모인 듯했습니다. 하지만 섬김이 이미 몸에 배어 있는 속장님들도 서로를 섬겼습니다. 모든 이들의 섬김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쏟아지는 듯한 하나님의 은혜에 마음을 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섬김이 바로 축복의 통로임을 모두가 깨달았습니다. 

1차 리트릿에서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다름 아닌 예배였습니다. 기존의 예배가 빈틈없이 채색되어 강렬하고 목적이 분명한 유화 포스터였다면, 리트릿을 위해 준비한 예배는 한 점의 수묵화처럼 침묵이 바탕을 이루며 성령의 임재가 여백을 이루고 있는 예배였기에 참여자들이 어색해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전심으로 예배의 순간순간에 집중하였습니다. 첫날 '하루 마침 예배', 둘째 날 '아침 예배'와 '폐회 예배'까지 세 번의 예배가 디딤돌처럼 리트릿의 중심을 잡아주었고 모든 예배자들은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신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예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서로가 서로를 예배 가운데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오늘 떠나는 2차 리트릿은 당일 일정이기 때문에 한 번의 예배를 드리는데 대신 성찬 예배로 드리기로 했습니다. 오봉교회 뒷마당 언덕 위에는 소나무 숲이 있는데 그 아래에 성찬상을 열고 성찬 예배를 드릴 예정입니다. 아마 그 순간이 2차 리트릿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입니다. 

제가 그 장소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1차 리트릿 때에는 바로 그 자리에 갈릴리의 아침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저는 평생 그날 아침의 그 아름다운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침 예배를 드리고 나와 보니 저 멀리 설악산 자락을 바라보는 소나무 숲 가운데 하얀 식탁보가 나부끼는 식탁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위에는 오봉교회 사모님께서 직접 마련해 주신 사랑의 밥상이 차려 있었습니다. 그것은 분명 요한복음 21장에 기록된 대로 갈릴리 바닷가에서 주님께서 제자들을 위해 마련해 주신 조반상이었습니다. 게다가 리트릿의 주제가 요한복음 21장 12절과 15절이었기 때문에 그 장면은 제게 ‘거룩한 충격’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니...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어린 양을 먹이라” -요한복음 21:12, 15 

그 날 주님이 직접 차려 주신 아침밥을 먹던 제자들도 그랬겠지요. 저는 주님의 사랑에 겨워서 접시 위에 얼굴을 파뭍고는 눈물에 밥을 말아 먹듯 그날의 아침 식사를 겨우 마쳤습니다. 

전날 밤에는 '시와 함께 별 헤는 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별에 관한 시와 노래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람이 서늘도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로 시작하는 이병기 시 이수인 곡 '별'도 함께 불렀고 두 권사님의 아름다운 자작시도 함께 감상했습니다. 어떤 권사님은 별자리를 설명해 주셨고 담임 목사님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들려주셨습니다. 

비록 그날 함께 부르지는 못했지만 그날밤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을 미리 봤더라면 분명 이 찬양을 준비했을 것입니다. '별빛 속에 빛나는 주님'이라는 노래입니다.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야 이 노래를 다시 찾아봅니다. 학창시절에 크리스마스 시즌 때 불렀던 오랜 복음성가입니다. 그날 밤 별처럼 쏟아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나서야 이 찬양의 참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별빛 속에 빛나는 주님 바람결에 말씀하시네 하늘과 땅 다스리는 주 그 무엇일까?’라는 가사와 ‘주의 탄생 축하하리라’라는 가사 때문에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이 노래를 주님의 신비로우심을 찬양하는 성탄 노래로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곡의 가사를 보면 ‘그 무엇일까?’는 주님의 신비로움에 대한 경탄이 아니라 ‘What is that to me?’ 즉 ‘그것이 나에겐 무슨 의미일까요?’ 혹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라는 도발적인 질문입니다.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지금 하나님의 존재는 믿되 하나님의 친밀하심을 경험하지 못한 채 신앙과 삶의 괴리를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믿음을 통해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게 되었을 때(Till by faith I met Him face to face) 그는 쏟아지는 별과 같은 은혜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먼 곳에 거하시며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으신 하나님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Till by faith I met Him face to face, and I felt the wonder of His grace,
Then I knew that He was more than just a God who didn't care,

그리고 고백합니다. ‘모든 것 되시는 주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결코 신파적인 신앙 고백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신다는 놀라운 체험적 고백입니다. 모든 순간, 모든 만물 안에 거하시는 주님을 발견했다는 보다 실존적인 고백입니다. 

Now He walks beside me day by day,
Ever watching o'er me lest I stray,
Helping me to find that narrow way,
He's Everything to me.

이제 그분은 순간순간마다 나와 함께 걷고 계십니다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나를 지켜보시며
내가 좁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그렇게, 그분은 나의 모든 것이 되십니다

https://youtu.be/ZFl2Z-zC5QA?si=LAwAmyhV7jzsxQ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