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쁘리야와 동생들

     2023년 12월 21일 목요일, 쾌청하나 올해 들어 최고로 춥다. -8도

     오전 8시32분 쁘리야로부터 오랜만에 서툰 영어로 문자가 왔다. 네팔의 시간으론 새벽 5시에 문자를 보낸거다. “헬로우 써, 안녕하세요? 나는 지금 상태가 매우 좋아졌으며 오늘 칼리지(college)에 가려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가 멀어서 새벽에 출발해야 하므로 이른 새벽부터 서두르는가 보다. 채팅하는 중 답장도 한 문장이 끝나면 몇십 분씩 있다가 답이 오다 끊어졌다 한다. 와이파이 사정이 좋지 않아서이다.

     아직 어린 나이라 면역력과 회복력이 좋아서 상처가 금방 회복된 점도 있겠지만, 야무진 아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학교에 결석할 수 없어서 강행하는 것 같다. 학교가 멀어서 약 1시간 이상 걸어가야 하는 험한 산길인데 별 탈 없이 학교에 잘 다녔으면 좋겠다. 칼리지에 간다고 했는데 그 아이가 요즈음 바뀐 네팔의 문교 행정 체제를 잘 몰라서 하는 말 같다. 네팔은 ‘10+2시스템’으로 학제가 구성되었다. 초등학교 7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2년 과정으로 되어 있다. 쁘리야가 11학년이므로 우리 학제로 말하면 고등학교 2학년인데 보통 사람들은 예전에 10 학년제에서 12학년 제로 바뀌면서 11학년과 12학년을 칼리지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 12월 29일 금요일

     초점과 우주의 에너지

     대부분 어린 시절에 볼록 렌즈로 종이를 태워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볼록 렌즈를 태양으로 향하고 빛을 한군데로 모으면 불이 붙게 되는데 불이 붙는 점, 다시 말해 빛이 모이는 지점이 바로 초점이다. 초점은 사진 촬영에 있어 노출과 함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아무리 노출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더라도 초점이 맞지 않으면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초점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면 원하는 부분만을 흐리게 표현하는 고급 기술을 이용할 수도 있다.

     초점과 마찬가지로 우주를 이끌어 가는 힘인 우주의 기운(에너지)도 초점처럼 한곳으로 몰리면 놀라운 사건(변화)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양자물리학자들이 연구중이다. 태양 빛이 온 우주에 고르게 비추나 한곳으로 모이게 할 수 있듯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온 우주에 골고루 퍼진 우주의 기운도 한곳으로 모이게 되면 어떤 한 사건(변화)을 이룬다. 나는 물리학자가 아니라 이런 현상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할 재간이 없으나 영적 예민성으로 어느 정도는 감지할 수 있다.

     오늘 각각 다른 네 사람에게서 네 개의 문자가 한 사건을 위해 동시에 나에게 도착하였다. 1. 쁘리야 2. 후원자 3. 알차나 4. 쁘리야 아빠에 관한 건이다.

     첫 번째 문자는 쁘리야에 관한 건이다.

    한국의 후원자가 네팔 산속에 사는 쁘리야의 네 자매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았으면 좋겠다하여 쁘리야에게 사진 좀 찍어 보내라고 누차 문자를 보냈지만, 그 아이는 내 문자를 읽고도 그냥 흘려보내고 늘 다른 말만 하였다. 어린 쁘리야 이지만 자존심이 강하여 어렵게 사는 자기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인지 몇 번 문자를 보내도 응답이 없어 중간에 있는 나로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한 어조로 “왜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늘 다른 말만 하느냐!” 하였더니 한 참 지난 오늘 아이들이 교복을 깨끗이 차려입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동안 깨끗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사진을 찍지 않은 모양이다. 사고를 당하였던 쁘리야의 얼굴에 흉터가 보인다. 예민한 여자아이의 얼굴에 생긴 흉터가 서서히 없어져 예전의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 문자는 한국의 후원자가 갑자기 카톡을 통하여 “쁘리야가 빨리 회복하고 공부 잘하길 바란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후원금을 보내왔다. 얼마 전에도 보낸 적이 있어 다음 달에나 보낼 줄 알았는데 오늘 또다시 두 번째 보냈다. 가난한 쁘리야가 병원비로 어려움을 겪을까 봐 걱정하신 모양이다.

     세 번째 문자는 네팔의 어시스턴트 알차나 자매이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연락도 없던 그녀에게서 “토요일 점심에 쁘리야를 초청하였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내가 그녀에게 엄마도 없이 사고를 당해 고생하는 쁘리야를 좀 돌보고 지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 바램을 잘 이행하겠다는 의미이다.

     네 번째 문자는 쁘리야 아빠이다. 그분은 새 부인을 얻어 쁘리야와 멀리 떨어져 산다. 밤에 자려고 누워 있는데 갑자기 “헬로우 써 나마스떼”라고 간단한 메시지를 남기고 인터넷이 끊어졌다. 아마 조금 남은 데이터로 간신히 그 인사만 하고 데이터가 나간 모양이다.

     이렇게 오늘 하루 각각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네 분들 모두 평소에 나에게 문자를 잘 보내지 않는 분들인데 동시에 쁘리야에 관한 관심 어린 문자를 보냈다. 물론 우연히 이루어진 사건일 수도 있지만 한 목적을 위해서 동시에 움직인 사건은 우연이라고 생각하기보단 무언가 암시하는 우주적 메타포가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일상적 삶에는 우연이 빗발치듯 쏟아지는데,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위 우연의 일치라고 불리는, 사람과 사건 간의 우연한 만남이 그것이다. 예기치 않은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조우하는 순간 우연의 일치가 존재한다. --- 인간이 이러한 우연을 보지 못하고 그의 삶에서 미적 차원을 배제한다면 이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태양열에 초점을 맞추어 불을 일으킬 수 있듯이 우주를 운영하는 거대한 힘(에너지)도 양자역학적으로 말하면 ‘이끌림과 끌어들임’의 사건이 발생한다. 우주는 보이는 세계(인식한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인식하지 못한 세계)가 함께 공존한다. 내 눈에 보이는 세계만 보고 세상을 다 본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양자물리학자들에 의하면 우주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약 5% 정도이고 95% 정도는 보이지 않는단다. 보이지 않는 95% 중에는 암흑물질이 약 25%이고 암흑 에너지가 약 70%이다. 이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 우주의 움직임에 큰 역할을 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 사람들, 직업, 환경, 건강, 부, 빚, 기쁨, 자동차, 소속된 단체 등.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자석처럼 끌어당겼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이 외부로 드러난 것이 바로 삶이다. -리사 니콜스, 시크릿.

     뭔가 희망하거나 상상하면 이루어진다는 막연한 희망이나 엉뚱한 공상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훨씬 더 깊고 본질적인 원칙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양자물리학은 이 발견이 옳다는 점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정신’이 없으면 우주는 존재할 수 없고, 정신은 그것은 그것이 인식하는 대상을 실체로 만들어낸다. -프레드 앨런 울프 박사(양자물리학자, 저술가), 시크릿.

     최근에 이르러 양자물리학자들이 우주의 기운(암흑 에너지)을 말하기 이전에 성경은 이미 창세기 1장 1절부터 영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세기 1장 1절 〜4절)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 그가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요한복음 1장 1절〜3절).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 이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사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을 그 종들에게 보이시려고 그의 천사를 그 종 요한에게 보내어 알게 하신 것이라(요한계시록 1장 1절).

     주 예수의 은혜가 모든 자들에게 있을지어다 아멘(요한계시록 22장 21절).』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영의 세계를 체험하고 실현하며 살았다. 성경은 영적 사건을 다룬 신앙 이야기이다. 우리가 영적 겸손함과 예민성으로 성경을 접하면 우리도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우주의 기운(에너지)을 느끼고 또한 받을 수 있다. 그것은 믿고 받아들이는 이에게만 이루어지는 영적 체험이다.

     오늘 각각 다른 지역에 멀리 떨어져 사는 네 사람이 한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나에게 보낸 문자의 동시적 사건도 우주의 에너지가 한쪽으로 쏠린 영적 사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