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성 성격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들

“35세의 여성이 있다. 그녀는 여전히 70대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머니가 그녀에 대한 모든 결정을 내려준다. 그녀는 직장 일을 하면서도 하루에 10회 이상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 물어보고 통화가 되지 않으면 답답해서 견디기 어려워한다.”

위에 소개한 여성은 의존성 성격장애자이다. 의존성 성격장애의 특징은 자기의 주체성이 없이 무엇이든 남에게 맡긴다는 데 있다. 이들은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과도한 욕구 때문에 자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별 것 아닌 일조차 부모나 파트너, 친구에게 끝없이 매달리며 과도하게 집착하려고 해 상대방을 지치게 만든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대학진학, 취업, 결혼 등 자기 인생의 중요한 일에 대해 그 의사결정을 타인에게 전가시키며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의존형 성격을 지닌 사람은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남과 싸우거나 경원시되는 것을 두려워해서 상대에게 맞추려 든다. 자기 기분을 표현하지 못하고 참고 있는 사이에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조차 모르게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기분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거나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의존성 성격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의지나 기분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변상황에 따라 인생을 결정한다. 

이들의 전반에 깔린 심리는 바로 불안과 낮은 자존감이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은 불안과 무력감이 높다. 이들은 의존하고 싶은 존재에게서 본인을 확인받고 싶어 하고 집착하고 또 그들에게 의존을 하면서 정서적, 신체적 안정을 찾는다. 의존성 성격장애인은 사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가진 또 다른 문제는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의존적인 사람들은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에 이런 불안을 잠재워줄 수 있는 수단을 찾기 마련이다. 술을 마시거나, 충동적으로 문란한 성적 행동, 또는 자해를 하기도 한다.

의존성 성격장애자는 혼자 있지 못하고 항상 같이 시간을 보낼 상대를 구한다. 고독해지면 모든 것이 시시하고 공허해져 당장 전화를 걸어 친구를 불러내 수다를 떨면서 자기를 진정시키려 든다. 그 사람이 없으면 살수 없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그 사람과 헤어지면 금방 새로운 애인과 붙어 다닌다. 의존성 성격의 사람은 고독한 것을 견디지 못해 자기를 지탱해 줄 사람에게 의지한다. 

의존성 성격장애자는 자기를 이용하려 드는 반사회성, 자기애성 성격을 지닌 해로운 사람에게 쉽게 이용당하고 착취당한다. 심한 폭력에 시달리거나 매춘을 강요당해도 그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이나, 알코올 중독증인 폭력적 남편과 헤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그 남자를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하는 여성 중에 의존성 성격장애자가 많다. 심하게 불이익을 당해도 관계를 지속하려는 것이 이 의존성 성격장애의 특징이다. 의존성 성격장애자들은 학대를 당하면서도 자신이 가해자를 떠나서 자립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기에 이 해로운 유대관계는 계속 이어지게 된다. 

의존성성격장애자는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 분명히 거절 할 수 없다. 왜 “노”라고 하지 못할까? 이 심리의 밑바닥에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거절하면 자기를 버리거나 싫어하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한다. 남에게 나쁘게 비춰지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잘 거절하질 못한다. 이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서 거절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그만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여 상대에게 맞추려 든다. 이런 태도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몰고 가 남에게 이용당하는 원인이 된다. 

의존성 성격장애자는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 주위의 평가에 휘둘린다. 칭찬받았던 일보다는 폄하 당했던 일을 더 잘 기억하고 있어 자기는 열등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낫다는 점에서 회피성 성격과 같지만 의존성 성격자는 타인에게 집착해서 필사적으로 매달린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이런 경향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기인한다. 이 유형의 성장 과정을 보면 지배적인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성장했을 때가 많다. 조금이라도 곤란해지면 당장 도와준다든가, 부모가 가장 옳다고 여기는 것을 아이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자신도 모르게 강요한다. 주체성을 빼앗긴 채 부모의 강한 지배 아래에서 성장했다는 점에서 회피성 성격장에, 다음시간에 다루게 될 강박적 성격장애도 마찬가지이다. 그 차이점을 들라면 부모에게 지나치게 충실한 것이 강박성성격이고, 부모에게 짓밟힌 것이 회피성 성격이며,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이 의존성 성격이다. 당연히 이 세 가지는 여러 형태로 조합되어 함께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의존성 성격장애인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가족 또는 친구, 연인의 삶도 같이 피폐해지고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때론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구해주고 싶은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들 것이나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나아지지 않는 의존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과의 관계는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파국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가 부모의 의도대로 잘 따를 경우만 칭찬하거나 물질적 보상을 하고, 독립적인 행동을 할 때 나무라거나 체벌을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자율적이고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때 의존적 성격장애가 되지 않는다. 사소한 것들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부모의 배려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성격형성에 중요하다.

임석한 목사(양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