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후반부에서 일곱째 나팔이 불린 이후에 12장에서부터 14장까지 매우 난해한 환상들이 계속된다. 난해한 요한계시록이 전하는 메시지를 올바르게 해석하려면 전체적인 맥락과 구조를 살펴야 한다. 요한계시록의 구조는 크게 심판과 구원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을 기록한 심판의 계시가 한 축을 이루고, 일곱 삽경을 통한 구원의 계시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12장은 최후의 심판을 알리는 ‘일곱째 나팔이 불 때’ 벌어질 네 번째 구원의 광경이다. 요한계시록의 난해함을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통찰은 삶의 자리(삶의 정황) 곧 역사적 배경과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다. 요한계시록은 단지 장차 벌어질 종말에 관한 예언을 넘어 로마 제국에 의해 극심한 박해를 당하던 초대 교회 성도들에게 주님께서 사도 요한을 통해 주신 책망과 경고, 동시에 위로와 소망의 말씀이다.
▶ 요한계시록이 난해한 은유로 기록된 까닭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기 위해서다. 또한 특정한 시대만이 아니라 시공을 넘어 모든 시대와 박해 가운데 있는 모든 교회들에게 주시는 통전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요한계시록이 전하는 통전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다시 말하자면 요한계시록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요한계시록은 죽을 수밖에 없는 실존을 사는 모든 인생에게, 또한 비가오고 창수가 가는 날과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통과하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기후위기와 핵전쟁 등으로 인류의 종말이 코앞에 닥친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절망을 이겨내는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모든 성경의 메시지가 그렇듯 우리의 인생과 이 세상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마지막을 생각하며 오늘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사는 삶을 촉구하고 있다. 두려워하지 말라! 깨어 있으라! 의의최후 승리를 믿고 끝까지 인내하라!
2. 해를 품은 여인과 붉은 용
① (1절~2절) “하늘에 큰 이적이 보이니 해를 입은 한 여자가 있는데 그 발아래는 달이 있고 그 머리에는 열 두 별의 면류관을 썼더라 이 여자가 아이를 배어 해산하게 되매 아파서 애써 부르짖더라”
▶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이 심판의 계시라면 일곱 삽경은 구원의 비전(표적, 싸인)이다. 본장은 네 번째 구원의 삽경이다.(제1삽경 인치심, 제2삽경 작은 책, 제3삽경 두 증인) 이런 맥락에서 본문을 읽으면 ‘하늘에서 큰 이적을 보이니’라는 구절 앞에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불 때’가 생략되어 있다. 12장은 앞서 11장 15절에서 19절까지 일곱째 나팔을 불 때 하늘에 큰 음성들로 부터 들었던 구원의 광경에서 연속되는 구원의 장면이다.
▶ ‘큰 붉은 용’이 ‘해를 품은 한 여인’을 핍박할 때 하나님이 예비하신 광야로 피신해서 양육하는 광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삽경은 초대교회를 핍박하는 정체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증거하고 있다. 해를 품고 발아래 달이 있고 머리에 열 두 별의 면류관을 쓴 한 여자는 누구인가? 이 여인은 창세로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가리키는 우주적 교회를 상징하는 은유다. 교회는 건물이나 신앙 공동체를 넘어 구약과 신약을 포함하는 모든 부름 받은 성도들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여인이 잉태한 아이는 주님의 몸된 교회에 속한 하나님의 자녀들 곧 모든 믿음의 성도들을 가리킨다. 창조에서 종말에 이르는 모든 구원사역의 목적은 하나님 자녀의 출현이다. “피조물의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이니(롬 8:19)” 그런 의미에서 본문은 창세로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훼방하는 사단의 핍박 가운데도 하나님의 구원역사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음을 증거 한다.
② (3절~4절) “하늘에 또 다른 이적을 보이니 보라 한 큰 붉은 용이 있어 머리가 일곱이요 뿔이 열이라 그 여러 머리에 일곱 면류관이 있는데 그 꼬리가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끌어다가 땅에 던지더라. 용이 해산하려는 여자 앞에서 그가 해산하면 그 아이를 삼키고자 하더니”
▶ 붉은 용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단 곧 주님의 교회에 속한 믿음의 성도들을 창세로부터 지금까지 핍박해 온 영적 존재를 가리키는 은유다. 큰 붉은 용의 정체에 대해 12장 9절에 구체적으로 적시한다.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단이라고도 하는 온 천하를 꾀는 자라’ 일곱 머리와 열 뿔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계시록 17장 7절~10절에 자세히 기록된다. 사단이 지배하는 일곱 머리는 일곱 나라이고 열 뿔은 열 왕이다. 단순한 머리수가 아니라 시공을 넘어 창세 이래로 하나님을 대적했던 모든 열국들과 열 왕들을 가리킨다. 사도 요한의 시대에 초대교회를 핍박했던 로마제국의 황제도 그들 가운데 하나임을 밝힌다.
▶ 이는 다니엘서에 나오는 네 짐승과 열 뿔에 대한 해석과 일맥상통한다. “나 다니엘이 중심에 근심하여 내 뇌 속에 이상이 나로 번민케 한지라 내가 그 곁에 모신 자 중 하나에게 나아가서 이 모든 일의 진상을 물으매 그가 내게 고하여 그 일의 해석을 알게 하여 가로되 그 네 큰 짐승은 네 왕이라 세상에 일어날 것이로되 지극히 높으신 자의 성도들이 나라를 얻으리니 그 누림이 영원하고 영원하고 영원하리라 이에 내가 넷째 짐승의 진상을 알고자 하였으니 곧 그것은 모든 짐승과 달라서 심히 무섭고 그 이는 철이요 그 발톱은 놋이며 먹고 부숴뜨리고 나머지는 발로 밟았으며 또 그것의 머리에는 열 뿔이 있고 그 외에 또 다른 뿔이 나오매 세 뿔이 그 앞에 빠졌으며 그 뿔에는 눈도 있고 큰 말하는 입도 있고 그 모양이 동류보다 강하여 보인 것이라 내가 본즉 이 불이 성도들로 더불어 싸워 이기었더니 옛적부터 항상 계신 자가 와서 지극히 높으신 자의 성도를 위하여 신원하셨고 때가 이르매 성도가 나라를 얻었더라(단 7:15~22)”
③ (5절~6절) “여자가 아들을 낳으니 이는 장차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남자라 그 아이를 하나님 앞과 그 보좌 앞으로 올려가더라. 그 여자가 광야로 도망하매 거기서 일천 이백 육십일 동안 저를 양육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예비하신 곳에 있더라.”
▶ 이 대목이 매우 난해하지만 가장 중요하다. ‘여자가 낳은 아들’은 중의적 표현이다.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이는 장차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남자라 그 아이를 하나님 앞과 그 보좌 앞으로 올려가더라’ 예수께서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부활하시고 하나님의 우편에 앉아계시다가 저리로서 산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심을 증거 한다. 동시에 ‘여자가 낳은 아들’은 17절 “그 여자의 남은 자손 곧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의 증거를 가진 자들” 곧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하나님의 자녀가 된 모든 성도들도 가리킨다. 교회의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와 몸된 교회는 둘이 아니라 하나인 까닭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예수님처럼 말씀대로 준행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 1:1~18)”, “무릇 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그들은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롬 8:11~26)”
▶ 본문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난해한 삽경이 전하는 메시지가 뚜렷해진다. 초대교회를 박해하는 로마제국의 황제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대적해 온 사단의 앞잡이 노릇하는 제국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단으로부터 핍박과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신 것처럼 우리도 사단에 의해서 핍박과 고난을 받는다. 하지만 하나님의 권능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부활하게 하시고 마침내 승리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좇는 초대교회의 박해 받던 성도들도 부활하게 하시고 마침내 승리하게 하실 것임을 증거 한다.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롬 8:11)” 이 메시지는 시공을 넘어 모든 교회에 속한 성도, 곧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저를 양육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예비하신 곳에 있더라!’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리라(고전 10:13)”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사단에게 시험을 당할 때 피할 길을 내시고 지키시며 보호하시고 이길 힘을 주신다. 이 믿음이 있으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모든 것을 끝까지 감당해낼 수 있다. 요한계시록은 이 믿음을 증거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