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마을 계곡에 두 차례 다녀왔습니다. 예년까지는 여름마다 바다에서 피서를 즐겼지만 올해는 백사장이 너무 뜨거워서 바다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계곡마다 유원지로 지정된 곳은 사람이 많아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희는 마을 주민들만 아는 계곡 상류의 큰 다리 밑에서 물놀이를 했습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계곡 물은 얼음장처럼 차서 물 온도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법인데 올해 계곡 물은 강렬한 태양열을 받아서 미적지근하였습니다. 노약자가 준비운동 없이 바로 들어가도 아무런 위험이 없는 온도라고 해야 할까요? 작은 아이는 “엄마 물이 차야 물고기가 알을 낳을 수 있다는데요?”라며 물놀이 중인 아이들 옆을 빠르게 지나다니는 치어들을 걱정하였습니다.

   지난주일 예배에는 어린이 성도들이 많았습니다. 휴가를 온 장로님의 손녀들과 군의관의 가족 그리고 마을 아이들까지 모두 합하여 미취학 어린이 4명, 취학 어린이 5명이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예배시간이 시끌벅적 하였습니다. 저희가 처음 진부령으로 이사를 왔을 때 저희 집 작은 아이가 가끔 그러기도 했고, 마을의 더 어린 아이는 예배당을 휩쓸고 다니다가 할머니 권사님께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예배를 드리다보니 남편이 설교를 하는 동안 아이들이 울거나 장난치거나 뛰어다니는 일은 언제든 생길 수 있습니다.
 
    한동안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기회가 없었던 연로하신 권사님과 집사님들께서는 저희가 부임한 후 처음에는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으로 힘들어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단련이 되셔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십니다. 지난 주일에도 3살이 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함께 강대상 앞으로 후다닥 뛰어 다니며 장난을 치다가 장의자에 머리를 부딪치고 울거나 과자를 먹다가 기분이 좋아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오후 예배 때는 아예 강대상으로 올라가 설교를 하고 있는 남편의 앞에서 교인들을 바라보고 베실베실 웃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누구 하나 아이들을 혼내거나 성가셔 하지 않았습니다. 애가 타는 사람은 아이의 부모뿐이었습니다.

   친하게 알고 지내는 한 사모님은 아이들이 예배 시간에 뛰거나 소리를 내면 엄하게 가르치고 밖으로 나가 체벌도 하였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 대상은 본인의 자녀에게만 국한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미취학 시절부터 예배시간에는 절대 떠들거나 돌아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면 저희 아이들은 서울에서 유초등부 예배를 따로 드리다가 진부령으로 이사를 와서 어른 예배를 함께 드리다보니 넘치는 활동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예배당을 돌아다니거나 아예 예배시간에는 아래층에서 따로 있습니다. 저는 사실 저희 아이들이 목회자의 자녀이기 때문에 예배시간에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크게 내면 제재를 하지만 다른 가정의 아이들은 뛰어다녀도 크게 제재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한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고 부딪치고 넘어지고 울고 웃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실수와 재시도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대학원에서 예배학을 배울 때 가장 이상적인 예배 공동체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데 그 때 제시된 한 모델이 온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공동체였습니다. 영유아부터 노년까지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되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배드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울음과 웃음과 펄쩍펄쩍 뛰어다님으로 인해 다소 집중이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 때 아이들을 용납하고 기다려줌을 통해 아이들에게 예배공동체란 어떤 것인가를 말이 아닌 삶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을 조용히 시켜야 예배 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고 아이들을 분리하면 더 효율적으로 각자 예배드릴 수 있지만, 자기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쩌면  제재나 분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예배에 부모와 함께 하고 싶을 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 3살 아이들의 뛰어다님을 누가 밉다고 하겠습니까? 제 눈에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니 설교를 하던 남편이 “여러분 저도 저렇게 컸습니다.”라고 말 해 함께 예배를 드리던 교인들이 웃었습니다. 맞습니다. 목사인 저의 남편도 그렇게 컸고 저도 그렇게 컸습니다. 더 여유있고 더 어른인 사람이 용납하고 이해하고 사랑해야 마땅합니다. 모두 그렇게 컸습니다.

    저희집 큰 아이가 방학 숙제로 쓴 시를 소개합니다.

   제목 : ‘어른만’

   어른만 되면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죠.

   어른만 되면
   수학 공부도 잘하게 되고,

   어른만 되면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먹을 수 있죠.

   어른만 되면
   뭐든지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어른이란 이런 존재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무엇을 보여주든지 그것이 바로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어야 어른은 뭐든지 맘대로 할 수도 없고 뭐든지 잘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공동체가 이해와 사랑과 용서를 보여주면 어린이들은 그것을 보고 배울 것입니다. 오늘 하루, 그리고 앞으로 많은 날들, 저도 어린이를 사랑하고 그들을 용납하고 이해하는 어른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