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를 쓰기 위해서 청소노동자 현장 이야기 이미지를 가져왔다.

얼마 전 당당뉴스에 ‘청소노동자’ 이야기를 썼다. 강남의 6층 건물을 청소했던 여성은 근무시간에 건물 내 사무실 청소를 하고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건물주에게 쫓겨났다. 건물주는 그녀가 횡령을 했다고 질타했고 5년 동안 사무실 청소로 번 돈을 다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우선 퇴직금을 제하고 나머지 600만원을 세 번에 걸쳐 나누어 보내겠다는 각서까지 쓰게 했었다. 나를 붙들고 엉엉 우는 그녀의 깡마른 등을 토닥이다가 늦은 밤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새벽에는 신문에 글을 써 이곳저곳 사회관계망을 통해 인권운동, 여성 운동, 종교단체 등에 알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는 퇴직금뿐 아니라 해고 예고수당까지 받았다. 글을 읽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냐고 분노했고, 모금해서 변호사를 구하자는 제안도 했고 아는 노무사나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는 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노동인권‘ 교육을 하는 이주우선생이었다. 그를 통해 꿈틀의 이상미 노무사를 소개받았다.

두려움에 뒤에 숨는 노동자

나는 급하게 이상미 노무사에게 전화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아니라 청소노동자(가명:혜자)와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청소노동자와 이야기를 하고 나서 나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 그분이 너무 겁을 먹고 있어요. 자신도 없어 하고. 우선 그분을 설득해주세요. 퇴직금과 사무실 청소로 번 돈은 따로 진행해야 해요“ 나는 혜자씨에게 여러 사람이 도울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를 도운 것은 노동법이었다. 

종종 우리는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어구에 지배당한다. 힘이 지배하는 정글 같은 사회 속에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가들이 이길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믿어버린다. 그러나 법의 의도는 힘의 지배를 막고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건물주는 끊임없이 자신이 얼마나 인맥이 많고 권력도 있는지를 과시하며 노동자 혜자씨가 아예 이 사건을 소송할 꿈도 꾸지 못하게 했다. 

노무사는 그의 주장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논박했다. ’사용자(건물주)는 정해진 날에 임금을 반드시 줘야 한다 (근로기준법 43조)‘ 이 당연한 법 조항이 어떻게 혜자 씨를 구해낼 수 있었을까? 퇴직금은 임금의 일부다. 건물주는 이것을 자신이 받아야 할 채권과 연계에서 미리 가로챈 것이다. 이것은 임금 지급원칙에 어긋난다. 즉, 건물주는 임금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주지 않았기에 형사법을 어겼으므로 교도소에 갈 수 있다. 또한, 노동자 혜자씨를 갑자기 쫓아냈으므로 그가 직장을 구할 여유가 있도록 통상임금 한 달 치를 주어야 한다.(근로기준법 26조). 이렇게 기본적인 법으로 혜자씨는 건물주에게 퇴직금을 받아낼 수 있었다.

혜자씨만 몰랐을까? 이런 노동법을.

이상미 노무사는 혜자씨가 직접 해결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우리 사회에서 같은 조건 아래서 일하게 될 때 이런 일을 또다시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혜자씨는 건물주를 만나는 것도 두려웠고, 노동분쟁에 뛰어들기 위해 공부할 여력도 돈도 시간도 없었다. 그러나 혜자씨 만 그랬을까?

이 사건은 노동자가 자신을 보호하는 노동법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사용자의 말만 듣고 포기한 경우인데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신문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된 대부분 사람도 노무사나 변호사를 소개해준다고만 했지 이문제가 노동법으로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초중고 과정에서 노동법을 필수로 가르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를 교육하지 않는다. 게다가 노동을 천시하는 사회적 시선이 결국 우리 모두를 무지로 몰고 간 것이다. 이번 정부는 그나마 고등학교에서 조금 있던 노동법 수업시간을 실업계로 한정시키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이런 일이 지속해서 일어나게 할 것이다.

건물주가 혜자씨가 사무실 청소로 받은 돈에 대한 민사 소송을 한다면?

혜자씨는 퇴직금을 돌려받았지만, 건물주는 혜자씨가 사무실 청소로 받은 돈에 대해서 민사소소을 할 수도 있다. 이상미 노무사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무료 법률 구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요건을 고려해서 아는 변호사에게 도와주겠다는 확답까지 받아놨다고 한다. 그와 같은 노무사가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혜자씨는 여전히 일을 하러 다닌다. 학교 급식 일도 하고 동시에 건물 청소도 한다. 그의 손마디는 괜찮을지.... 새벽에 출근하며 그와 마주치고 웃었다. 난 일상으로 돌아와 편의점 포스기 뒤 한쪽 구석에서 마무리 글을 쓰고 있다. ”아이고 아줌니도 나처럼 컴퓨터로 고스톱 하시나 보네요“ 늘 막걸리 한 병을 사가는 할배가 말을 건넨다. 그러면 어쩌랴. 일하는 여자들의 연대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써 내려가던 나는 활짝 웃으며 그에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