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얇다

<성경통독> 조병호 저, 통독원, 2004

어딜 가나 성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슬로건은 신앙인들의 단골 멘트이다. 많은 교회들이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연초가 되면, 성경통독을 독려하며 체크 리스트를 나눠주기도 한다. 그 누가 성경의 중요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그도 그럴 것이, 신앙생활은 성경과 씨름하는 과정이다. 개신교는 가톨릭과 다르게 하나님과 나 사이에 대리인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나님과 나는 직접 만난다. 그 통로가 바로 ‘성경’이다. 그러니 성경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을 대면하고, 내 삶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머리로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필자 주변에도 성경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진지하게 성경을 붙들고 씨름하는 신앙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겨우, 설교시간에 듣는 성경 내용이 전부인 경우도 많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한국 교회의 현실 가운데 단비 같은 책이 있다. (통박사 조병호의 하나님 마음 읽기) “성경통독”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성경만큼이나 두툼하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가가 소개하듯, 5살 아이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성경 전체를 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을 수백 번 읽어 전체 내용을 스스로 통달할 수도 있지만, 좋은 안내서의 도움을 받아 전체의 뼈대를 잡고 시작하는 것도 말씀을 이해하는 아주 현명한 방법이다. 

조병호 박사는 “성경과 5대 제국”, “신구약 중간사” 등 성경과 그 배경사를 활발하게 저술한 이 분야의 권위자이다. 통성경학교와 각종 세미나를 통해서 목회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일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는 성경에 밑줄 긋는 일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자기 입맛대로 성경에 밑줄을 긋기 시작하면, 그 이외의 다른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은 부분적으로 취사선택 할 것이 아니라, 전체의 내용을 하나님의 메시지로 들어야 한다. 결국, 2,000년의 시간, 1,500여 공간, 5,000여 인물이 등장하는 66권의 성경을, 세상을 경영하시는 하나님의 원 스토리(One Story)로 이해하고, 통通으로 머리와 가슴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경 전체를 역사순(시간순)으로 재배열하고, 이야기의 큰 구조를 20개의 마당으로 정리한다. 이를테면, 성경의 시작 창세기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바벨론 포로기 이후부터 구약의 끝 말라기까지는 “재건공동체”로, 성경의 마지막 요한계시록은 “미리 건네받은 승리의 노래”로 정리하면서 성경 각 권의 흐름과 포인트를 살려준다. 특히, (신구약)중간사 400년을 “어떻게와 이렇게 사이”로 연결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포기를 모르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뒤로하고, “주께서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나이까(말라기 1:2)” 질문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한복음 3:16)”로 대답하셨다는 것이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성경을 구조화하여 풀어놓았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오늘날 기독교는 말씀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이해한다. 각자의 입장에 맞게 성경을 인용하면서 서로 대립한다. 한 하나님이 서로 싸우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성경을 지협적으로, 파편적으로 읽고 취사선택하기 때문이다. 먼저 자신의 생각을 결론지어 놓고, 이를 뒷받침할 구절을 찾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성경읽기란, 성경 전체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발견하고, 그 마음으로 사람과 세상과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성경을 읽지만, 어느새 성경이 내 삶을 읽어가도록 겸손히 하나님의 마음을 배우는 것이 진짜 성경통독일 것이다. 

저자는 “성경은 얇은 책”이라고 말한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무한한 사랑과 진리를 담은 책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척 얇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만남과 모임에 제약이 생긴 이 때, 말씀을 가슴에 품는 좋은 기회로 삼아보기를 바란다. “성경통독”은 성경 전체를 이해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신동훈 목사 (마포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