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덕진 목사가 세월호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세월호 엄마아빠들과 함께한 11일 여행

11,열 한 번 째 이야기(5월 14일/월요일) - 들꽃교회, 세월호교회

차 안에서 비를 맞아가며 도착한 곳은 들꽃교회. 담임목사의 얼굴이 눈에 익어 누군가 했더니 오래 전부터 페이스북 친구인 홍덕진 목사였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름과 얼굴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얼굴을 대하며 만나니 매우 반가웠다. 그것도 먼 나라 미국 워싱턴에서가 아닌가?

들꽃교회는 Fairfax에 있는 상업 콘도 중의 한 곳인 William T. Cho Peace Center에 있는, 교인10 여 명이 모이는 작은 교회이다. 이 방은 조동설 (William T. Cho)라는 분이 미주동포전국협회 (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 American)에 미주동포사회를 위해 일해달라는 취지로 기증하신 이후로 지역 내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Fairfax라는 건물의 룸 하나를 임대하여 주 중에는 한인 시민단체들이 사용하고 주일에는 교회가 사용한다고 했다.

들꽃교회는 세월호참사 이전에는 UMC목사였던 홍목사가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후 UMC에서 나와서 뜻을 같이하는 몇 성도들과 함께 시작한 독립교회이다. 홍목사는 “말하자면 우리 들꽃교회는 세월호교회인 셈이죠.”라고 말하였다.

세월호를 위해 임지가 보장되고 생활비가 보장되는 UMC를 나와서 외로운 독립교회를 하는 홍목사가 마치 외로운 들판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교회 이름 그대로 들에 피어 있는 꽃이다. 들꽃은 들에 지나다니며 보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인기가 없다. 그나마 꽃송이가 화려하지 못하다고 하여 사람들이 눈길도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이 들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들꽃은 아름답다. 사람들이 기술을 써서 개량하여 화려하고 커다란 꽃송이를 자랑하는 온상의 꽃보다 아름다운 자연의 미를 가지고 있다. 자기 생각과 탐욕으로 얼룩진 사람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들꽃이지만, 들의 나비와 벌들은 들꽃을 찾아다니며 생명활동을 한다. 들꽃에 앉았던 벌은 거기서 자기양식을 얻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유용한 꿀도 만들어준다.

워싱턴의 들꽃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이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아픔 당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생명과 희망을 주는 교회로 우뚝 서 가기를 기도한다. 모이는 교인이 몇 명 되지 않는 교회지만, 아픔 당하는 자와 소외된 자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대한민국의 수 천 수 만 명 모이는 교회들보다 훨씬 더 하나님나라에 가까운 교회라는 자부심이 들꽃교회 성도들에게 넘쳤으면 좋겠다.

교인이 몇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도 어려울 텐데 들꽃교회는 세월호가족들을 풍족히 대접하여 주었다. 훌륭한 저녁식사도 물론이려니와 넓지 않은 예배실에 세월호엄마아빠들을 환영하는 플랭카드와 배너들을 만들어 붙여놓은 정성이 아름다웠다.

가져 간 볼펜과 촛대 등을 판매하였다. 독서대 9개는 모두 미국에서 신세 진 분들에게 선물하고 오기로 하였었는데,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뒤에서 계속 독서대를 가지고 싶어하는 이들의 교섭이 들어왔다. 사회를 보던 이가 “거 뒤에서 뒷거래 하기 없기입니다. 간담회 끝난 다음에 합시다.^^”라며 조크를 하기도 하였다.

결국 김정호목사.김찬국목사,김남석목사의 이름을 뒤에 새긴 독서대 3개를 제외한 다른 독서대는 그곳에 모인 이들에게 각 100불이라는 거금을 받고 판매하였다. 독서대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독서대에 올려 놓은 편지(부모나 형제가 세월호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그들이 그 아이를 기억하기 위해 거금 100불씩을 기꺼이 투자한 것이다. 자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던 아이들을 이렇게 기억하려고 하는 그들의 거룩한 마음씨에 고개를 숙인다.(계속...)

▲ 좌로부터 홍덕진 목사, 김찬국 목사, 박인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