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물건의 최종 목적지는 대부분 쓰레기 산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쓰레기 산은 우리가 버린 물건들이 쌓여 만들어진 곳으로, 지금도 우리의 생산과 소비, 폐기되는 과정 속에 세계 곳곳에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리 곁에 있는 쓰레기 산이 하는 질문

안타깝게도 이 쓰레기 산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크고 작은 쓰레기 산들이 전국 235곳에 120만 톤 규모의 쓰레기 더미를 끌어안고 있다(2020년 기준, 환경부). 그런데도 배출량은 계속 늘고 있다. 경북 의성군에 있던 쓰레기 산은 2019년 CNN에 보도되기도 했다. CNN은 불법 폐기물이 21만톤, 5층 건물과 비슷한 15m 높이까지 쌓여 악취, 가스, 침출수 문제를 일으키던 그곳이 불타는 것을 보고 '세계 최대 수준의 플라스틱 소비국의 단면'이라고 보도했다.

서울 마포의 하늘공원은 지금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이 되었지만, 원래는 쓰레기 산이었다. 인천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은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드림파크 야생화공원을 조성해 두고 있지만, 이곳 역시 제1매립장과 제2매립장이 포화 상태가 돼 사용이 중단됐고,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제3-1매립장도 머지 않아 종료된다. 수도권 자원 순환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대체 매립지를 찾았지만 더 이상의 매립지를 찾기 어려웠다. 폐기물 관리법이 개정되었고, 2025년부터 이곳 수도권매립지에는 건설폐기물 반입이 전면 금지된다. 수도권 3개 시도는 2026년부터, 수도권 이외 지역은 2030년부터 직매립 금지가 된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도 이제는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해서 재만 매립해야 하는 것이다.

쓰레기를 소각하여 그 결과물인 소각재만 매립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현재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사실, 쓰레기를 생성하지 않는 것,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쓰레기를 태우면 잔재물이 남고, 이를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소각장을 건설하는 것은 계속 많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소각장 건설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 건설 비용 문제, 소각장 위치 문제 등은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그렇다면 재활용은 어떤가? 재활용은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환경을 책임지는데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그 역시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플라스틱 포장재의 경우 14% 미만만이 재활용되는데, 그 종류도 다양한 폴리머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 다른 온도에서 녹기에 함께 재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라도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진지하게 묻고 답해야 한다. 쓰레기에 대한 나의 책임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 누구든 우리 모두가 만들어 놓은 이 쓰레기 산 앞에 겸손히 서서 응답해야 할 것이다. 쓰레기 처리의 중요한 원칙은 바로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결국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되고 다시 쓰레기 문제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결국 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어떻게 쓰레기 자체를 줄이느냐의 문제다.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그 다음으로 최대한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물건은 다시 쓰고 또 재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생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소비자의 힘도 필요하다.

응답하라, 오늘도 쓰레기를 내놓고 있는 우리여!

우리는 이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렸는지, 버려져 어떤 일을 일으켰는지 다 안다. 적절히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로 대기, 토양, 수질이 오염되어 야생 동물들의 보금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생물과 조류가 먹이로 오해하여 섭취하거나 몸에 감겨져 생명을 잃게 하고 있다. 분해된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 사슬을 통해 우리는 1주일에 신용카드 1장 정도를 먹고 있다. 지금도 쓰레기 산 인근 주민들은 숨 쉬고 마시는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쓰레기가 지구를 가열하는 메탄 가스를 내놓고 있어 모두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예수님은 “하늘 나는 새를 보라”하시며 탐욕으로부터 자유하라 하시고, 바울은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빌 4:11) 하며만족하는 법을 말한다. 지금도 곳곳에서 쌓여가는 쓰레기 산들, 쓰레기 더미에서 병들어가는 아이들과 야생 동물, 땅과 바다가 우리로 하여금 버린 것이 어디로 가는지 보라며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계속 소비하고 버리면 안 된다고. 버린 쓰레기가 쓰레기 산 곁에 사는 주민과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며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바라보며 마음을 연결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 있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가능한지 살피라 한다. 어쩌면 지속적으로 소비를 부추기는 지금의 경제체계에서 만족한다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사랑해야 할 이웃들 그리고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를 삶의 중심에 놓고 살아간다면 다를 수 있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곁에 있는 이들과 늘어가는 쓰레기 산을 함께 마주하자. 그리고 더 이상 사랑해야 할 이웃에게 쓰레기를 떠넘기는 일은 멈추고 서로 사랑하자.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