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사의 그레고리가 말하는 완전을 향한 여정(7)-기독교적 완전의 의의

이제까지 살펴 본 그레고리의 완전에 대한 영성학적 의의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 의의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모세는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가는 완전에의 길에서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에 이르렀다. 모세의 생애 결론에서 그레고리는 “모세가 성취 가능했던 완전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대하여”라고 말한다. 여기서 “모세가 성취 가능했던 완전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헬라어 원문의 두 구절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완전에 이르렀다”와 “인간적인 완전”을 나타내는 구절이다. 먼저 “완전에 이르렀다”는 과거 시제는 모세가 확실하게 완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것은 “인간적인 기준의 완전”이다. 절대적인 의미의 완전이 아니다.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최정상에 도달한 또 다른 증거를 우리는 민수기에서 찾을 수 있는데 민수기 12장 3절은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 하더라”고 기록하고 있다. 모세는 광야 여정에서 온유하지 못해 화를 낸 적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영성가들이 영적 진보의 과정에서 이 온유의 덕을 가장 성취하기 어려운 덕의 하나로 여긴 것이다.

둘째, 완전에 이르는 길은 그 과정이 중요한데 그 과정은 끊임없는 달리기와 같은 것이다. 서론에서 그레고리는 그 길을 말 경주에 비유하여 묘사한다. 그레고리는 바로 자신이 관중과 같은 태도로 자신에게 이 책을 써줄 것을 요청한 젊은이를 향해 그의 영적 달리기를 응원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모세의 생애 끝부분에서 그레고리는 “더 나은 것을 향한 삶의 지속적인 성장이 완전을 향한 영혼의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바로 그레고리는 여기서 지속적인 진보의 개념을 통하여 완전에 대한 새로운 기독교적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즉 완전을 덕의 절대적인 개념, 다시 말해 정적인 성취 개념(static achievement of virtue) 으로 이해한 플라톤주의자들의 관점에서 동적인 성취 개념(perpetual progress)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기독교적 의미의 완전이며 동방정교회의 신학과 영성에 영향을 받은 존 웨슬리의 완전에 대한 교훈도 이와 유사하다.

셋째, 완전에 대한 또 다른 개념은 하나님에 대한 인식론적 측면에서 설명된다. 모세에게 처음 나타난 하나님은 떨기나무의 빛 가운데 계시된다. 여기에서 빛이 암시하는 것은 구체적인 드러남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의아해하는 모세에게 자신을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알리신다. 나아가 자신의 신적 본질을 스스로 있는 자라고 명백히 드러내신다. 이와는 다르게 영적 진보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시내 산에서 하나님은 암흑 가운데서 나타나신다. 빛 가운데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나 어두움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서 하나님은 감추어진다. 이것은 모세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하나님에 대한 모든 이해들을 부정해야 함을 상징한다. 영적 진보자는 하나님에 대한 과거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부정하고 다만 어둠과 침묵 가운데에서 주어지는 새로운 신적 계시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그레고리의 완전에 대한 개념 가운데에는 부정의 방법으로 하나님을 이해해 가는 부정의 신비신학(apophatic theology)이 포함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님에 지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유한한 우리는 언제나 겸손하게 하나님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일평생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끝으로, 개인적 완전은 공동체의 유익에 기여한다. 완전의 덕은 개인을 위한 목표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유익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 완전의 덕을 향한 경주는 곧 이웃을 향한 달음질이다. 우리 시대에 사람들이 종교생활에 대한 관심은 적어지지만 영성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대된다고 한다. 우리가 영적으로 진보한 만큼만 우리는 그들을 안내할 수 있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어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오르지 못한 영적 산에 대해 어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반대로 어디까지 이르렀던지 우리는 우리가 영적으로 진보한 것만큼 자연스럽게 우리 주위 사람들을 돕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완전을 향한 여정을 멈출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