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새만금은

지난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 , 새만금을 찾았다. 2008년 세계 습지보전 총회인 람사총회를 우리나라에서 열기로 되어 있어 습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절실하다. 지난 해 4월 21일은 우리나라 생태역사에서 가장 암울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세계 3대 습지이며 5대 갯벌인 새만금 방조제가 막힌 날이다. 총 길이 33km로 세계 최대인 새만금 방조제는 개발논리와 정치논리의 허구, 인간의 오만과 무지의 극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울면적의 2/3인 1억2천만평의 새만금엔 12,000종의 생물이 살고 있고 한 해에 최대 60만 마리의 도요새가 머물다 간다. 주변의 어민이 20,000명, 어민들이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은 최소 500억에서 최고 5,000억에 이른다. 농지로 만들면 연간 소득은 50억 원에 불과하다. 경제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우매한 정치논리와 주민들의 개발환상으로 가속도가 붙었다. 우린 그 생동감 넘치는 새만금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물막이 공사 후 10개월이 다된 지금, 새만금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해수 유통이 되고 있어 특별한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상은 그렇지 않았다.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는 지난 10개월 동안 저서생물, 수질, 지질, 사회변동 등 네 파트로 나누어서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기간이 짧고 장비나 재정의 열악성으로 확연한 결과를 내놓기는 이르지만 상당히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 밀물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지 백합이 나와서 반긴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이제 시작이다. 방조제 도로 노면을 높이고 방조제 내막 복토 공사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흙이 필요한가? 그 복토를 위해 얼마나 많은 야산이 사라질까? 평택 대추리 미군부대 복토를 위해서도 100m 높이의 야산 180여개가 필요하다는데...

▲ 해창갯벌을 다시 들렀다. 이곳을 새만금 반대 투쟁 전시관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 갯벌에 사는 저서생물의 개체수와 종류를 알아보기 위해 갯벌 속에 있는 생물을 채로 밭혀 조사하고 있다.

점심을 나누며 수질상태를 조사하는 나기환박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박사는 부안이 고향이다. 79년 간경화로 황달수치가 너무 높아 사형선고를 받고 고향에 내려와 휴양하면서 어머니가 끓여주는 굴과 바지락을 먹었다. 몇 달 만에 완전히 치유되었단다. 의사는 기적이라며 놀랐단다. 참 맛있었다며 그 때의 맛을 아직도 못 잊는다고 말했다. 수질팀과 배를 띄워 조사과정을 함께 하려고 했지만 파도가 높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 전시관 외벽에 걸려 있는 글귀다. 무엇이 친환경개발인가?

갯벌은 장구하게 흘러온 강물이 쉬는 곳이며 생명들도 쉬는 곳이며 철새들도 날아가다가 머물다 쉬고 가는 곳이다. 갯벌은 생물들이 쉼터인 샘이다. 하지만 지금 새만금 방조제 내부는 물이 들어오지 않는 대부분의 땅은 굳어 모든 생물들이 폐사하였다. 철새들의 개체수는 현격하게 떨어졌다. 그뿐이 아니었다. 전시관 마당에 즐비했던 관광버스도 물막이공사가 끝난 후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전시관에 들러 공사 진행에 대해 알아보았다. 전시관 외벽엔 대문짝만하게 친환경개발이란 말이 유난히도 크게 걸려 있다. 일행은 항시 열려 있다는 가덕도 수문을 둘러보고 변산 해수욕장으로 이동하였다. 현지 주민의 말을 듣고 우리가 조사하고 있는 내용과 상당히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방조제 외부인 변산 해수욕장엔 다이빙대의 기초가 드러날 정도로 모래가 심각하게 유실되고 있었다. 지난 해 여름인 6,7월엔 상당수의 생합이 죽었단다. 당시 수질 조사 결과로 보면 용전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졌었다. 또한 어족자원의 감소로 상당수의 어부들은 출어를 포기하고 있었다. 지질조사팀에 의하면 전반적으로 해안 유실이 드러났고 우리나라 대표적인 펄 갯벌인 곰소만의 펄이 사라지고 모래갯벌로 바뀌고 있음이 조사되었다.

▲ 모래유실이 많고 빈조개껍질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동해안만큼이나 거대한 파도가 치고 있었다. 파도는 밀물과 맞물려 장관을 이루었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 내부는 호수처럼 조용했다. 죽음의 바다가 된 것일까? 오는 길에 해찰갯벌에 들러 쓸쓸히 서 있는 장승십자가를 붙들고 기도를 올린다.
주님, 새만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인간이 이토록 어리석단 말입니까? 지구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보아도 인간의 어리석음의 극에 달한 듯하다. 이 시대를 무엇으로 새롭게 할 것인가? 답답함이 가슴 저 밑에서부터 밀려온다.
하지만 희망은 그 절망의 나락에서 피어나는 법,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막힌 방조제를 허물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시간이 문제인 듯하다. 하지만 그간에 생명체들의 생존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 저서생물 조사를 하고 있는 대항리 갯벌로 진입하고 있다. 전날 눈이 제법 많이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