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요한계시록 10장 1절~6절

0. 자리정리

▶ 기독교 복음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 4:17)”다. 요한계시록은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담은 천국 복음에 관한 말씀이다. 성경이 전하는 천국은 심판과 구원의 양면성을 담고 있다. 이 땅의 삶을 마치고 천국에 들어가는 구원의 완성을 위해 먼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야하듯, 온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통치(천국, 하나님 나라, 구원)가 임하기 위해서는 먼저 패역한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선행되어야 한다.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준엄한 경고와 더불어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확고한 소망을 동시에 증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요한계시록이 전하는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하나님의 구원(하나님의 통치, 천국)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1. 인봉하고 기록하지 말라

① (1절) “내가 또 보니 힘센 다른 천사가 구름을 입고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그 머리 위에는 무지개가 있고 그 얼굴은 해 같고 그 발은 불기둥 같으며”

▶ ‘내가 또 보니’ 사도 요한은 하나님의 심판(일곱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과 더불어 구원의 비전(일곱 삽경)을 미리 보고 있다. 앞서 살펴본 8장, 9장은 삼대칠중재앙 가운데 여섯 째 나팔까지 기록하고 있다. 10장은 여섯 째 나팔의 재앙이 끝나고 일곱 번째 나팔을 불기 전까지, 그 사이에 벌어지는 구원의 광경(삽경, 비전)이다. 참고적으로 일곱 인의 재앙에서 여섯 번째 인과 일곱 번째 인 사이에 보았던 ‘십사만 사천과 흰옷을 입은 큰 무리’가 첫 번째 삽경이고, 본장에 다루는 ‘작은 책을 먹는 광경’은 두 번째 삽경이다. 계속해서 또 다른 구원의 삽경들이 14장까지 이어진다. (11장-제3경 두 증인, 12장-제4경 여인과 붉은 용, 13장-제5경 짐승들, 14장- 제6경 마지막 추수)

▶ ‘힘센 다른 천사’의 정체는 누구인가? 하나님의 심판을 수행하며 일곱 인을 떼고 일곱 나팔을 부는 천사들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영적 존재를 가리킨다. ‘힘센 다른 천사’가 하나님의 심판을 ‘사자의 부르짖는 것 같은 큰 소리(계 10:3)’로 진두지휘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앞서 언급된 ‘네 생물(계 4:7, 계 6:1)’ 가운데 하나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머리 위에 무지개’ 무지개는 노아의 홍수 사건에 나타난 심판과 구원의 언약을 가리킨다.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있으리니 내가 보고 나 하나님과 땅의 무릇 혈기 있는 모든 생물 사이에 된 영원한 언약을 기억하라(창 9:16)” 이는 모든 재앙이 하나님과의 언약을 파기함으로 시행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② (2절~3절) “그 손에 펴 놓은 작은 책을 들고 그 오른발은 바다를 밝고 왼발은 땅을 밟고 사자의 부르짖는 것 같은 큰 소리를 외치니 외칠 때에 일곱 우레가 그 소리를 발하더라”

▶ ‘그 손에 펴 놓은 작은 책을 들고’ 이 작은 책은 어떤 책인가? 전체적인 문맥을 살펴보면 이 책은 삼대칠중재앙이 담긴 심판의 두루마리 책의 마지막 장(章, chapter)이다. “내가 보매 보좌의 앉으신 이의 오른 손의 책이 있으니 안팎으로 썼고 일곱 인으로 봉하였더라(계 5:1)”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마지막 일곱 대접의 심판을 기록한 부분(part)이다. “둘째 화는 지나갔으나 보라 셋째 화가 속히 이르는도다(계 11:14)” 요한계시록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11장 15절에 나오는 일곱 째 나팔이 울리는 사건이 매우 중요하다. 일곱 째 나팔이 불 때 ‘셋째 화’, 최종적인 심판인 일곱 대접의 재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곱 째 나팔은 최후 심판과 주의 재림을 알리는 ‘큰 나팔소리(마 24:31)’, ‘마지막 나팔소리(고전 15:51)’, ‘하나님의 나팔 소리(살전 4:16)’다.

▶ 그런 맥락에서 ‘일곱 우레’는 마지막 최후 심판인 일곱 대접 재앙의 시작을 알리는 일곱 째 나팔이 울리는 때가 언제인지를 알려주는 하늘의 음성이다. 일곱 째 천사가 나팔을 불 때 구원의 삽경들(12장-제4경 여인과 붉은 용, 13장-제5경 짐승들, 14장- 제6경 마지막 추수)이 이어지고, 15장부터 마침내 마지막 일곱 대접의 재앙이 시작되고 이를 통해 최후 심판과 더불어 하나님의 통치(메시아 왕국의 도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하늘에서 크고 이상한 다른 이적을 보매 일곱 천사가 일곱 재앙을 가졌으니 곧 마지막 재앙이라 하나님의 진노가 이것으로 마치리로다(계 15:1).” 요한계시록은 일곱 대접의 재앙을 최후의 심판이라고 적시한다. 그리고 최후의 심판인 일곱 대접이 시작되는 그 날을 가리켜 일곱 째 나팔이 울리는 날이라고 밝힌다.

③ (4절) “일곱 우레가 발할 때에 내가 기록하려고 하다가 곧 들으니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말하기를 일곱 우레가 발한 것을 인봉하고 기록하지 말라 하더라”

▶ ‘일곱 우레가 발할 때에’ 일곱째 나팔이 울리는 날은 최후 심판의 날이자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이다. 일곱 우레가 발했다는 것은 일곱 우레가 일곱째 나팔이 울리는 날을 이미 확정하셨다는 뜻이다. ‘일곱 우레가 발한 것을 인봉하고 기록하지 말라 하더라.’ 이 문장 속에 요한계시록과 10장이 전하는 핵심이 담겨있다. ‘일곱 우레가 발할 때’ 곧 일곱째 나팔이 울리는 때가 언제인지, ‘최후의 심판’ 곧 일곱 대접의 재앙이 시작되고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 날이 언제인지를 알려주는 하늘의 음성을 인봉하고 기록하지 못하게 비밀로 감추어 두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이미 일곱째 나팔이 울리는 날을 확정하셨지만, 그 순간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그 날이 언제 인지 인봉하고 기록하지 못하게 하신 까닭에 그 누구도 그 날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2. 지체하지 아니하리라!

① (5절~7절) “내가 본바 바다와 땅을 밟고 섰는 천사가 하늘을 향하여 오른 손을 들고 세세토록 살아계신 자 곧 하늘과 그 가운데 있는 물건이며 바다와 그 가운데 있는 물건을 창조하신 이를 가리켜 맹세하여 가로되 지체하지 아니하리니 일곱째 천사가 소리 내는 날 그 나팔을 불게 될 때에 하나님의 비밀이 그 종 선지자들에게 전하는 복음과 같이 이루리라”

▶ 일곱 우레 소리로 이미 일곱째 나팔이 울리는 날, 곧 최후의 심판인 일곱 대접의 재앙이 시작되는 날을 확정하셨다. 또한 일곱 대접의 심판과 동시에 주님이 다시 오실 재림을 예고한다.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사도신경의 고백대로 주님이 다시 오셔서 세상을 심판하시고 구원을 완성하신다. 이는 구약의 선지자들이 끊임없이 예언한 심판과 구원의 언약 곧 메시아 왕국의 도래와 그리스도의 통치와 일맥상통한다. 본문은 선지자들에게 전했던 복음과 같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거듭 확언한다. 이는 번영과 안정 속에 무사안일을 경계한 ‘이사야, 호세아, 아모스, 미가’, 열국의 흥망성쇠로 타산지석으로 삼길 경고한 ‘요엘, 나훔, 오바댜, 요나’,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하나님의 최후통첩을 전한 ‘예레미야, 하박국, 스바냐’, 성전 파괴와 멸망 속에서 새 희망의 비전을 본 ‘에스겔, 다니엘, 학개, 스가랴, 말라기의 예언이 성취되는 날이다. 본문의 핵심은 ‘지체하지 아니하리니’라는 말씀에 있다. 시간이 다 되었다, 곧 오실 것이라는 뜻이다. 세례 요한의 표현대로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인 것과 같이 하나님의 심판대가 가까이 왔다는 것이다. 최종적인 심판이 임하기 전에(일곱째 나팔, 일곱 대접, 최후 심판이 시작되기 전에),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천국에 합당한 삶으로 돌이켜 회개할 것을 촉구하는 최후통첩이다.

② (단 12: 5) “나 다니엘이 본즉 다른 두 사람이 있어 하나는 강 이편 언덕에 섰고 하나는 강 저편 언덕에 섰더니”

▶ 사도 요한이 보았던 이 광경을 다니엘도 보았다. 다니엘이 네 번째로 본 ‘큰 전쟁에 관한 비전’이다. 다니엘은 힛데겔 강에서 세 분의 영적인 존재를 보았다. 첫째는 ‘인자와 같은 이’다. 세마포 옷을 입고 강 물 위에 서 계신 이는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 한다. 둘째는 다니엘이 본 이상을 설명하고 도와주는 ‘천사 가브리엘’이다. 셋째는 영적인 대적들과 싸우는 천군 미가엘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록 현실에서는 세상의 통치자들이 여전히 왕 노릇하고 있지만 세상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보좌에 계신 이, 영생하시는 자)이고 그분의 명령에 따라 세상을 주관하시는 인자 같으신 분과 천사 가브리엘과 천군 미가엘을 보내서 세상을 심판하시고 마침내 구원하실 것을 증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③ (단 12:6~7) “그 중에 하나가 세마포 옷을 입은 자 곧 강물 위에 있는 자에게 이르되 이 기사의 끝이 어느 때까지냐 하기로 내가 들은 즉 그 세마포 옷을 입고 강물 위에 있는 자가 그 좌우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하여 영생하시는 자를 가리켜 맹세하여 가로되 반드시 한때 두 때 반 때를 지나서 성도의 권세가 다 깨어지기까지니 그렇게 되면 이 모든 일이 다 끝나리라 하더라”

▶ ‘이 기사의 끝이 어느 때까지냐’ 다니엘의 질문은 마지막 때가 언제인지, 다니엘이 본 이상이 성취되는 날이 언제인지를 묻는 물음이다. 예나지금이나 오랜 궁금증이며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예수께서 친히 응답해주셨다. “어느 때에 이런 일이 있겠사오며 또 주의 임하심과 세상 끝에는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사람의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사람을 미혹하리라(마 24:3~5)”, “그러나 그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마 24:36)”, “저희가 모였을 때 예수께 묻자와 가로되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 하니 가라사대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의 알바 아니요(행전 1:6~7)”

▶ 그 날과 그 때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아들도 모르고 오직 하나님만 아신다. 오직 하나님의 권한에 두셨기 때문이다. 인생을 마치고 죽는 날을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단 하나의 사실은 우리의 삶이 마치는 날이 있고 그 날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 가지로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심판하시는 그 날도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다만 이 세상도 영원하지 않고 하나님의 최후 심판이 반드시 온다는 사실과 그 날이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사는 지혜가 요구될 뿐이다. 무엇보다 그 날이 멀지 않고 아주 가까이 왔다는 사실이다. 그 날은 심판의 날이자 구원의 날이다. 오직 하나님의 권한에 있는 것을 알려고 하거나 아는 척 해서도 안 된다. 또한 그 날이 안 오고 천년만년 계속될 것처럼 여기면 안 된다. 성경이 전하는 종말신앙의 핵심은 ‘마지막 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지막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오늘의 삶’이다. 요한계시록을 비롯한 모든 성경이 전하는 종말의 메시지는, 알 수 없는 ‘마지막 때’가 아니라 오늘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천국 복음이 전하는 메시지는 알 수 없는 그 날이 아니라, 내일 주님이 오셔도 부끄럽지 않는 오늘의 삶에 있기 때문이다.

3. 간수하고 봉함하라!

➀ (단 12:8~9) “내가 듣고도 깨닫지 못한지라 내가 가로되 내 주여 이 모든 일의 결국이 어떠하겠삽나이까 그가 가로되 다니엘아 갈찌어다 대저 이 말은 마지막 때까지 간수하고 봉함할 것임이니라”

▶ 다니엘은 듣고도 깨닫지 못했다. ‘이 모든 일의 결국이 어떠하겠삽나이까’ 거듭 물어보지만 주님의 응답은 단호하다. “그가 가로되 다니엘아 갈찌어다” (메시지성경) ‘다니엘아, 너는 그저 네 할 일을 계속하여라’ 그리고 당부하신다. “대저 이 말은 마지막 때까지 간수 하고 봉함할 것임이니라” (메시지 성경) ‘이 메시지는 마지막이 올 때까지 기밀사항으로 봉인되어 있을 것이다’ 이는 최후 심판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가르쳐준다. ‘언제 오시나?’ 쓸데없는 데 관심 갖지 말고 오직 오늘 나에게 맡기신 일을 잘 감당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간수하고 봉함해라’는 말씀은 종말 신앙에 대한 왜곡과 변질을 막으라는 명령이다. 왜곡은 ‘임박한 종말론’에 대한 경계이고, 변질은 ‘지연된 종말론’에 대한 경고다.

② (단 12:10) “많은 사람이 연단을 받아 스스로 정결케 하며 희게 할 것이나 악한 사람은 악을 행하리니 악한 자는 아무도 깨닫지 못하되 오직 지혜 있는 자는 깨달으리라.

▶ 최후의 심판이 임박한 그 날에 나타는 반응은 두 가지다. 재앙과 환난을 통해 회개한 사람은 정결하게 되어 구원받고 이와 반대로 재앙과 환난 중에도 끝까지 회개치 않다가 결국 심판에 이른다. 요한계시록의 마지막 장에서 분명하게 증언한다. “불의 하는 자는 그대로 불의하고 더러운 자는 그대로 더럽고 의로운 자는 그대로 의를 행하고 거룩한 자는 그대로 거룩 되게 하라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의 일한대로 갚아 주리라(계 22:11)” 마지막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지혜 있는 자’와 ‘어리석은 자’로 구분된다. 이는 의의 최후승리를 믿고 끝까지 견디는 순교자와 이와 달리 절망하고 낙심해서 배교자다. 이는 인생이 영원하지 않고 마지막 심판대가 있음을 알고 사는 사람과 이 땅에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의 간극이기도 하다. 지혜 있는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 때가 가까워짐을 알고 날마다 죽음을 준비하며 산다.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 날처럼 산다. 날마다 은혜와 감사, 기쁨과 평강으로 산다. 이처럼 지혜 있는 사람은 하나님의 최후 심판(천국)이 가까워짐을 알고 그 날을 준비하며 고대하는 삶을 산다. 부디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말씀대로 내일 주님이 오셔도 부끄럽지 않는, 날마다 깨어있는 삶을 살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