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저자: 도유진, 남해의 봄날 출판사

인생에서 노동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노동은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관점이 되기도하고, 우리가 이 세상과 어떻게 소통을 하는가에 대한 방식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이 된 후 은퇴할 때까지 사람들은 대략 30-40년 정도의 시간동안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노동이란 우리가 가장 에너지가 있고 활력이 넘치는 청춘의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기로 나누어 보았을 때 노동은 가장 뜨거운 여름과 선선하게 성숙되어진 가을의 시기라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우리는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동안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노동은 우리가 사는 곳, 생활 반경 및 생활 습관 등에도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노동은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서 발생해왔다. 때문에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지하철과 도로는 일터로 향하는 수많은 이들로 가득 메워진다. 그들의 주거환경은 그들의 일터와 무관할래야 무관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터와 가까운 주거지역을 선호하게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하루에 얼마 주어지지 않는 자기를 위해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시간조차 거리에서 허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나날이 급속화되고 있고, 온라인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무언가 필요한 물건을 살 때,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면, 바로 다음 날에 그 물건이 집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은 우리에게 더 이상 놀랍지 않다. 과거에는 구매대행이라고 해서, 해외의 특정한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이 직접 가서 물건을 대량으로 떼와 국내에서 물건 값에 인건비 및 수수료와 같은 것들을 추가해서 그 물건들을 팔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직구라고 해서 개인이 집에서 마우스 클릭 몇번이면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각지의 물건들을 직접 구매하고 배송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노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매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해서 만들어내는 생산량과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하며 만들어내는 생산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후자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삶의 질을 위해 원격 근무를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디지털 노마드라 일컬어진다. 

디지털 노마드 (Digital Nomad)란 어휘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amad)를 합성한 신조어로,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한 디지털 기기(노트북,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재택 및 원격근무를 하면서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자유를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이들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나의 가족과 나는 현재 미국의 위스콘신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내 아내는 로고 디자이너로서 한국에 있는 의뢰인으로부터 무언가 디자인 요청을 받았을 때, 미국에서 그들에게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녀는 디지털 노마드의 한 예이다. 

과거에는 작가, 예술가, 개발자와 같은 일부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디지털 노마드에 속했었다면, 지금은 그 범위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특히,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유행병 시기를 겪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채택했고, 그 노동의 생산의 결과가 전통적으로 사무실에 출근을 하며 노동을 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거나, 오히려 출퇴근 시간동안 무의미하게 길에서 소비되는 시간없이 본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사무실 임대 비용이 절감되면서 원격 근무가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일부 교회들 중에서는 온라인 목회에 대한 논의와 시도가 적극적으로계속 되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신체적인 장애 혹은 교회 안에서의 관계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가나안 성도가 되기로 자처한 이들에게는 온라인 목회가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밝은 부분과 더불어 우려되는 부분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가치관과 노동의 환경과 문화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8년전에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라는 A.I.는 첫 단추에 불과했고,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A.I. 기술에 대해 연구 및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어쩌면 디지털 노마드가 추구하는 원격 근무가 보편적이게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책을 읽으며 부활절을 맞이했는데, 생각을 해보니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고,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대신 죽으셨고,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셨으며, 곧 하늘로 승천하셨다. 다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지만 동시에 예수는 우리와도 함께 계시다는 것을 묵상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은 예수 그리스도야 말로 디지털 노마드를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노마드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무리한다. 

 민학기, 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