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10월29일 감리교 27차 총회장에서  침묵시위를 행한 <감리교 사랑 모임>의 사이월드 카페( http://club.cyworld.com/lovekmc)에서 필자의 허락을 받고 가져온 것입니다.

제게 "감리교 사랑 모임"의 활동은 예수님의 발자욱을 맛보는 돌이킴과 씻김의 길이자 그분을 닮아가려는 몸닦음의 길입니다. 이천 년 전 억눌린 자들의 통곡과 눈물로 가득했던 갈릴리로 먼저 가서 기다리시겠다던 예수님께 이제라도 가보려는 부끄러운 발걸음입니다.

그렇게 몸으로 맛보는 예수님의 삶과 죽음이 참된 구원도 맛보게 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총회 앞 마당에 서서 만난 예수님의 음성과 손길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총회 앞 마당에 서자 이제 수련목이나 개척교회를 나가야 하는 제 마음에는 두려움이 일었습니다. 그곳에서 어떤 감독, 목사, 장로에 눈에 띄어 그 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 27차 총회장에서의 침묵시위

감리교회의 권세잡은 목사들과 장로들을 향한 분노와 절망이 일었습니다.
숭의교회 앞 마당을 가득 매운 듣도 보도 못한 최고급 승용차들의 그 검은 광택, 육중한 몸을 가린 고급 양복 위에 기름기 좌르르 흐르는 살찐 얼굴들, 우리를 향해 "이제 시작하는 전도사 주제에 목사님을 정죄하기나 하고 그러냐"며 경멸의 눈길로 흘기고 가는 목소리...그들이 만들어내는 총회의 주제는 "희망을 주는 감리회", "감리회 희망 프로젝트"였습니다.

예수님께선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고 당신을 따르라 하셨건만(막10:21) 도대체 저런 모습으로 말하는 희망이 진정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는가? 오히려 그들이 말하는 희망이 철저한 위선과 처절한 절망으로 비치지 않을까? 내가 저들과 한 공동체로서 부당하게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 앞에 서야만 하는 것인가하는 회의마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만나고 말았습니다. 함께 한 길벗이 그 목사들과 장로들을 위해 하나님의 눈물을 흘렸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이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 품었을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저렇게 변해버린 것을 깊은 슬픔으로 아파하시고 위해서 기도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그 친구가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운동이, 이 시위가 정죄가 아니라 내 안으로부터의 회개이고 분노가 아니라 한 몸된 감리교회를 향한 사랑이었음을 잊어버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정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을 망각하고 만것입니다. 그래서 분노에 지지 않게 해달라고, 예수님의 십자가가 자라난 사랑의 뿌리를 잃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를 품고 섰습니다.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물음을 만났습니다. 김홍도 목사, 그에게 면죄부를 준 감독들, 그 모든 불의를 방관하여 공범이 된 목사들과 전도사들...나는 과연 그들을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는가?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들과 나는 다르지 않고 오히려 내 안에 그들보다 더 못한 욕망과 집착과 두려움이 숨어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그런 이유로 가만히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불의가 창궐하여 수많은 피해자들을 낳고 절망과 분노가 깊어지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서 정죄가 아니라 회개의 정화여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불의를 만들어낸 가해자들도 실은 피해자가 아닐까요? 김홍도 목사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던 것은 감독들, 목사들, 전도사들 그리고 신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투사해 동조했거나 두려움을 투사해서 방관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결국 자신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자신의 것은 조금도 잃기 싫고 오히려 자신도 그렇게 갖고 싶다는 숨은 욕망. 그래서 김홍도 목사는 자신과 한 몸인 교회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었던 것이 아닙니까?

김홍도 목사는 우리 밖의 적이 아니라 바로 감리교회의, 우리의, 나 자신의 감춰진 얼굴이 아닙니까? 그래서 돌로 쳐서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죽음(회개)"으로써 "함께 돌이켜(정화)" "모두 살자"는 것입니다.

침묵으로 방관한 나의 욕망과 두려움을 돌이켜서 김홍도 목사와 감리교회의 불의를 씻음으로써 김홍도 목사까지 모두 함께 살려내자는 것입니다.

결국 나의 회개 없는 감리교회의 정화는 불가능하고, 감리교회의 정화가 없는 나의 회개는 위선임을 깨닫습니다. 감리교회의 불의와 자신이 하나임을 망각하는 정죄는 위선일뿐이고, 자기를 죽이는 회개 없이는 교회의 정화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통회하는 마음으로 눈물 흘려 회개해도 감리교회의 구체적인 정화를 이뤄가지 않는다면 내면의 자기 만족만을 추구하는 자위행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한 나의 회개가 곧 감리교회의 정화이고, 감리교회의 회개는 곧 나의 정화임을 깨닫게 하는 예수님의 길 위에 섰습니다.

회개를 충분히 한 다음에 바른 정화를 해나가는 분리된 과정으로 여기는 것 역시 무서운 함정이 아닙니까? 회개가 아직 부족하다고 정화를 미루는 어리석은 핑계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갈릴리로 먼저 가신 예수님의 길위에서 회개와 정화는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개하는 그 마음으로 정화를 이뤄가고 정화를 이루는 그 행위로 회개의 마음을 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절망의 사막에서 희망의 숲을 만났습니다. 홀로 외롭게 스러져 간 예언자의 외침들이 있어왔습니다. 소용없는 무모한 짓이라고, 당신은 죄없이 깨끗하냐고, 왜 교회의 치부를 밝혀 세상 사람들 앞에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냐고 각자 나름의 이유로 외면하였기에 힘없이 스러져왔습니다.

저 역시 그 소리를 외면하고 방관해왔습니다. 그런 "나"의 이유들이 감리교회를 불의로 가득한 절망의 사막으로 만들어오지 않았는가? 그런 잘못을 회개하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예언자의 앞선 외침 앞에 섰습니다. 그렇게 마주서자 그 외침이 허무하게 사그러들지 않고 메아리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한 또 한번의 외침이 되었습니다.

길벗 한 영혼의 외침이 제게서 메아리가 되어 또 다른 외침이 되고, 결국 총회 앞에서는 스무 명의 숲이 마주 울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더 크고 더 긴 메아리로 울리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경멸하거나 경계하는 목사들과 장로들 사이로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를 격려하는 목사님들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많지 않았기에 더욱 힘이 되는 그 음성은 지금 이 메아리가 우리 숲 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렇게 목사들, 전도사들 그리고 누구보다 신자들 안에서 한국 감리교의 주검을 깨달으며 희망을 기다리는 숲의 씨알들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렇게 절망의 사막에서 희망의 숲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시선 앞에 섰습니다.

그래서 첫 목소리와 함께 마주 울려준 모든 길벗들, 그리고 앞으로 함께 울려줄 길벗들 모두에게서 희망을 볼 뿐입니다. 그 외침들이 자신을 포기하는 쉽지 않은 결단들이었기에 더욱 감사할 뿐입니다. 또한 그 깊은 감사는 우리 안에서 자신을 포기하고 외칠 수 있는 믿음으로 솟아오른 예수님의 마음을 향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번 사건을 통해 만난 하나님의, 예수님의 음성은 무엇인가요?   

                                                                                        하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