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입니다. 진부령으로 이사를 와서 감사한 것 중의 한 가지는 바로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신다는 점입니다. 이사를 오고 분교에서 다섯 분의 선생님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책임감이 강하고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선생님들이셨습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일이 없으니 저와 남편의 학부모 역할도 한결 수월합니다. 큰아이는 담임선생님의 부지런함으로 최근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좋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여보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 거지?” 남편과 저는 간간히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학교와 선생님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그저 감사합니다.

   지난 주일에는 예배를 마치고 청소년 두 명과 함께 물치비치마켓에 다녀왔습니다.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물치비치마켓은 물치항이 속한 강현면의 면장이 지역의 경제 및 문화 활성화를 위해 의지를 가지고 양평 문호리의 리버마켓을 벤치마킹하여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작년에도 한 번 방문을 했었는데 올해 훨씬 규모가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작년에는 리버마켓에서 지원한 적은 수의 판매자들만 물치비치마켓에 왔었다고 합니다. 작년에 와 본 판매자들이 물치비치마켓의 가능성에 대해서 다른 판매자들에게 호평을 했고, 그 결과 올해는 문호리 리버마켓 판매자들이 더 많이 물치비치마켓에 참여하게 되어 규모가 더 커졌다고 합니다. 문호리 리버마켓의 판매자들은 주마다 다른 지역의 마켓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물치비치마켓은 지역에 숨어 있는 공방들의 소재를 알아낼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요즈음 저는 공적인 필요성에 의해서 공예를 배우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어떻게 구성해서 판매하는지 시장조사를 하기에 물치비치마켓만큼 훌륭한 시장도 없습니다. 양양과 고성, 속초에 소재한 양초, 프리저브드 플라워, 은공예, 목공예, 패브릭 공예, 디퓨저, 비누공예, 도자기 공예 등 다양한 공예를 하는 지역 공방들을 한 자리에서 집약적으로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사진도 찍고 만져보고 먹어볼 수 있으니 오감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인근 지역의 농산물들을 판매하는 부스들이 꽤 있어 지역 특산물 판매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간 청소년 두 명은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이스크림과 푸드 트럭 스테이크, 과일즙, 주먹밥 등을 사서 먹었습니다. 비치마켓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어디서 무엇을 사든 앉아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간식을 먹기에 좋았습니다. 또 여러 부스에서 시식을 할 수 있어 오며 가며 하나씩 집어먹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큰아이는 비치마켓을 세 번에 걸쳐 왕복하면서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구경했습니다. 현금을 가져가지 않은 저와 다니다 보니 카드로 결제를 할 수 없는 체험 부스 앞에서는 아쉬움의 눈길만 뚝뚝 떨어뜨리고 왔습니다.

   물치비치마켓은 물치항과 물치해수욕장을 끼고 있기에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 등교와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 주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과 지역 소비자들이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항구와 등대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등대로 이어지는 길목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거리의 악사’들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지나간 노래들을 들려주고, 사람들은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서 모래사장 벤치에 앉아 바다와 마켓 그리고 사람들이 어우러진 정감어린 풍경을 누렸습니다.

   물치비치마켓의 판매자들은 자신이 직접 만들거나 기른 제품만을 판매하기에 구매자들에게 자신 있게 물건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구매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받으며 물건을 구매하고, 문화와 감성을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물치비치마켓이 활성화되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주도하는 플리마켓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 부디 나날이 번창하여 지역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를 기대해 봅니다.

   물치비치마켓은 매월 둘째 주 주말에 열립니다. 고성, 속초, 양양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시기가 맞는다면 한 번 방문해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지역 구석구석에서 소소하게 자기만의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과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산자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만들고, 그 물건이 가치를 알아주는 구매자를 만나서 떠나가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소박한 이들을 보니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창조하시고 각자의 소명을 만나 살아가는 것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창조자는 창조물을 소중히 여깁니다. 오늘 하루, 하나님의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창조물인 저도, 아무리 멋진 누군가의 삶과 마주하더라도 비교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창조자의 눈으로 저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