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사이월드에 개설된 클럽 [김준우교수를 사랑하는 감신인 http://club.cyworld.com/kimjoonwoo/  ]에 실린 글입니다. 미처 필자의 허락을 받지 못하고 올립니다. 양해 바랍니다. 게시를 원치 않을 경우 즉시 삭제합니다. (leewaon3@chol.com 011-9147-7449)

사랑하는 감신인,
바로 당신에게 드리는 글


1. 옛날이야기.

  감신에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마치 할머니가 손자에게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선배로부터 20세기에 일어난 이상한(!) 종교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감신인이라면 누구나 존경하고 따르기를 마지않았던 고(故) 변선환 학장과 다가오는 새 시대의 신학을 궁리해오던 홍정수 교수가 교편을 놓고 내몰림 당했던 그 이야기 말이다.

 옛날이야기를 옛날이야기로만 기억하며 아쉬워만 하고 있던 우리에게 참으로 통탄할만한 일이 일어났다. 옛날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고 올 여름에 반복된 것이다. 김준우 교수의 재임용 탈락. 이 일은 아직도 변/홍 교수에 대한 기억을 대물리고 있는 이 냉천골에서 일어난 일이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일이 설마 또 일어날까’하고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바로 우리 앞에 일어난 일인 것이다. 실로 우리는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전도서1:9)”라는 말씀을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3. 횡포.

 마른 몸과 백발, 금테 안경 뒤에 형형한 눈빛으로 인해 무서운 분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교단을 걱정하며 학교를 사랑하는 분이라는 것은 직접 김준우 교수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감신에서 햇수로 15년 동안 시간강사의 박봉을 받으시면서 강의하셨고, 또한 한국기독교연구소를 통해 서구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근의 신학을 번역, 출간하셨다. 특별히 역사적 예수에 관심함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려고 했던 예수, 제국주의를 비판했던 예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주셨고,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정직한 목회와 정직한 설교를 할 수 있을지, 정직한 영성을 지닐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하셨다.

 이런 훌륭한 선생님과 그 정신을, 지금 우리는 감신 안에서 잃게 되었다. 학교는 시간이 흐르면서 평소 그가 비판해왔던 ‘출처 불분명한 영성’으로 가득 차 있고, 살아 움직여야 할 예수의 정신은 비아 돌로로사(Via Dolorasa)의 하얀 석고상 안에서 그 이름처럼 슬퍼하며 갇혀있다. 그리고 예언자의 동산으로 불리던 감신은 제국주의적 횡포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자기들만의 Up-There(6층이었나 7층이었나 잘 모르겠다)를 꾸려 하나하나씩 구원의 반열 안으로 포섭하고 있다.

 그리고 김준우 교수는―그 자신의 표현대로 ‘다시 재야신학자로 돌아오게 되어 기쁘’고 감사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그 제자들이 쏟아내는 마음처럼 통탄할만한 슬픈 일인지 모르겠지만―감신에서 쫓/겨/났/다. 학교는 절차상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더 실력이 우수한 새로운 교원을 뽑아야 하지 않겠냐는 변(辨) 아닌 변(便) 같은 말만 한다고 한다. 목소리 큰 ‘그 사람’들이 이겼다던 옛날 그 이야기는, 한층 왜곡된 논리를 탑재하고 다시 돌아와 아직도 계속되는 현재형이었던 게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 끊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4. 외침.

 감신의 낮은 둔덕을 밟고 있는 그대여. 지금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실천하는 앎이 진실한 앎’이라고 배웠다면, 교가를 부르며 ‘굽은 길 곧게 하는 예언자’를 그대와 동일시하면서 흐뭇해왔다면, 그러면서도 Praxis라는 것은 도대체 언제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게 여겨왔다면; 바로 지금이다. 

 “지금까지의 횡포를 참고, 참고 또 참아온 선배님들과 동기들! 학교를 떠나기 전에 후배들에게 좋은 선생님을 소개시켜주는, 보람된 일 하나 정도는 해놓고 졸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준우 교수를 잘 모른다는 변명을 대면서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후배님들! 만약 침묵하고 넘어가 버린다면, 훗날 감리교 신학의 다양성을 말살하려는 세력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현대판 고려장’을 행한 책임이 바로 저와 여러분에게 돌아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법과 절차에 대한 근거도 없으려니와 지극히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그래서 더욱 힘없는 우리의 글과 말과 행동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달라. 소리없이 빛나는 예언자의 눈빛이 더욱 필요한 지금의 감신이니.

                        신학과 200301102  4학년 임승국disciplel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