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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이면 나의 눈은 저절로 보일러 온도를 살핀다. 요즘 같은 추위에는 어김없이 15도라는 숫자가 찍힌다. 그래도 이 정도면 참을만하다. 처음 음성에 내려와서 몇 해 동안은 시골집에 대한 단열과 보온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때라 방안에서조차 입김이 허옇게 나오는 써늘한 기운 속에서 지냈다. 온도를 보면 거의 10도를 웃돌았다. 찬바람이 천장과 온 벽을 통해 들어와 아무리 겹겹이 싸고 막아도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그때는 가난한 훈련원 살림을 아끼려는 마음에 기름보일러를 켤 생각을 안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그 추위를 어찌 견뎠는지 대견스러울 따름이다. 그저 추운 계절이 속히 지나가기만을 바랬는데, 덕분에 지금은 웬만한(?) 추위는 거뜬히 견디며 지내고 있다.
2015년에는 지붕을 덮었다. 발암물질 1급인 스레트 지붕의 단열효과는 빵이다. 여름에는 무지 덥고 겨울에는 무지 추운 것이 현실이다. 칼라강판으로 덮은 지붕 덕에 그 해 겨울은 다소 따뜻하게 지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냉기가 잠시 멈춰졌다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이듬해에는 외벽을 보수했다. 흙집이긴 했지만 워낙 얇은 벽체라 무언가 하나를 더 세워야했다. 마음같아서는 진짜 황토로 하고 싶었지만 천연이라 비쌌고, 볏짚과 섞어 발라야 하는 수고가 있었기에 저렴하고 점성이 강한 황토몰탈로 대신 정성을 들였다. 그리고 마루에는 극세사 커튼과 방한비닐로 겹겹이 싸매어 덕분에 그 해 겨울도 잠시 냉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 이것만 하면 괜찮을 듯 싶다가도 막상 그것을 해 놓으면 마음은 또다른 것을 원한다. 지붕도 덮고, 외벽도 보수했지만 여전히 춥게 느껴지는 것은 시골집의 단점이다. 마침 2017년에는 군에서 농가수리비 20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하여 신청을 했더니 행운의 당첨자가 되었다. 그래서 주방의 낡은 씽크대와 도배와 어두운 전구를 교체하기로 했다. 설비업자를 불러 견적을 뽑았는데 예산이 턱없이 모자랐다. 고민 끝에 예쁘거나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스스로 고쳐보기로 했다. 농촌살이에서 수리와 보수 짬처리는 필수 아닌 필수가 된다.
낡은 씽크대를 걷어내니, 세상에! 집안이 왜 추웠는지 알만했다. 벽이 허당이었다. 벽지 밖으로 시멘트 블록이 눈에 들어왔는데 무척 바쁜 일이 있었는지 쌓아올리다 중간에서 멈춘 것 같았다. 10월인데도 블록 사이의 틈으로 찬바람이 쑹쑹 들어왔다. 시멘트를 개어 블록 사이의 틈을 메꾼 다음, 벽마다 단열보드를 붙이고 난 뒤 도배를 했다. 씽크대도 들여오고, 전구도 LED 등으로 바꾸고 나니 집안이 한결 환해졌다. 그리고 단열보드를 붙인 내벽은 방안 온도를 2도 올려놓는 효과를 갖게 했다. 스스로 얼마나 뿌듯했겠는가. 그해 겨울은 진짜로 따뜻하게 보냈다.
많은 건축 전문가들이 말한다. 시골집은 예쁘게 짓는 것보다 단열을 얼마나 두껍게 마감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단열을 잘 해놓으면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 그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다. 특히 농촌의 겨울의 난방은 화목보일러, 기름보일로, 연탄보일러 중에 하나인데, 이 셋 중에 가장 편안 것은 기름보일러겠으나 가난한 양아치 농부에게 있어서는 연탄이 최고다. 화목보일러도 화력은 좋으나 3개월 추운 겨울을 나려고 나무를 구하려면 거의 백만원 이상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좀 번거롭고 환경에 유익하진 않지만 비용과 단열효과에서는 연탄만한 것도 없다. 올해도 겨울이 시작될 즈음에 창고 안에 연탄 500장을 들여놨다.
광에 연탄이 가득 채워져 있으면 그 해 겨울은 아무리 추워도 끄덕없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연탄갈이 7년이면 불조절과 연탄 갈 시간은 누워서 떡 먹기 정도로 달인(?)이 된다. 종종 한밤중에 연탄을 갈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잠자던 모든 고양이들이 보금자리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의 발길을 쫒아온다. 그중에 오지랖이 정말 넓은 녀석은 보일러 창고까지 따라와서 옆에 앉아 참견을 하고 내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 .녀석도 볼일을 다 봤다는 듯 자기 거처로 들어간다. 고양이들과의 잠시 잠깐의 교감으로 겨울밤이 따뜻하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려면 조금만 부지런하면 된다. 물론 돈이 있다면야 순전히 맡기는 편리함이 있겠지만, 나처럼 주머니 사정이 시원찮은 사람은 직접 나서서 움직이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나는 매년 집 주변을 매만지며 추위를 견디고 있다. 올 겨울을 보내면서도 이미 내 머릿속엔 따뜻한 시절이 오면 하게 될 새로운 보수할 곳을 찾아 나름 설계를 그리고 있다. 멋지고 예쁘진 않지만 겨울을 좀더 따뜻하게 보낼 수만 있다면 뭔 설계도인들 못 그리랴! 고로 사람은 진화하고, 진화의 수고는 겨울을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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