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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전통마을에서 새해 소망을 찾다.전통한옥과 자연이 어울린 경북 영덕군 인량리 나라 골, 보리 말 엿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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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2월 29일 (금) 00:00:00 [조회수 : 39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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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 과거와 미래,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경상북도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 전통마을을 찾았다.
경북 청송의 옹기가마터를 둘러보고는 영양군의 경계를 넘어 아름답기로 유명한 삼의계곡으로 향했다. 초입의 석보면 원리리에 있는 전통마을인 두들마을을 지날 때 잠시 쉬면서 소설가 이문열의 광산문화연구소를 배경으로 오래된 고택들을 사진 속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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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미래,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 전통마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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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에서 영덕으로 오르는 창수령은 아기자기한 삼의계곡의 절경이 시작되는 남동쪽 계곡을 굽이굽이 돌아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저 그만한 물길을 따라 나와야만 넉넉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산과 골짜기를 굽어 볼 수 있는 령이다. 조심조심 살짝 내린 눈길을 지나 울창한 소나무 산림과 괴이한 암반이 반기는 요원리 계곡을 지나 커다란 분지 위를 오르니 너른 시야에 각양의 준봉들이 줄지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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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 하나가 된 영양군
석보면에 있는 두들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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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계속하여 험준한 양구리 송림을 내리달려 무창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또 다시 굽이진 계곡을 따라 자라의 목처럼 생긴 자라목이 고개를 넘어 창수령에 당도했다. 이곳을 넘자마자 저 멀리 산천초목 사이로 동해바다가 보일 듯 말듯하다. 창수령을 넘어 20분쯤 곧장 내리 달리면 한적한 창수면 소재지가 나온다. 이곳 면사무소 앞을 지나 좁은 골목길을 통해 우회전하여 커다란 다리를 만나 5분만 직진하면 좌측으로 전통한옥들이 즐비한 인량리 ‘나라 골’을 만날 수 있다. 지명은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로 토지 대부분이 점토 성분의 사질토여서 예부터 품질이 우수한 보리가 생산돼 보리마을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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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량마을 재령이씨 종가집
우계종택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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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수백 년 된 전통한옥들이 흩어져 있고, 최근 지어진 몇몇 양옥들이 중간에 새로이 지어져 전체적인 풍경은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보다 취약한 편이다. 전통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한옥의 멋스러움이 퇴색된 반면 옛 사대부 종가 살림집의 인심만은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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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계종택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앙증스런 마당에 들어오는 햇살이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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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등운산 줄기가 남으로 향하다가 인량산으로 솟았고, 동서로 좌우 봉우리들이 품어주어 학(鶴)이 날아갈 듯한 주변산세와 서고동저의 지형으로 이루어진 형세는 개별한옥의 부드러운 처마선과 어울려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남으로는 송천이 흐르고 마을 앞은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어 예부터 넉넉한 마을임을 알 수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주민들이 쌀과 보리, 밀과 콩, 사과와 복숭아 등을 정성스레 가꾸어가며 살맛나는 농촌마을을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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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도록 전통마을을 지키고
계시는 재령이씨 종친분들과 함께 마을을 들러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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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역사를 거슬러보면 상고시대에 우시국이라는 부족국가가 있어 ‘나라 골’이라 불리다가 조선초기에는 마을형상이 학의 양쪽 날개를 펼쳐 놓은 것 같은 산세로 그 날개깃에 마을이 달린 듯 하다고하여 나래 골(翼洞)이라 불렸으며, 광해군 때부터는 어질고 인자한 현인들이 많이 배출되는 마을이라 해 인량리(仁良里)라 불렸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1400년대부터 1700년대 사이에 지어진 전통한옥 건축물들이 즐비한데 □자형, -자형 고택들이 20여 채나 있고, 이 지방에서는 독특한 ㄷ자형 고택도 있어 우리나라 고건축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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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량리 전통마을에 있는
충효당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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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학상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어 예부터 다섯 성씨와 여덟 종가가 살았다는 인량리는 현재 다양한 성씨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인량리 터는 조선시대로부터 현재까지 유명한 석학과 인물을 많이 배출된 마을로 일반인들도 시간을 내어 한번쯤 들러볼만 하다.
이곳에는 특별한 문화재로 여섯곳이 지정되어 있는데 살펴보면 갈암종택 (지방기념물 84호), 충효당 (중요민속자료 168호), 만괴헌 (문화재자료
209호), 지족당 (문화재자료 274호), 우계종택 (문화재자료 307호), 강파헌 정침(문화재자료 358호)이 있다. 이 중에서도 충효당은
조선 중기 사대부가로서의 전형적인 구조여서 16세기 주택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우선 재령이씨 종중 유사로 계시는 이지화(68세) 어르신의 안내로 마을 외곽에 있는 나랏골 보리밭 테마학교를 찾아 시설과 운영형태를 들러보고는 전통한옥이 있는 마을안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을 앞에는 여전히 논과 밭들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으면서 전통한옥들을 풍수에 맞게 하나씩 안고 있었다. 마을길은 현대적인 문명으로 대변되는 시멘트로 온통 덮어버려 실망했다. 더욱이 상하수도 공사를 한답시고 중장비들로 길들을 마구 파헤쳐놓아 온 마을이 어수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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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세의 교육을 위해 조선선조
37년 건립한 충효당 |
| 우리농촌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교육, 문화, 복지, 의료 등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활력을 잃게 된 지가 이미 오래다. 그러다보니
젊은이들은 대도시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게 되어 대부분의 시골에는 60대와 70대분들만 남게 되었다. 그러니 자연 자발적인 농촌문화는 사라지고
관에서 주도하는 몇몇 개발과 발전사업과 축제행사가 전부다. 더욱이 힘있게 추진되어야 할 전통테마마을사업도 지속성을 잃기가 쉽상이다.
일예로 지금 우리농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사업이나 문화마을사업 같은 것들은 시작만 요란할 뿐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더우기 지역축제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농촌주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지역공동체로서 상생을 위한 협력을 낳기 보다는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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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령이씨 이태희 종중으로부터
충효당의 역사를 듣다. |
| 이는 해당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연구와 검토 없이 사업을 난발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역민들 스스로가 천천히 오래된 역사를 통하여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관주도의 일방적인 관행이 문제인 것이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정보화마을이나 테마마을의 무리한 운영에서도 그
문제점들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우리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축제나 지역행사는 무조건 돈이 벌릴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들여 멋진 건물을 지어놓아도 그안에 들어갈 다양한 문화가 부족하다면 사업을 다시한번 재고해 보아야 한다. 또한 철저한 연구와
계획없이 욕심으로만 지역사업을 추진한다면 농촌사업은 지속성을 잃고 자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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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전통문화 중 하나인
한지의 문풍지를 통해 은은한 빛이 충효당 경내로 들어왔다. |
| 지금껏 관행처럼
굳어저 온 선심성 사업이나 나누어 먹기식 예산의 집행은 저급한 문화를 낳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사업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면서 더불어 계획단계에서부터 주민과 공무원 그리고 계획주체자들이 참여하는 문화사업을 펼쳐야 한다.
노령인구가 태반인
작금의 농촌에서 누가 홈페이지 관리를 하며, 이벤트와 테마행사들을 운영한단 말인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점을 심사숙고하여 농촌 활성화계획들을
세워야 할 것이다. 문화적인 행사는 하루아침에 돈벌이가 되는 것도 무조건 사람숫자가 많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마을환경과 문화부터 살피고
천천히 지자체와 마을, 해당주민들과 행사계획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문화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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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는 죽어서 천년을 간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충효당 종택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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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초입 처음으로 방문한 고택은 안동 수몰지역에서 옮겨다 지은 갈암종택이다. 이어 자운정을 지나 조선 선조 때 재령이씨(載寧李氏) 영해 입향조(入鄕祖) 이애의 손자인 의령 현감 이함(李涵)의 차남 우계 이시형(愚溪 李時亨)의 살림집으로 건립된 후 현재까지 400년 가까이 우계파종가로 보존되고 있는 우계종택에 들렀다. 재령이씨 종가 집 유사 분들로부터 친절하게 안내를 받으며 종택 안채와 이곳저곳을 들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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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나무가 즐비한 마을
안길은 전통마을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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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원래 이함이 후세의 교육을 위해 조선선조(宣祖) 37년(1604)에 충효당 종택을 완공하여 이애(李璦)가 처음 건립한 옛날 집을 없애고 선조40년(1607)에 우계의 살림집으로 건립하여 현재에 이르는 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4칸의 ‘ㅁ'자형태의 나무로 지은 기와집(木造瓦家)으로 막돌기단 위에 자연석 주초를 놓고 사각으로 된 기둥을 세운 흩처마 팔작지붕으로 만들어진 조선중기의 전형적인 양반가옥이다.
특히 400년 전에 지어진 우계종택의 팔각지붕과 하늘을 향해 음영을 드러내는 용마루의 위용이 볼만하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은 사람들이라면 낮보다 밤 풍경이 훨씬 그윽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초기 대문채 및 행랑채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없어 아쉽다.
이어 그 위쪽에 자리한 충효당으로 향하는데 좌측으로 아주 오랫동안 세월을 이겨온 은행나무 한 그루가 위세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 고즈넉한 터에 충효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충효당은 전 영덕군의원이시기도 하신 종친 이태희 유사가 손수 재령이씨 종중에 얽힌 역사와 충효당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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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한옥이 즐비한
인량마을에는 아직도 전통의 맥이 흐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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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당의 형태는 앞면 4칸, 옆면 2칸 크기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이다. 건물 오른쪽으로 ㄱ자형 온돌방을 놓고 나머지는 모두 마루로 만들었다. 마루 앞쪽은 4짝 들 문을 달았으며 옆면과 뒷면에는 창을 달아 놓아 은은한 햇살이 들어와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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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의 형상을 산아래
인량마을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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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당을 나오며 전통한옥의 건축양식과 멋을 한껏 감상하고는 사과나무가 즐비한 마을안길을 걸어 마을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강파헌 정침(江坡軒 正寢)이 있는 안동권씨 종택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파헌은 조선숙종 때 청백리로 명성이 높았던 강파 권상임(1622~1700)이 건립한 살림집이다. 건축당시 ‘ㅁ'자형 집이었으나 전면의 사랑채 부분이 화재로 소실되어 정침 전면 좌측에 사랑채를 다시지어 건축당시의 정침과 함께 전체적인 ’ㄷ‘자형 평면을 구성하고 있었다.
건물의 배치는 팔작와가(八作瓦家) 흩처마 ‘ㄱ'자형으로 구성된 정침 안채와 그 전면 좌측에 소실 후 재건한 박공와가 흩처마의 사랑채로 되어 있다. 정침은 정면 4칸, 측면 2칸의 규모로 우측으로부터 방, 마루, 마루, 방의 순으로 평면구성이 되어 있었다. 사랑방 우측벽면을 따라 토담을 7자 남짓 설치하여 사랑채 내방객으로 하여금 안채시선을 차단시켜주고 한편으로는 가옥의 내부와 외부공간을 분리시켜주고 있음에 주목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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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권씨 종가집 위로 우뚝
솟은 간파헌 정침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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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파헌 정침을 나와 이리저리 둘러보니 아직도 들러보지 못한 고택들에 아쉬움이 남는다. 천천히 마을길을 나와 몇몇 한옥들을 엿보며 지나오는데 어울리지 않게 즐비한 한옥들 사이로 현대물질문명이 낳은 콘크리트 양옥집과 통나무집이 눈에 거슬린다. 사람이 살다보면 옛 전통만을 고집하며 살수 없음을 알기에 안타까움만을 표하며 인량마을 앞에 우뚝 솟아 있는 정담정려비를 끝으로 답사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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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 어르신께서 강파헌
정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
| 아직 때 묻지
않은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젊은이들이 떠나고 텅 빈 농촌마을은 활력을 역력히 잃어가고 있는 실정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이 이곳으로 온 것인지도 모른다. 전통문화와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살기 좋은 희망 농촌을 짓기 위해서 말이다. 여행학교의 조촐한 강의는 인량리 터줏대감 이태희유사의 초대로 창수면의 허름한 식당에서 한국정신과학회장인 서울대 이애주(60세)님, 역사연구가 이병화(60세)님, 정신과학문화원 박완서(59세)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나누며 진지하게 논의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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