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나르시시스트-집, 사무실, 침실,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괴물 이해하기>, 제프리 클루거 지음, 구계현 옮김, 문학동네, 2016

저자인 제프리 클루거는 《타임》지의 수석 편집자이자 작가답게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광범위한 정신병리학적, 심리학적 조사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다. 쭉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르시시스트가 어떻게 탄생되는지. 직장에서의 나르시시스트는 어떤 모습인지, 어쩌면 한지붕 아래 같이 살고 있을지 모를 나르시시스트들은 어떤 사람인지, 나르시시트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일터에서, 나아가 정계와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 어떻게 주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신마저 파멸로 이끄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인류가 어떻게 나르시시즘을 극복해야 할지 통찰을 제공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나르시시트들의 변화가 어려운 이유, 나르시시스트는 어떻게 나이가 들어가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장은 도널드 트럼프의 자기애적 면모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트럼프를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출간 당시는 미국 대산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이 책이 더욱 주목을 받았으리라. 최고의 나르시시스트인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하거나 관련이 있는 모든 것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과시하기를 좋아한다. 트럼프 파이낸셜, 트럼프 세일즈 앤드 리싱, 트럼프 레스토랑, 트럼프 보드카, 트럼프 초콜릿, 도널드 트럼프 향수, 트럼프 생수, 트럼프 실내 장식, 트럼프 의류, 트럼프 서적, 트럼프 골프, 트럼프 대학교, 하물며 트럼프 보드게임도 있다. 페이스북과 테슬라의 창업자가 회사이름에 자기이름을 넣지 않는것과 비교해보면 정말 차이가 난다. 트럼프를 비롯해서 이 저서에 등장하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어린아이에서부터 회사상사, 대통령, 할리우드 스타 및 흉악범 등이 망라되어 있다. 

제프리 클루거는 나르시시즘(자기애성 성격장애)이라는 거대한 질병이 인류를 휩쓸고 있다고 말한다. 이 병은 아주 무서운 병으로, 정치판을 휩쓸고, 기업가의 오만한 언행을 묵인하게 만들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하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이런 괴물은 먼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곧 영화 스크린, 국회, 사무실, 이웃집, 교회, 등 어디에나 있다고 한다. 더욱 끔찍한 것은 나르시시스트가 참을 수 없이 유혹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우리를 매혹하고, 미치게 만들며, 마침내 모든 것을 파멸시킨 후에야 그 본질을 드러낸다. 우리는 이들에게 이용당하고 정복당할수 있기에 이들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 

오늘날의 세상과 시대는 나르시시즘을 방조하고 오히려 부추기기까지 한다. 무려 10억명의 사람이 페이스북에 근황을 업데이트하고 저녁에 먹은 음식처럼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세세한 내용을 게시한다. 5억 여명의 트위터 사용자들은 아무런 의미없는 140글자를 재빨리 포스팅하는 데 달인이 되었고, 짧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는 온 세상 사람들이 보고 싶어한다고 굳게 믿는 자신의 온갖 행동들을 포스팅한다. 실시간으로 오늘 먹은 근사한 저녁 메뉴 사진을 올리고, 어디에서나 기다란 ‘셀카봉’을 휘두르며 ‘셀카’를 찍어 공유하며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한다. 이런 풍조는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언제부턴가 겸손함은 자기 PR도 할 줄 모르는 바보 같음이 되고, 자기애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행위는 열렬히 찬양받게 됐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이제 너무 지나치다. 

저자의 후기에서 이렇게 유용한 교훈을 제시한다. “주변의 나르시시스트건, 자기 안의 나르시시스트건, 두 경우 모두 징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 큰 도움이 된다”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경계하며 통제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위를 잘 둘러보자. 간파하자. 나르시시스트라는 괴물이 거기 있지는 않은가? 그 전에, 우선 나 자신부터 돌아보자. 책 끝에는 ‘자기애적 성격 검사’ 테스트가 실려 있으니 꼭 해보길 바란다.

임석한목사(양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