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앞둔 8월말, 작열한 태양의 기세는 여전히 드세어 한낮 지천으로 깔려있는 콘크리트나 검은 아스팔트의 열기는 한증막을 방불케 한다. 이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도시를 벗어나면 네 바퀴로 가는 자동차 대신에 두 바퀴로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숲길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집 4식구는 자전거를 식구마다 한 대씩 보유하고 있으면서 간간히 농촌지역 도로를 따라 자전거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내가 자전거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은 집에서 5Km쯤 떨어져있는 광릉 숲 주변의 밭을 오갈 때나 단순 레져생활을 즐기는 것이 전부다.
자전거는 가벼운 옷차림과 간단한 배당하나면 주변의 훌륭한 경치를 마음껏 보고, 좋은 공기를 들이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생활여가의 귀중한 도구다.
일요일 오전 포천과 의정부, 남양주가 맞닿은 광릉 숲 서남쪽으로 소리봉아래 자리한 사랑방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는 오후 3시쯤, 도시에서 살다가 저마다 인근의 숲 속으로 들어와 전원생활을 즐기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모임인 ‘푸른바퀴’의 흰머리늑대님과 사금파리님, 서어나무새님과 미나리아제비님 그리고 쪽빛남자가 함께 왕방산 산속 풀꽃나무바람 길로 짧은 자전거여행을 떠났다.
포천시내를 조금 못 미쳐 서쪽으로 길게 누워있는 왕방산은 동두천과는 동쪽을 경계로 하고 있다. 소홀읍 선단리 고개 마루에 주차를 시키고는 좌측으로 회룡산과 마주한 왕방산 잘 다듬어진 임도 길을 향해 자전거 폐달을 힘차게 밟았다.
요즘 휘발유 값이 리터당 1,500원을 넘어서고 있고, 자동차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농촌도 이러한 변화에 예외이거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햇빛과 바람, 물과 지열 등을 난방에 적극 활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가까운 거리나 단순용무는 자전거로 이용하는 지혜를 생각해 볼 때다.
자전거는 사람의 두 다리와 몸을 적당히 움직여서 이동하는 수단으로 건강은 물론 유해물질의 배출을 하지 않는 친환경차(車)로 생각할 수 있다. 자전거(自轉車)는 몸의 심폐기능과 유산소 운동을 도울 뿐만 아니라 자동차대용으로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체적인 기계문명으로도 유망하며 인류가 만들어낸 발명품 중에서 가장 적정한 기술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전거 이용실태를 보면 아직은 초보단계로 거의가 스포츠레저용으로만 이용되는 실정으로 앞으로 출퇴근에 대한 교통수단과 이용자 스스로 자전거 타는 의식수준을 높여 너무 신제품 위주의 장비나 복장을 고급화시켜 상술을 부리거나 안전 이상의 지나친 복장은 개선하여 누구나 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현재의 도로와 교통흐름, 안전 등에서 자전거는 장려하고 자동차는 억제하는 정책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왕방산은 초반에 언덕길을 오르는 업힐(Uphill)과 마지막 업힐(Uphill) 부분만 제외한다면 거의 문제될 것이 없는 기분좋은 코스로 생각된다. 당연히 포장이 되지 아니한 울퉁불퉁한 임도의 비탈길에는 이따금씩 장마에 폐인 흔적들을 볼 수 있고, 오랜만에 폐달을 밟는 다리 근육에는 과도한 힘이 들어가 경사진 언덕길을 오를 때면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느림보 거북이 마냥 느릿느릿 산길을 오르다가 발견한 산 아래 마을 풍경들과 울창한 숲이 주는 여유로움은 자연에서 살만한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다. 중간 중간에 이루어지는 막간휴식은 물과 이웃의 소중함은 물론 작디작은 생명들과 함께 생생한 호흡을 하고 있다는 증거들로 즐거움을 준다.
중간에 한적한 산길에서 고압의 송전탑들을 만난 것은 몇 차례의 쉼을 갖던 중 멀리 북한산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 이였다. 이 송전탑들은 거대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생명 줄로 날마다 우리들이 소비하는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에어콘 등의 전력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멀리 동해에서부터 끌어오는 전기로 해마다 산촌의 경관들을 헤치고 있다. 이렇듯 문명의 편리함은 날마다 우리생활 곳곳의 환경을 옥죄오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와는 반대로 내 스스로의 힘으로 동력을 만들어 내는 가장 안정적이고 적정한 기술인 자전거는 잠시만이라도 세상 것을 잊고 오랜 세월동안 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던 자연을 만나도록 하는면에서 나는 산을 오르는 자전거 여행이 좋다.
자연스러운 경관을 헤치는 문명의 편리한 이기들이 우후죽순으로 줄지어 도시로, 도시로 향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넉넉잡아 10Km쯤 왕방산 산허리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가 공원묘지 쪽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만났다. 시원스러운 바람, 소나무 숲, 다양한 풀꽃들을 지날 때면 신이 저절로 난다. 가지 않았던 길로 가기위해 공원묘지 안으로 들어서니 급경사다.
이곳은 여태껏 가보지 않았던 산길여행, 조신조심 또 다른 산길의 입구를 찾아 내려가다가 벌개미취들이 빼곡히 줄지어 예쁜 꽃들을 피워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잠시 스치는 바람결에 손을 흔들어 만기기라도 하듯 꽃들은 일제히 흔들흔들 눈인사를 맞춘다.
고요한 숲 속으로 난 이 길은 동두천과 포천을 잇는 옛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산길을 달리다 우연히 풍경이 아름다운 곳과 신기한 돌담 무리도 만나면 자전거 타는 풍경을 담아두기도 했다. 그곳에서는 특별히 동물을 포획하려는 차량도 만나 미나리아제비님의 사진에 담아두는 것을 목격하였다.
국사봉을 넘으면 더 이상 갈 수 없는 미군부대가 나온다나, 그리로는 가지 않고 쇠목이라는 산속유원지로 향했다. 얼마간의 길이 곡예를 하듯 재미를 주어 자전거여행의 별미로 느겼다.
많은 짐 보따리들을 싸려고 준비하지 않아도 구지 멀리 장거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가족과 전원에 사는 이웃들과 주변의 산길과 가지 않았던 마을들로 자전거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항상 주변에 인접한 새로운 보물들을 만나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한다. 전원생활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사계의 패러다임을 자전거로 만날 수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자전거는 쇠목에서 동두천시 광암동으로 경사진 계곡을 따라 내리 달리면서 흥분된 기분을 다잡을 수 있도록 했다. 탑동을 거쳐 또 다시
왕방산을 되돌아가는 계곡의 풍경은 막바지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부산했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자그마한 구멍가게에 들러 시원한 맥주에 목을
축이고는 평안한 오후의 계곡물소리와 바람소리에 잠시 취했다가는 계속되는 왕방산 오름길을 향해 폐달을 밟았다. 그날의 서쪽으로 지는 태양은
차량들의 오르내리는 소리와 대조적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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