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소용돌이가 마치 총성 없는 전쟁처럼 느껴집니다. 서로에게 쥐어진 권력의 칼자루를 만지작거리며 끊임없는 샅바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주저 하는 이유는 민심 때문입니다. 이 전쟁에서 전력의 척도는 민심입니다. 민심을 등에 업기 위해 앞으로는 끊임없는 선동이 울려 퍼지고 있고 뒤로는 쉴 새 없는 모략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중도를 지켜야 할 언론은 이미 그 도구로 전락하여 이편저편 여기저기에서 편향된 기사를 찍어내며 모든 국민들을 그 전장의 이편 혹은 저편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전쟁(戰爭)은 그 참혹함으로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지만 정쟁(政爭) 또한 인간의 욕망과 미움과 간교함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에 못지 않는 인간다움에 대한 절망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각과 지각이 만나 에너지가 충돌하여 발생한 지진을 통해 새로운 질서가 잡히고 지구를 휘감고 있는 대기의 순환과 전 지구적 정화를 위해서는 태풍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필요하듯이 인간의 역사 역시 힘과 힘의 충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민주주의라는 전장의 룰 위에서 피 흘림 없이, 선량한 사람들의 희생을 최소화 하면서 이 전쟁이 이어지고 있음을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 변화가 올 것입니다. 어느 한쪽 누군가가 바라고 누군가가 설계하는 변화가 아니라 역사적 필연으로서 분명 변화가 올 것입니다. 적어도 그 변화 앞에서,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서 인간은 겸손해야 합니다. 싸움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숙명입니다. 다만 그런 겸손한 마음으로라도 최대한 인간답게, 최소한의 인간 존엄을 서로에게 지켜 가면서 그 싸움에 임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문제는 일부 언론입니다. 그들은 국민들을 이간질하고 서로 반목하게하며 전장으로 몰아세웁니다. 언론 본래의 기능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누리고 그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억압하는데 그들의 고귀한 소명을 오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론이 뉴스로 위장하여 내뱉는 선동이 아니라 진정한 ‘굿 뉴스’ 즉 복음을 붙들어야 합니다. 

가까운 사람 중에 법관으로 일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에게 이러한 정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목사로서 얼마나 부끄러운 질문을 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분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세상이 권력자들이나 유력한 사람 몇몇에 의해서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막상 법관이 되어 사법부에 들어와 보니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소망과 그리스도의 예수의 사랑을 마음에 품으며 조용히 법관의 임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는 존경스러운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베푸시는 정의와 공의가 바다에서 바다에 이르고 이 땅에서 저 땅에 이르기를 소망하고 메시아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가 저 달이 다 닳도록 우리 가운데 넘치기를 바라야할 사람이 이편 아니면 저편 이라는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었으니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목사들이 그렇게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평신도들이 소리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지금 울산 지방법원에서 근무하시는 박주영 판사님의 ‘어떤 양형이유’라는 책입니다. 내용 중에 하나님이나 교회에 관한 단어는 없었지만 저는 그 책을 읽으며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그리고 가해와 피해 여부를 떠나 정의와 공의와 평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겪는 비극적인 모습들을 보았고 이래저래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호통판사’로 잘 알려진 부산의 천종호 판사님은 두란노에서 발간한 ‘선 정의 법’이라는 책을 통해서 하나님의 선하심과 사랑이 법이라는 정의의 도구를 통해서 인간들에게 구현되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천 판사님은 그 책의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정의의 공동체’엘 발을 붙이고 ‘사랑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정의의 공동체를 무시한 채 사랑의 공동체를 지향할 수는 없다. ‘정의는 사랑의 최소한이고, 사랑은 정의의 최대한이다...자신과 교회 조직에 갇혀 세상과 등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발붙인 곳에서 공의와 정의를 세우며 사랑으로 충만한 공동체, 다시 말해 ‘하나님 나라’의 선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우리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이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정의와 공의와 평화를 향한 소망이 꿈틀거립니다. 이 강림절기에 정의와 공의와 평화로 다스리실 우리 주님과 그 다스림이 임할 하나님 나라가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우리 세상의 진정한 영웅들은 권력을 향한 전쟁과 상관없는 일상이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 이름 없이 자기의 자리를 지켜 나가며 하나님의 꿈과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방식을 펼쳐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시편 72편을 모티브 삼은 함혜련 시인의 시는 우리 시대의 거장 이건용의 음악을 만나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노래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소프라노의 독창 보다는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처럼 아이들이 함께 부르는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듣고 싶지만 그 일은 여러분들께 맡기려합니다. 올해 강림절기에는 성탄을 소망하는 아이들처럼 우리 모두가 목 놓아 함께 부르는 이 노래가 우리들의 교회에, 온 세상에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풀밭에 내리는 단비처럼
땅위에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그 은덕 만인에게 내리리니
정의가 꽃피는 그의 날에
저 달이 다 닳도록 평화 넘치리
바다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저 땅에 이르기까지

오 높은 산들아 언덕들아
땅위에 평화를 안겨주어라
억압하는 무리를 쳐부수고
약한 자 구원하는 그 영광이
온 땅에 가득히 열매 맺으리
바다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저 땅에 이르기까지

-시편 72편 中 (함혜련 시, 이건용 작곡)

https://youtu.be/CjgItMLqwJ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