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8.

빈민촌 선교지에 사는 '유랄린'이 급한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아기가 탈장이 생겨 급히 수술을 해야 하는데 선교사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사진을 찍어 보냈어요.

그 아기가 생후 3개월 되었을 때, 아기의 아비가 지병으로 시달리다 죽었고, 얼마 안 있어 아기에게도 심한 이상증세가 생겨,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치료비를 내지 못해 퇴원을 못하고 병원에 갇힌 신세가 되었을 때, 병원비 일체를 후원한 적이 있었지요. 그게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이제 겨우 돌을 지난 아기가 죽은 아비의 후천성면역결핍증(CIDS)을 유전 받아 툭하면 감기가 걸려 고생하고, 조그만 상처나 세균에도 병을 얻어 온갖 질병으로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신음하며 앓고 있는 바람에 아직 청년의 때도 벗지 못한 젊은 어미가 여기저기 다니며 날품을 팔아 병치레하는 아기 돌보느라 고생이 말이 아닙니다.

아기의 아비는 한국인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CIDS)으로 평생 고생하던 중, 50세가 되어 필리핀 사는 누이에게 잠시 왔다가, 당시 19세 된 소녀를 사귀어 결혼하고 불과 3년 동안 살고 앓다가 죽어, 젊은 아기엄마가 혼자 벌어 아기를 키우는 중이지요.

가정형편이 너무 딱하여 가끔 돌보긴 하지만, 오래 살 수도 없는 아기에게 매여 있는 젊은 애엄마가 매우 애처롭습니다. 의학적으론 오래 살 가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미가 어떻게든 아기를 살려보려고 안간힘 쓰는 모습을 보면, 모성애는 참으로 지극하고 애틋합니다. 매일 밤 아기가 죽겠다고 밤새도록 울어대어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한 푼도 없다고 좀 도와 달라고 문자를 보냈으니, 넉넉히 도와 줄 형편도 못되는 나로서는 마음만 아프고 난감한 지경입니다.

며칠 전 페이스 북에 글과 사진을 올린 것이 생각나는군요.

"사랑이란 말로만 하거나 립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신이 우리를 위해 한 일을 다른 사람을 위해 매일 선택하는 것이다. (Love doesn't just talk or offer lip service. Love makes a choice everyday to do for others what God has done for us.)"

내가 올려놓은 글을 '유랄린'은 물론 보았을 테고 '하나님'도 보셨을까요?

"너야말로 립서비스만 하지 말고, 너부터 좀 실천을 해보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유랄린'은 그런 식으로 문자를 보내진 않았지만, 그녀도 역시 그렇게 나한테 강요하는 것 같네요. 혼자 의로운 척 했다가 한방 먹은 기분입니다.

이런 저런 궁리를 하며 아기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기도하는 중인데 요란한 카톡소리와 함께 카카오 뱅크에 입금문자가 뜨네요. 나는 알지도 못하는, 경기연회 수원 권선동지방 선교부에서 코피노를 도우라고 지인을 통해 후원금을 보내왔어요. 아마 하늘나라 정보처에서 그쪽으로 긴급타전을 보낸 모양입니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하나님은 항상 당신의 요구가 공급되도록 할 것입니다" (If you will focus on meeting other people's needs, God will always make sure your needs are supplied.)

코로나 19 바이러스, 신천지교회, 무슨 메시지가 들리지 않나요?

재치 있게 내 교회 문만 닫아 걸어 잠궈 일시 고비만 넘긴다고 근본적 해결이 될까요? 이러다간 머지않아 비자발적으로 전교회가 문들 닫게 될 지경인데요.

이제 교회는 신천지 이단교회와 같은 '구원론 비즈니스'를 그만 멈추고, 이 땅에 평화를 주러 오셨다 처절하게 십자가에 처형당하신 예수님의 평화운동으로 인류평화를 위해 매진하는 '생명 평화 커뮤니티'로 거듭나야 되지 않을까요?

-사순절 기간 선교지에서 아침묵상을 마치고-

▲ 빈민촌 마을사람들의 부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