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보기도에는 중보가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중보기도에는 중보가 없다. 당연한 일이다. 만약 중보기도에 중보가 있다면 큰일 날 일이다. 중보가 무엇인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이 성사되도록 주선하는 사람’, 이것이 사전적 의미이다. 그리고 이의 종교적 의미는 ‘신과 사람의 사이를 화해시키고 교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에서의 중보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유일하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 즉 죄로 인해 단절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인간들[人類]이 지은 모든 죄를 도맡아 지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일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그 같은 중보의 기도를 예수 아닌 사람이 한다? 언어도단이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 사전에는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하는 기도’ 또는 ‘다른 사람을 위하여 하는 기도’가 ‘중보기도’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기독교인 대부분도 그리 알고 중보기도라는 것을 한다. 잘못되어도 한참이나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기도를 ‘중보기도’ 말고 달리 말할 대안은 있는가. ‘남을 위한 기도’ ‘타를 위한 기도’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 등으로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딘지 어색하여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냥 지금까지 해온 대로 ‘중보기도’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싶기도 하다. ‘중보기도’를 ‘중보’의 ‘기도’, 즉 자기가 하나님과 기도 대상의 중간 위치에서 양자 간을 중재하는 기도로 알고 기도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아니 혹 있을지도 모른다. 입으로는 ‘만인제사장(설)’을 외치며 의식은 구약시대를 살며 제사장 역할을 하려는 목사들도 없지 않으니 말이다.

문제는 ‘중보기도’라는 이름이 옳으냐, 그르냐에 있지 않다.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과 “하나님은 한 분이시오,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딤전2:5)라고 하는 말씀을 의식의 저변에 깔아 두고 살면서 자기를 위한 기도가 됐건 남을 위한 기도가 됐건 전심전력으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들은 살면서 좋은 일도 만나고 나쁜 일도 만난다. 신·불신을 막론하고 그렇다. 이에 대해 똑같이 그러한데, 그에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말하는 목사도 있다. 그러나 똑 같은 건 아니다. 나쁜 일로 말할 것 같으면 잘 믿어 믿음 좋은 신자도 만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똑같은 것은 아니다. 아니 더 많이 더 심하게 만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훌륭한 부모는 자녀의 훈육을 게을리 하지 않고, 뛰어난 지휘관은 부하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킨다. 그래야 살아남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사랑이신 하나님이 아니신가. 당신의 자녀들을 믿음으로 잘 기르기 위해서는 연단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하나님의 자녀들은 좋은 일을 만나건 나쁜 일을 만나 건 믿음의 마음으로 대처해야 한다. 하나님의 선하신 방법으로 일을 해결해 나가야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게 어려운 것이다. 그리하려 하는데도 잘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기도가 필요한 것이다. 하나님의, 성령님의 도우심을 청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기도이다. 그것이 기도의 본령이요 본질이다.

그런데 남을 위한 기도, 그러니까 중보기도는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하는 일이 많다. 교회에서도 그렇고, 교회 밖에서도 그런 것 같다. 좋은 일이다.

성도 중 힘든 일을 만난 사람이 있으면 위하여 기도하자고 목사님이, 또는 서로가 서로를 권면하고, 그러면 열심히들 기도한다. 아픈 사람을 위한 기도는 같이 아파하며 기도한다. 정성을 들여 하는 것이 아니라. 온 심령, 온 마음을 다함으로 온몸으로 기도한다. 그렇다고 ‘믿-습니다’라고 ‘믿’의 발음에 힘을 주어 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사람을 위한 기도라면 그 가족의 아픈 마음이 되어 가슴 찢기는 아픔으로 나의 하나님을 우러러 바라보며 기도드려야한다.

중병자를 위한 기도를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아픔 없이 한다면 그래도 열심히 하는 기도인가. 먹을 것이 없어 기진한 사람에게 어서 가서 밥을 먹으라 한다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라면이라도 한 봉지 사서 쥐어 주는 것이 돕는 것 아닌가.

‘중보기도’라는 표현이 맞네 그르네를 따져서 뭐하겠는가. 표현은 맞지 않는다 해도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바르게 알아 기도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중보기도’라는 표현이 틀린 것이니 하나님께서 병자와 그 가족의 찢기는 아픔으로 부르짖는 기도를 외면하시겠는가.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삼상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