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조석(朝夕)으로 부는 스산한 바람은 계절이 가을임을 알려줍니다. 바람이 알려주는 것은 계절의 변화만이 아닙니다. 바람은 시대와 역사의 변화를 미리 알려주기도 합니다. 자연의 바람은 찬 공기와 더운 공기의 만남으로 생성되지만, 사회적인 흐름을 의미하는 바람은 누군가가 시작한 작은 몸짓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또 바람이 생성 되고나면 생성자는 그 흐름을 막을 수도, 방향을 조종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크게 확산되면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람은 변화의 징조이고 변화를 알리는 전령입니다. 또 변화를 만들어 내는 핵심 동력이기도 합니다. 3년 전에 우리가 경험했고 이루어 낸 촛불혁명처럼 말입니다. ...

“모스크바에서 고르키 공원을 걸어가 / 변화의 바람을 들으면서 / 어느 8월의 여름밤, 군인들이 옆으로 지나가고 있어. / 변화의 바람을 들으면서 // 세상은 가까워지고 있어, 생각해 본 적 있니? / 우리는 형제들처럼 가까울 수 있다는 걸.. / 미래는 아직 모르지만 난 모든 곳에서 느낄 수 있어. / 변화의 바람이 부는 걸 // 영광의 밤, 마법의 시간으로 날 데려가 줘. / 내일의 어린이들이 꿈꿀 수 있는 곳으로 / 변화의 바람 속에서 꿈꿀 수 있는 곳으로”

전설적인 독일의 하드 록 밴드인 스콜피언스의 노래 <변화의 바람(Wind Of Change) 중 일부입니다. 스콜피언스의 <변화의 바람>은 멤버의 보컬인 클라우스 마이네가 1989년 평화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만든 곡입니다. 이 노래는 소련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예감이라도 한 듯한 가사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 빌보드 차트 4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스콜피언스는 1990년엔 붕괴된 베를린장벽 공연에서 <변화의 바람>을 연주했고, 1992년에 고르바초프의 초청을 받은 러시아공연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지난 30여 일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벌어진 일들은 우리사회에 불어 닥친 거센 바람과도 같았습니다. 이 바람은 검찰과 언론 그리고 일부 정치세력이 만든 것입니다. 그들은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나라가 금방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또 조국 낙마가 나라를 구하는 일이라도 되는양 혼연일체가 되어 마치 마녀 사냥하듯 조국 일가의 허물과 흠결을 찾고 이를 확산하는 일에 30여일을 매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국 문제는 폭풍으로 변했고 사람들은 모두 이 폭풍 속으로 빨려들어 갔습니다. 어쨌든 이 바람은 그 크기만큼이나 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3년 전의 촛불혁명처럼 말입니다.

조국을 매개로 생성된 바람은 우리나라가 대통령도 어찌하지 못하는 검찰이 지배하는 검찰공화국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사법개혁을 통해 국민이 주인이 되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느냐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이 바람이 바람을 생성시킨 검찰과 언론 그리고 일부 정치세력이 의도하는 대로 분다면 검찰은 견제되지 않는 권력으로 남을 것이고, 이 나라에서 검찰보다 더 센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 검찰이 지배하는 나라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과 정치세력들은 검찰권력에 기생하면서 자신들의 변하지 않는 기득권을 지키고자 할 것입니다.

반대로 사법개혁을 통한 법 앞에 평등한 나라를 꿈꾸는 이들이 이 바람을 주도한다면 지난 시기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싸움은 조국과 검찰의 싸움이 아니라 검찰과 언론 그리고 일부 정치세력을 한 편으로 하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고 검찰권력이 남용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한 편으로 하는 싸움입니다.

지금 불고 있는 이 바람은 어떤 행태로든 우리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 변화를 예측하고 또 그 변화가 의미 있는 정의로운 변화가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예수는 바리새파 사람들과 사두개파 사람들에게 “‘너희는 저녁때에는 '하늘이 붉은 것을 보니 내일은 날씨가 맑겠구나’ 하고, 아침에는 ‘하늘이 붉고 흐린 것을 보니 오늘은 날씨가 궂겠구나’ 한다. 너희는 하늘의 징조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징조들은 분별하지 못하느냐?”(마태복음서 16:3)고 말씀하셨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의 징조를 읽으라는 말입니다. 지금 부는 이 거센 바람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징조일 수 있습니다. 이 징조를 제대로 알아차리는 사람이 이 바람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또 그들이 도래하는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바람을 거스르는 자는 훗날 더 큰 바람에 의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